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 판매 사업하여 겪은 위기, 그리고 기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지역 특산물 판매 사업하여 겪은 위기, 그리고 기회

글 : 김용전 / 작가 2024-06-10

필자가 화천 산골로 귀농해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동네 아우들과 고로쇠 수액 판매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던 이야기를 지난 회에 했는데 이번에는 그 과정을 약간 상세히 설명하겠다. 왜냐면 직장을 오래 다니다 퇴직한 뒤에 귀촌 했을 때 그곳에서 무언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잘 어울려 사는 제1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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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 사업의 시작


처음에 동네 아우들과 고로쇠 수액 판매 사업을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참으로 막막했다. 그러다가 창업 회사 멤버로 가서 회사를 키우던 옛날 일이 생각나서 그 경험을 살리기로 했는데 그 첫째는 브랜드 네이밍이었 다. 아우들은 ‘아 고로쇠가 다 같은 고로쇠지 무슨 이름을 붙이느냐’고 투덜거렸지만, 자료를 조사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산림청 연구팀에서 전국의 고로쇠를 지역별로 분석한 데이터가 있었는데, 울릉도에서 나는 고로쇠가 미네랄 함량이 전국 1등이었고 그다음 2등이 강원도 고로쇠였다. 그리고 울릉도 고로쇠는 이미 ‘우산(于山) 고로쇠’라는 이름을 얻고 있었다. 그렇다면 화천이 남한 지역 최북단 지역이라는데 착안해서 우리는 ‘북방산 고로쇠’라 명명한 뒤 솔직하게 우산 고로쇠 다음으로 질 좋은 고로쇠라는 점을 홍보했다. 


그러나 막상 판매를 시작해보니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었다. 즉 고로쇠 수액의 품질이 일정하지가 않은 게 문제였다. 고로쇠 생산의 관건은 날씨였다. 일단 기온 일교차가 14도 이상 나야 나무에서 수액이 나왔고 또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수액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수액을 만드는 건 나무이니 인공으로 조절할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당도가 높은 수액이 나오고 다음 날은 싱거운 수액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고객들은 달면 ‘설탕 탄 거 아니냐’, 싱거우면 ‘물 탄 거 아니냐’라고 의심하기 일쑤였다. 


이 의심을 불식시키는 데에는 정직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아우들은 당장 한두 말 판매하는 데에 신경을 더 썼지만 나는 일단 북방산 고로쇠를 먹어본 고객의 입소문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택했다. 일일이 북방산 고로쇠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담은 안내문을 동봉했고 단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명단을 축적해서 다음 해에 수액이 나오기 시작하면 안내문을 미리 발송했다. 그렇게 구매 고객이 하나둘 늘어갈 때 사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전화위복이라더니 이게 오히려 사업 성공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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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봉착한 고로쇠 수액 사업 


위기는 다름 아닌 고로쇠 수액의 과다 생산이었다. 우연히 날씨가 연속적으로 딱 들어맞아서 매일 수액이 쏟아졌는데 한 말들이 통 200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던 생산 라인에 금방 한계가 왔다. 산에서 채취한 수액을 가져다 저온 저장고에 저장해서 포장, 판매했는데 저장고에 180통 정도 재고가 쌓이자 작목반 모두가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그냥 지리산 업자들에게 도매로 넘기고 말자는 것이었는데 나는 강력히 반대했다. 어쨌든 기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하던 상품을 지리산 업자에게 도매로 넘기면 그 순간부터 ‘지리산 고로쇠’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고가 쌓이는 데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는 터라 비상 대책을 시도했다. 즉 평소 내 책에 추천사도 써 주고 홍보도 해주던 이외수 선생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당시 선생은 화천군 다목리로 이주한 상태였다.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아 그거 고로쇠는 진짜다, 가짜다, 말이 많은데...’ 하면서 잠깐 망설이더니 그래 ‘김작가를 믿고 한번 해보지 뭐’ 하더니 바로 ‘몸에 좋은 북방산 고로쇠 판매’라는 문구를 트위터에 올려줬다. 그리고 이 문구를 올릴 때 전략 하나가 더 있었는데 바로 ‘제품 수령 후 결제’였다. 그때까지는 입금을 확인한 후 물건을 발송했는데 이번에는 그 역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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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략


당시 ‘트통령’이라 불리던 선생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이후 쏟아지는 주문 전화에 거의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는데 이틀 만에 반 말짜리 360박스가 완판되어 커다란 탑차가 마을로 직접 와서 물건을 실어갔다. 특히 ‘마셔보고 결제하도록 한 작전’이 주효했다. 고객들은 이 방법을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또 고객에 대한 신뢰로 받아들여서 충성 고객이 되어 주었다. 이후 10여 년 판매를 지속하다가 작목반원 모두가 나이가 들고 해서 지금은 추억 속의 일로 남았지만, 이 일로 인해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진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혹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농산물 판매 사업을 시도하는 귀촌인이 있다면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 ‘신뢰 프로세스’를 한 번쯤 시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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