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모델 되려다 개그맨까지?! 나의 N잡러 인생 시작은 이랬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시니어 모델 되려다 개그맨까지?! 나의 N잡러 인생 시작은 이랬다

글 : 꼰대박 / N잡러(회사근무, 유튜버, 배우 및 모델, 강사, 모바일 쇼호스트, MC) 2024-07-08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에 유튜버로도 모자라 N잡러가 된 계기가 있다. 


나름 몇만 단위 조회수의 영상이 쌓이다 보니 광고가 들어와서 광고를 찍게 되었는데 발연기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넘 창피했다. 그래서 연기를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3년 정도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단역배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또, 유튜버로 대본을 몇 년 쓴 것이 토크 순발력을 키워 토크 프로그램에도 나가게 됐고 이 경험도 쌓이다 보니 MC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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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직업을 여러가지 갖게 된 것은 내가 재능이 많아서가 아니다. 일을 하다 보니 부족한 것이 많았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N잡러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이와 같은 새로운 직업들을 갖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시니어 모델에 관심이 생기다


유튜브를 시작한지 2달여만에 KBS 황금연못이라는 시니어프로그램에 참여 했다. 공중파 방송은 처음인데다가 1박2일동안 촬영이라 긴장도 되고 나름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전회차 출연자 영상을 참고하였다. 그 중에 시니어모델로 가장 핫한 김칠두씨가 눈에 띄었다. 


한국사람으로 보기 힘든 마스크에  조화를 이룬 백발과 수염은 한마디로 멋있는 시니어였다. 그는 음식점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고 모델을 한 것인데 이게 대박이 난 것이다. 유명 대기업의 광고 모델뿐만 아니라 각종 다큐, 인터뷰, 뉴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며 시니어모델이라는 신드롬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나는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으며 앞으로의 그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김칠두씨가 속한 메니지먼트사를 방문했고 개성있는 수백 명의 시니어들이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특히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얼핏 보아도 도저히 모델로서 갖추어야 할 외적 기준에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또 시니어 패션 모델이라는 장르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시니어 모델 지망생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들은 무엇을 위해 워킹을 하고 포즈를 배우고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기저기 나름 취재해서 알게 된 사실은 모델은, 아니 따지고보면 모델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는 능력만 있으면 키가 작든 뚱뚱하든 덩치가 부자연스럽게 크던 다 쓰임새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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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로 그 매니지먼트사에 등록을 하고 9개월동안 모델의 기본적인 포즈와 카메라를 대하는 방법 그리고 바르게 걷는 수업을 받았다. 체형과 자세가 바뀌면서 모델로서의 목표를 넘어 몸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혔다. 20년 넘게 달고 다녔던 지긋지긋한 지방간과 이별코자 식단관리도 시작했다. 생전 다이어트를 안 해보고 식탐이 많은 나로서는 요요현상과 체중감량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먹는 양을 줄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채소 찜 요리였다. 아내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하루에 저녁 한끼를 내가 직접 각 종 야채와 차돌백이를 찜통에다 10분정도 찐 후에 유자와 간장, 겨자로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 식단이었다. 


저녁식사 약속이 잡힌 날은 그냥 외식을 하니 크게 스트레스없이 매달 1키로씩 체중이 줄었다. 그렇게 일년에 10키로 정도 감량이 되었고 저절로 체형이 균형있게 잡히면서 얼굴에도 턱선이 드러났다. 5년 정도는 어리게 보였다. 당연히 지방간과 이별을 하고 푸근했던 몸매가 슬림해지니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젊은이들의 패션을 일부 공유 할 수 있었다. 불편한 점은 정작 기존에 입었던 옷 사이즈를 못입는다는 것인데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할 듯….


모델 수업을 받은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운 좋게 금융회사 광고 모델이 섭외가 들어왔다. 광고 콘티를 보니 건설관리자역으로 내 소싯적 직업과 같은 역인데다가 대사도 “얼마예요” 한마디 밖에 없어 수월하게 찍을 것 같았다. 촬영현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나한테 3명의 스탭이 붙더니 의상에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스탭이 50명이 기다리는 촬영장에 던져졌다.

 

건설현장에서 뼈가 굵은 나로서는 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소화하려 했다. 그런데 감독이 나에게 대사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키는 등 이런 저런 주문을 하더니 얼굴과 입으로 연기하지 말고 호흡으로 대사를 치라는 디렉션을 주었다. 뭔 말인지 도대체 이해를 하지 못해 열 번 이상의 NG를 내고 나서야 겨우 촬영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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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나에게 뭐라는 스태프는 없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벌렁대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광고 모델일을 한다는 사람이 감독의 기본적인 주문도 못 알아듣고 그것을 어떻게 할 줄도 모르면서 남의 돈을 먹겠다고 덤벼들었으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를 소개한 모델 에이전시는 감독에게 한 소리 들었고 그 에이전시는 다시는 나에게 광고 출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연기학원을 등록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수소문했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 개그맨이 되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연극판에서 빗자루 질과 포스터 풀칠을 수년간 하면서 연기를 익히며 수백 수천 번의 오디션을 보는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단역 배우들조차 경력이 보통 20년이 넘으니 이제와서 준비하여 그들과 경쟁해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에게 일말의 재능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2년여의 시간을 직장연극단과 학원을 전전하면서 애써 봤지만 몸에 무리만 생길 뿐 연기가 느는 건 참 더디었다. 배우에 등급을 굳이 나누자면 주연, 주조연, 조연, 조단역, 단역, 이미지단역이 있다. 최하위등급인 대사 없는 이미지 단역조차도 에이전시에서 연기 시연 영상을 요구하니 맨땅에 헤딩하는 경력 짧은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학생단편에 도전한다. 그마저도 프로필을 보낸 후 서류 합격을 하고 오디션을 거쳐 통과되어야 한다. 이렇게 어렵게 역할을 맡아도 대본리딩에 참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까지 마쳐 받은 출연료가 고작 10만원… 3일을 투자했는데 알바보다 못하다.


