요양에 진심인 사람들, 돌봄 시장의 혁신을 이끌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요양에 진심인 사람들, 돌봄 시장의 혁신을 이끌다

글 : 이필재 / 인물 스토리텔러 2024-07-29

“요양 서비스는 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담을 원하는 보호자들이 대면 상담을 하거나 전화를 걸어와 서비스를 받을 부모님의 특성, 증상, 선호 등에 관해 30분 넘게 설명을 해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앱조차 없어요.”


요양 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의 김태성 대표는 “앱을 만든 회사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요양 서비스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이 시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착각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객은 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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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에 진심인' 사람들, 팀을 이루다 


케어링은 국내 요양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2위 회사와 10배 이상 격차가 난다. 그런 데도 점유율은 2%가 채 안 된다. 요양 서비스가 파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95%가 개인사업자다. 김 대표는 “이렇게 파편화돼 있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좋은 방문요양·주간보호 센터장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기업들이 물정 모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는 배경이기도 하고요.”


그는 30·40대가 장차 요양 서비스의 공급자가 되면 앱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개인사업자들은 한편 방문요양과 주간보호 중 한 가지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그래서 통합 재가 요양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용 당사자인 어르신들은 그러나 두 가지 서비스를 다 원할 수도 있다. 평소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지만 어느 날 방문 요양을 받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IT 쪽에 종사했던 사람과 요양업을 10년 이상 한, 말하자면 ‘요양에 진심인’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합니다. 생각이 서로 달라 갈등도 겪지만 각자 장점을 살려 통합 요양을 실현해 기업으로서 성장하려는 거죠.”


일본도 요양 서비스 시장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 사람 관계가 중요한 요양 서비스라는 업종의 특성, 지역 특성 등과 관계가 있다. 김 대표는 “일본 시장은 다수의 기업이 모두 합쳐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케어링은 단독으로 국내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것을 성장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어링은 국내 요양 서비스 업체 중 유일하게 100% 직영이다. 전국적으로 46개 기관을 직영한다. 주간보호센터 21곳, 방문요양센터 19곳 등이다. 다른 업체는 프랜차이즈이거나 중개만 한다. 김 대표는 “직영으로 운영해야 어르신들에 대한 직접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소속 요양보호사 수는 약 1만 명, 누적으로는 1만5000명에 이른다. 요양 서비스 이용자 수는 약 1만2000명이다. 요양 서비스는 거의 1 대 1로 이뤄져 이용자와 요양보호사 수가 비슷하다. 




 요양업 종사자에 감사하는 사회 분위기 필요해 


케어링의 요양보호사 시급은 시장 평균보다 5%가량 높다. 적게 주는 센터에 비하면 20% 정도 더 지급한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케어링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케어링 근무를 희망하는 요양보호사가 4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대표는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풀려면 경제적 처우와 더불어 심리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요양보호사를 하대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케어링이 지난해 요양보호사 2500분을 모시고 콘서트 ‘케어링 요양보호사랑해 축제’를 한 배경입니다. 요양업 종사자에게 감사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우리 회사가, 이분들이 감사한 존재라는 걸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도 합니다.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병행하는 분들이죠.”


그는 자체 조사를 해보면 케어링 소속 요양보호사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보호자 만족도 조사도 합니다. 보호자가 만족스러워하지 않으면 요양보호사를 교체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교체된 분이 다른 어르신에게 서비스할 땐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을 수도 있어요. 결국 서로 합이 잘 맞아야죠. 그래서 우리는 매칭의 고도화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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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기반으로 헬스케어 연결, 요양 서비스 선진국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도 직영 정책을 유지할 생각입니까?


“계속 직영을 하려고 합니다. 직영이 아니면 사실 서비스 퀄리티의 컨트롤이 어려워요. 프랜차이즈의 경우 고객에게 문제가 생기면 본사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센터별로 알아서 해결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본사가 책임을 지지 않죠. 일본의 요양 서비스 업체는 그래서 모두 직영입니다.”


 프랜차이즈들이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직영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는 “직영을 하면 리스크가 커지고 운영도 힘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링은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나요?


“어르신이나 요양보호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떤 문제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 문제 발생의 빈도를 낮춥니다. 그래서 많은 어르신을 케어하지만 가장 문제가 적게 생기고 갈수록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죠.”


 대형 대학병원에 환자 데이터가 쌓이듯이, 다종다양한 어르신 관련 데이터가 내부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케어링은, 앱도 없는 회사가 시니어 테크 스타트업을 표방합니다. 무슨 얘기죠?


