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더니 마을발전기금을 내라고 합니다. 어쩌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귀농했더니 마을발전기금을 내라고 합니다. 어쩌죠?

글 : 김용전 / 작가 2024-07-08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인데도 곤경에 처한 약자를 돕는다고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사람을 일컬어 뭐라고 할까? ‘지가 무슨 셰인이라고?’ 한다. 셰인은 동명 영화 에 나오는 주인공(앨런 랫드 분)의 이름인데 워낙 오래전 영화이지만 서부 영화의 고전으로 남은 작품이라 지금도 종편에서 종종 방영해 주곤 하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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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 시대 와이오밍의 한 마을에 셰인이라는 떠돌이 총잡이가 찾아든다. 지나는 길에 물 한 그릇을 얻어 마신 인연으로 그 마을의 이주민인 스타렛(반 헤플린 분)의 집에 머물며 일을 하게 되는데, 스타렛은 그 마을의 터줏대감인 라이커(에밀 메이어 분)와 분란을 겪고 있었다. 그 지역의 목장을 몽땅 자기 땅으로 만들기 위해 이주민을 쫓아내려는 라이커는 전문 총잡이를 고용해 이 주민들을 폭력으로 위협하며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스타렛이 라이커와 결전을 벌이려 하는 찰나 이를 가로막는 세인, 둘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스타렛을 때려눕힌 세인은 홀로 라이커에게로 향한다. 마침내 라이커가 고용한 총잡이와 마주 선 세인, 결투를 위한 고수들의 말싸움이 몇 마디 오고 간 뒤 총구가 불을 뿜는데 세인의 승리로 끝난다. 모든 걸 숨어서 지켜본 스타렛의 어린 아들 조이(브랜든 드 와일드 분)가 ‘셰인, 돌아와요!’라고 애타게 부르는데 셰인은 어둠 속으로 말을 타고 외로이 떠난다.


제목이 ‘마을발전기금’인데, 웬 셰인 이야기를 길게 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영화 속에서 스타렛을 찾아간 라이커가 들려주는 대사 때문이다. 목장을 팔고 떠나라고 재촉해도 말을 듣지 않는 스타렛에게 분노한 라이커가 이렇게 외친다. ‘네가 아직 어린아이 코흘리개일 때 나는 이 거친 땅으로 와서 인디언들과 싸워 가면서 이 마을을 일궜어. 그런데 인디언들과 총싸움 한번 해본 적이 없는 너희 이주민들이 와서 이 땅에서 공으로 거저먹고 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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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다가 시골살이를 하려고 귀촌하는 이들에게 원주민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라이커의 이 말이다. 조금 풀어서 말하면, 오랜 세월 마을 길을 넓히고 상수도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고 전기도 끌어서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놓았더니 ‘야 경치 좋다’ 이러면서 귀촌자가 집을 짓고 그냥 살려고 해? 셰인 에서는 시대가 무법 시대라 이런 문제를 총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지금은 거주 이전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된 법치 사회인지라 그렇게 할 수는 없으나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인지라 ‘우리가 고생해서 만든 마을에 들어와 사는 대신 돈으로 그걸 보상하라’라고 하는 게 바로 마을발전기금을 내라는 것이다. 마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백만 원 정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별생각 없이 집 짓고 들어와 살려던 귀촌자에게는 ‘생돈을 내라니?’ 아주 부당한 요구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원주민과 귀촌자 사이에 갈등 관계가 발생해서 은퇴 후 행복한 시골살이를 바라던 꿈이 시작부터 꼬이게 된다. 


물론 지금은 그런 사례가 많이 없어졌다. 왜냐면 전기는 한전에서 놓아주고 상수도는 관청의 수도과에서, 길은 도로과에서 알아서 놓아주고 관리해 주기 때문에 옛날처럼 주민들이 직접 지게를 지는 노력 동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영화 셰인에서도 마지막에 라이커를 만난 주인공이 한마디 한다. ‘영감, 이제 당신의 시대는 갔소!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주민들을 더는 괴롭히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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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그렇듯 아직 관행적으로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마을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그러면 만약에 이런 부당한 발전기금을 내라는 요구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귀촌할 곳을 정한 뒤에 그곳에 집을 마련해서 이주하기 전에 마을 이장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선택은 두 가 지이다. 첫째, 앞에서 말한 라이커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나도 뭔가 떳떳하게 마을 주민으로서 입회비(?)를 내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요구를 들어주면 될 것이고, 내가 오는 게 오히려 마을에 도움이 되는 판에 무슨 돈까지 내라고 하느냐 말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들면 못 낸다거나 또는 집들이 한번 거하게 하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이장을 설득하라. 만약 설득되지 않으면 글쎄, 다른 곳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아무리 담장을 높이 치고 나 혼자 독야청청으로 살려고 해도 기존 주민과 등지고 사는 건 힘들다. 그리고 마을발전기금이라는 건 문화 영역이지 법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청이 나서서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필자는? 돼지 한 마리 잡아서 집들이 잔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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