그래도 연기는 꼭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단 시니어 모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남에게 제대로 잘 전달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연기이다. 남에게 물건을 팔거나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 할 때, 강의를 하는 강사, 특히 정치하는 인간들은 더 더욱 필요할 것 같다. 


기존 연기자들과는 출발점이 달라 그들과 경쟁해서는 이길 방도가 없으니 다른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그들이 도외시 하는 분야가 뭘까? 내 캐릭터에 맞는 것은 무엇일까? 연기 코치나 동료들의 조언에 의하면 자신이 망가지는거에 두려움이 없으니 코믹 연기가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공중파에 개그코너가 없어져 호구지책으로 유튜버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그맨들 중 상당수가 백만명 가까운 구독자가 있는 채널로 성공을 거두었다. 개그라는 것은 연기도 필요하지만 순발력과 남을 웃겨야 한다는 마음이 커야 해서 시니어 연기자들이 쉽게 접근 못하는 분야이다. 일 년여 동안 개그채널에 매일을 수십 통 보내고 출연료가 낮아도 개그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출연하다 보니 어느덧 시니어 개그맨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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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평생 배우는 직업이라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써먹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남들이 하려는 방송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기존 배우들이 등한시하는 웹드라마(인터넷에 방송되는 드라마)를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한 달에 3-4회 정도 웹드라마에 출연 중이며(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ㅎㅎ) 그래도 현장에 가면 배우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남을 따라 하지마라


연기를 6개월 정도 배우고 전문 사진작가에게 프로필 사진을 찍은 후 프로필을 만들었다. 모델 에이젼시 100여군데를 일주일 동안 돌았고 그중 관심 있어하는 곳에 영상 미팅을 가지며 나를 알리기 시작했다. 영상미팅을 위해서는 모델로서 기본적인 포즈와 자유연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10분동안 나를 표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시니어들이 연기를 어느 정도 하면 할 수 있는 직업을 조사해보니 광고 모델, 배우, 유튜버, 강사, MC, 모바일 쇼호스트, 홈쇼핑 모델 등이 있는데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니어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반인에서 그 분야 최고 위치에 도달했는지, 또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기 위해서다. 


사람은 특별한 관계가 아닌 이상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설사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알맹이는 없고 누구나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거래할 먹거리가 필요했다. 그들에게 공유할 목적으로 시니어 유튜버가 되기 위한 내용을 요약했고 각 콘텐츠 분야별 피디들의 주소록과 전화번호를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한 후 각 분야에 선두주자인 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과 만나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남들보다 독특하거나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특하고 개성있다는건 노력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분야별 역할에 무난하게 녹아들며 맡을 수도 없을 노릇이다. 그렇다면 내가 남들보다 독특하고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뭘까?? 


내가 어느 분야에 맞는지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현장에서 일할 때 스태프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게 최고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 가면 감독에게 의례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많은 모델 중에 나를 픽 한 이유와 촬영이 끝난 후 내가 잘했던 부분을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절대로 물어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잘못한 것은 작업하는 중에 스스로 눈치 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나이에 잘못한 것을 고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에너지를 쓰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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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와 시니어 사이에 세대 갈등이 있다 보니 정부기관이나 다양한 기업에서 세대간 생각 차이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토론 프로그램은 큰 주제와 대략적인 흐름은 있지만 상세한 대본이 없다. 다행히 나는 유튜브 대본을 쓰느라 다양한 생각을 접한 경험이 있어 어떻게 말하면 임팩트가 있고 재미있는지 그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이런 프로에 자주 출연할 기회가 생겼고 게스트에서 진행자 역할도 맡게 되었으며 나만큼의 능력을 갖춘 경쟁자가 많이 없다보니 출연료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유튜버를 계기로 N잡러로서 내 영역을 넓히기 위해 시니어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접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래서 연기도 코믹 연기를 주로 하고 개그도 하며 대본 없는 토크쇼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주무기로 갖추었다. 아직은 많은 대중이 알거나 큰 돈을 벌 정도의 기회가 별로 없지만, 시니어 쇼호스트가 대세가 되어 나를 필요로 할 시대를 위해 준비 중이다. 또 내 스스로 진화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내가 뭘 하면 재미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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