“어르신 관리의 솔루션을 고도화하려고 합니다. 휴먼 터치가 제대로 되려면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관리가 대형 병원의 전자 차트처럼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관리 시스템의 효율화는 고령사회화하는 국가에 마치 숙명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세금, 시간 등 막대한 자원이 케어를 받아야 할 어르신에게 투입되는 게 아니라 정작 서류 관리에 쓰일 수도 있어요. 기술을 이용해 서류 관리를 효율화해야 할 이유죠.”  


케어링의 주간보호센터 광주 남구점은 피부 마사지 등의 뷰티, 스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합적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3세대 주간보호센터다. 새치 염색의 경우 실비를 받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용자의 추가 부담은 없다. 2008년에 생긴 1세대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에게 식사만 제공했다. 2세대는 운동을 시켰다. 


“어르신 가운덴 할머니가 많은데 예쁘게 꾸미고 싶어 하세요.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3세대 센터를 실험적으로 선보였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계속 테스트합니다. 장차 전국화하려 합니다.”   


그는 뷰티 앤 스파 콘셉트는 세계적으로 유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요양 서비스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IT를 기반으로 요양과 헬스케어를 연결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어요. 어르신들이 건강해져야 건강보험 지출이 줄고 세금도 절약돼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초고령사회에 곧 진입하는 우리나라를 덮칠 건강보험의 높은 파고를 막는 방파제입니다. 참고로 일본은 요양 서비스 면에서 우리보다 앞섰지만 ‘요양은 여기까지’라는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려 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케어링은 요양보호사 교육원 네 곳을 직영한다. 자격증이 따로 없고 사적 고용을 하는 간병인과 달리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보수 교육도 받는다. 



케어링의 모바일 홈페이지 화면


‘대한민국에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돌봄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케어링의 슬로건이다. 전국적으로 차별 없는 노인 돌봄을 통합요양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이 회사의 의지가 담겼다. 요양 인프라는 주간보호·방문요양 외에 복지용구, 레지던스(스테이), 요양보호사 교육 등을 포괄한다. 시니어 산업의 인프라 구축은 케어링의 비전이다. 


“서울 강남구엔 임차료가 비싸 주간보호센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방문 요양을 주로 이용하죠. 방문요양과 달리 주간보호는 임차료에 따라 센터의 수익 차이가 커요. 그런 데도 주간보호에 대한 정부의 지원(급여)은 지역별로 차이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서울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구조적으로 역혜택을 받습니다. 시장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요양보호사, 수요보다 공급 부족해질 것... 우리의 미래는? 


2019년 가을 설립된 케어링은 2년 반 만에 35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또 1000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예비 유니콘 기업이 됐다. 지난 2월엔 400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1200억 원. 설립 이래 해마다 두 배 수준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케어링은 어시스턴트 리빙 유닛이라는 이름의 주거 서비스도 제공한다. 건강한 노인을 위한 실버 타운과 요양원 사이의 중간지대이다.  


“케어가 필요하지만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어르신을 위한 주거입니다. 비용 면에서도 중간이죠. 1, 2인실 중심의 주거인 케어링 스테이와 건강이 더 안 좋은 어르신을 위한 1, 2인실 중심의 요양원인 케어링 빌리지가 있습니다.”


김 대표는 케어링 창업 전 게임 데이터 분석 회사, 커머스 기업 등에서 일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것이 복합산업인 요양 서비스업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 앱 사업도 했었지만 요양 서비스 앱은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그 시절 카피라이터가 꿈이었다. ‘남의 회사 카피를 쓰고 있느니 내 회사 카피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요양 종사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뭐라고 보나요?


“스킬보다도, 이용자인 어르신, 보호자에 대한 애틋하고 진실한 마음입니다. 가사 서비스와 다른 점이죠.”



우리나라 요양보호사 수가 양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부족하고, 수요에 비해 점점 부족해질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많이 땄는데 이제 이들이 케어 받아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일본처럼, 요양보호사를 못 구해 방치되거나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외국 요양보호사가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돼요. 일본의 경우 3년 이상 종사하면 영주권을 줍니다.”


그는 이미 시작된 고령자 혐오에 우리 사회가 대처하는 한편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로서의 비전이 뭔가요? 


“대한민국 국민이 최대한 늦게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게 케어링의 목표이자 저의 비전입니다. 방문 요양업을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가 빨리 받고 싶지는 않아요. 인지상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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