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 모이고 빠져나가게 하는 나쁜 습관, 왜 생겼을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돈이 안 모이고 빠져나가게 하는 나쁜 습관, 왜 생겼을까?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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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기 위해선 4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돈을 잘 버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번 돈을 잘 모으고, 잘 지킬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잘 쓰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번 돈을 모두 써 버린다면 돈을 모을 수 없고, 지킬 돈도 없을 것이다. 


돈을 잘 쓰는 데도 능력이 필요하다. 우선 어떻게 돈을 써야 잘 쓰는 것일까. 기부와 같은 거창한 돈쓰기는 접어두고라도 돈을 잘 쓰기 위해선 우리의 감정을 잘 알아야 한다. 미래를 위해 오늘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다짐해보지만, 눈 앞에 어른거리는 달콤한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토록 다짐했지만, 여전히 실패하고 만다. 과거처럼 무심코 돈을 쓰다 보면 늘상 저축할 여력은 사라지고, 여지없이 빚만 늘어난다. 어떻게 빚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내일을 위한 저축을 늘릴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댄 애리얼리와 제프 크라이슬러가 공동 저술한 『부의 감각(Dollas and Sense)』을 탐독해 볼 필요가 있다. 애리얼리는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로, 『상식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행동경제학자다.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행동 패턴은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애리얼리 교수의 생각이다. 인간은 이성적이기에 언제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통 경제학에 반기에 들었던 노벨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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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모으려면 ‘현상유지 편향’에서 벗어나야


돈 씀씀이와 관련해서 나쁜 습관을 갖고 있는가? 돈을 지출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3가지가 있다. 즐거움, 편익, 기회비용이 그것이다. 지출에 따른 즐거움을 극대화해야 하겠지만, 기회비용과 편익도 따져보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지금 소비한 돈으로 다른 것을 했을 때 얻게 되는 편익이 기회비용이다. 지금 돈을 쓸 때 얻는 즐거움과 편익보다도 기회비용이 더 크다면 현명한 지출이라 말할 수 없다. 


나쁜 소비습관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습관의 관성’ 때문이다. 일종의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에 빠진 것이다. 과거 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가 두려운 게 인간의 본성이다. ‘현상유지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소비경험 과정에서 즐거움-편익-기회비용을 따지는 생각의 전환이 급선무다. 


또한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도록 반복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회비용이 큰 줄 알면서도 내일을 위해 저축보다 소비를 우선하는 과거 습관이 독버섯처럼 고개를 들 수 있다. 이성은 감정 앞에서 무기력하기 마련이다. 이성을 맹신하기보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게 상책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율리시스 약정(Ulysses Contracts)’에 따를 것을 주문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을 부르는 세이렌(Siren)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율리시스 오디세우스가 스스로 몸을 꽁꽁 묶어 뒀던 것과 같이 자율적인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 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잘못된 소비습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일종의 억제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율리시스 약정’은 인간이 감정에 휘둘려 수시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깨닫고, 나쁜 감정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워두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작심삼일을 차단할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과거 방식을 고집하려는 현상유지 편향에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심리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눈치채야 한다. 우리는 대개 잠재적 이익보다 잠재적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잃는 고통이 얻는 기쁨의 2배에 달한다고 행동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잃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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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도 이런 심리가 작용한다. 주식이 오를 때엔 서둘러 매도하고, 떨어질 때엔 의도하지 않게 장기 보유한다. 손해 보기를 싫어하는 감정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유지 편향과 손실회피 심리는 모두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심리에 기반한다. 어떤 것을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보다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우리 내면에 자리잡은 소유효과, 손실회피, 현상유지 편향을 직시해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지켜야 할 행동강령


『부의 감각』에서 놓쳐서는 안될 행동경제학의 지식은 바로 ‘심리 회계(Mental Accounting)’다. 돈의 속성은 천차만별이지만 돈의 가치는 동일하다. 복권에 당첨돼서 뜻하지 않게 굴러들어온 눈먼 돈, 30 여년 넘게 일해서 받은 퇴직금,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자녀의 사망보험금은 각각 우리에게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쉽게 벌었기 때문에 쉽게 써도 되는 돈, 고생해서 번 돈이기에 아껴서 노후자금으로 써야 할 돈, 자녀 사망보험금이기에 의미 있게 써야 할 돈으로 각각 회계처리가 된다는 게 ‘심리 회계’의 개념이다. 


돈을 모아야 할 인생 전반전이라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저축 친화적인 ‘심리 회계’를 작동할 필요가 있고, 인생 후반전이라면 벌어 놓은 돈을 쓸 줄 알아야 하기에 소비 친화적인 ‘심리 회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애리얼리는 ‘지불의 고통(Pain of Paying)’을 요령 있게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지불의 고통’은 소비 대가로 결제하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심리적 부담을 말한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현금으로 지불할 때 더 큰 고통이 동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저축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면 신용카드 대신 현금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게 소비를 억제하는 데 용이하다. 반면 돈을 마음 편히 쓰고 싶다면 선불(先拂) 방식이 현불(現拂)보다 낫다. 이처럼 ‘지불의 고통’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소비경험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면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리적인 소비와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심리는 바로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다. 배가 떠내려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닻을 내리듯이, 우리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이 있게 마련이다. 이때의 판단기준이 닻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판단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은 게 문제다. 과거 경험과 첫 결정이 닻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남을 따라하는 ‘군중심리(Herding)’나, 과거 자신의 행동을 무심코 반복하는 ‘자기 따라하기(Self-herding)’ 등이 대표적인 닻내림 효과에 속한다.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늘 옳다고 믿는 ‘확증편향’ 역시 이런 감정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우리가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닻내림 효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원하고, 부채의 늪에서 탈출해서 윤택한 노후를 살고 싶다면 『부의 감각』을 통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못된 심리’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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