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남편에게 바라는 것 3가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은퇴한 남편에게 바라는 것 3가지

글 : 한혜경 / 작가, 前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07-12

얼마 전에 있었던 지인들 모임에서는 ‘은퇴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은퇴한 남편에 대한 불만 섞인 수다를 넘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희망 사항까지 다양했지만, 결론은 세 가지였다. 


1. ‘왕년에.. 내가’라는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여자들은 한가하지 않다.


그날의 화제는 한때 ‘잘 나가던’ 남편에 대한 성토대회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컸던 사람은 누구나 알만한 ‘장’ 자리에 올랐던 남편을 둔 P씨였다. 그가 말했다. 


“자기가 한때 잘 나갔으면 그만이지, 영원히 잘 나갈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집에서도 쓸 데 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고집을 피우고... 쓰레기 좀 버려달라고 하면 ‘누가 보면 어떻게 하냐?’ ‘내가 그런 일 할 사람이냐?’며 화를 내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자주 외출해주면 좋겠는데 자기를 알아주고 대접해주는 자리에만 나가고 싶어하니 정말 심각해요.”


조용히 듣고 있던 L씨가 거들었다.


“우리 남편은 그렇게 잘나가던 사람이 아닌데도 걸핏하면 ‘그때는 좋았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초라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 사람들 만나기가 꺼려진다나 뭐라나.”


L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요즘 부쩍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라떼’ 이야기 들어주는 게 고역이죠. 어디서 보니까 장시간 추억에 잠기는 일이 잦을수록 뇌가 빨리 노화된대요. 늘 옛 생각에 빠져있으면 당연히 좋을 게 없겠지요. 우울증이 올 수도 있고요. 과거의 낡은 기억을 잊을 수 있어야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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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모인 여자들은 남편의 과거 이야기 들어주는 게 ‘고역’이라는 말에 격한 공감을 표시했다. 그렇다. 무엇보다 요즘 아내들은 한가하지 않다. 물론 한때는 남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적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입을 꼭 다물고 TV만 보던 남편이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며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해서 사라진 흥미가 갑자기 생기겠는가?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아내들은 남편이 ‘최근의 관심사’ ‘요즘 하고 있는 일’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친구들’에 더 집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2. 다 필요 없고, 혼자서도 잘 노는 남편이 최고 


은퇴 전에 남편에게 바라는 건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것 외에도 다양했다. 이왕이면 말도 잘 통하고 취향도 비슷해서 여행 같은 걸 함께 다녀도 재미가 있고 등등... 말하자면 소통과 공감, 재미가 있는 그런 관계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내 주변의 여자들은 그런 식의 추상적인 단어에는 별 관심이 없다.


A씨는 그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차피 남편과의 소통이나 공감에는 한계가 있고, 재미를 공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너무 붙어 있거나 항상 같이 다니다간 싸움만 일어나죠.... 그래서 각자의 달력이 필요해요.” 


A씨가 말한 ‘각자의 달력’이라는 것에 여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아내들이 원하는 건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알아서 척척 해주면서도 자신만의 ‘일’이나 ‘활동’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외출도 하고, 그래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남편인 것이다. 


뭐 대단한 일, 돈 되는 일이 아니어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하루 몇 시간, 혹은 일주일에 몇 시간 동안 루틴과 활력을 지킬 수 있는 활동에 몰두하면 충분하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노하우를 가지기를 기대한다. 


3. 이왕이면 행복감 주는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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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남편이 무슨 활동을 한다면 좋겠는가?’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는데, 우연히도 그날 모인 사람들은 이왕이면 ‘음악’에 관련된 활동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 이유에 대해 J씨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자신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엊그제 친구 남편이 ‘아저씨 밴드’에서 드럼을 친다고 해서 보러 갔어요. 친구들끼리 모여 70년대, 80년대에 유행했던 외국 밴드 음악이나 발라드 같은 걸 연주하는데, 솔직히 수준이야 뭐 그저 그랬지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연주에 몰두하는 모습이 젊어 보이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사실 내 주변에도 은퇴한 후에 음악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다른 어떤 활동보다 만족도가 높다. 피아노 같은 악기나 성악을 꾸준히 배우는 사람들 보면 ‘어라, 음악에 꽤 진심인데?’ 싶으면서 존경심마저 들 정도다.


내가 남편의 활동 중에서 유일하게 높이 평가하는 것도 바로 합창단 활동이다. 남편은 5년 전쯤부터 고등학교 ‘OB합창단’에 들어가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합창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초기에는 10년 후배인 지휘자로부터 “목소리는 최대한 작게 내시고 입만 크게 벌리시라.”는 지적을 받곤 매우 의기소침했으나 합창단에 폐 끼치지 않으려고 집에서도 틈틈이 연습을 한다. 소질은 없지만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엄청난 ‘소음’을 견디는 중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음악은 확실히 은퇴자들에게 좋은 활동이다. 우선 언제나 더 배워야 할 부분이 있는, 끝을 맺을 수 없는 창조적 활동이므로 장시간 연습이 필수적이다. 음악을 통해 우정을 쌓고 협력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그뿐인가. 몸과 머리를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공연 같은 게 있을 때마다 리허설, 의상 챙기기, 공연장으로의 이동 등등 할 일이 많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건강은 물론, 인지 기능도 좋아질 것이므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행복호르몬이 나오는 활동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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