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일어나 동네를 걸어 보자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지금 당장 일어나 동네를 걸어 보자

글 : 한소원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4-06-05

external_image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끈 내용 중에 보디빌딩 대회를 휩쓴 80세 몸짱 할머니 이야기가 있다. 외신에도 소개된 80세 여성 보디빌더 임종소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모습이며 빚어놓은 것 같은 근육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젊었을 때도 운동을 좋아했으나 척추 협착증이 생기면서 재활운동으로 PT를 시작한 것이 근력운동을 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피트니스 대회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신다고 한다. 나이 때문에 뭘 못한다는 생각은 핑계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멋진 모습이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올해 계획으로 트라이애슬론(수영·사이클·달리기를 연달아 하는 복합경기로 ‘철인 삼종경기’라고도 함)을 하는 것을 정했다고 했다. 하프 코스만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수영·사이클·달리기를 연이어 한다는 게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의사였던 언니는 얼마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나이 들어간다고 움츠러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본격적으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목표가 생기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운동이 신체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은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삶의 목표를 찾게 하고, 자신감을 키우고, 사회적인 연결을 만들고, 우울증을 치료할 수도 있다. 


신체 움직임이 뇌 인지기능 높여


최근 헬스장에서 장년층과 노년층 대상 프로그램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근력운동을 하다가 아예 헬스 트레이너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스토리도 많다. 예전에 생각하던 나이 든 사람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유엔이나 WHO에서 발표하는 새로운 연령 구분에서 60세는 청년으로 분류된다. 비공식적으로 의료계에서는 노년기를 75세부터라고 본다. 나이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독립적이고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활발한 신체활동이 필수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기능이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쉽게 쇠퇴한다. 움직임 자체가 뇌를 발달시키는 것도 있지만 환경 정보를 통해 뇌가 자극을 받고 계속 활동하는 것이다. 이 환경 정보는 스마트폰에서 얻는 정보와 다르다. 나의 오감을 이용해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뇌는 그 정보를 활용해 살아남고자 한다. 뇌의 기능은 신체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감각, 인지기능은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물리적인 환경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신체가 뇌의 기능을 좌우하게 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최근 몇십 년의 연구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뇌기능과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연구에서 60세 이상 장년층의 연구 참여자들이 6개월에서 1년간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한 결과 뇌의 기억과 관련된 부분의 부피가 증가하고 기억력이 향상됐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단시간의 운동도 뇌기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실내자전거를 타는 운동도 기억과 학습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우리가 운동한 후에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실제로 뇌가 더 잘 활동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변해야 우울증이 나아진다


심리상담 이론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일 것이다. 인지적 오류를 고치고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는 심리치료 이론은 행동 활성화 치료다. 긍정 정서를 만드는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고 삶과 동기화해서 건전한 행동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기분이 가라앉으면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가는 등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활동을 한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은 활동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인해 더 기분이 가라앉는 악순환을 겪는다.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사전에 행동 활성화 치료의 이론을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우선 나를 즐겁게 하는 사소한 행동이라도 시도해 조그마한 변화의 동기를 가져 보자. 일단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고 누구라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리는 것이 좋다. 만약에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방에만 있었다면, 외출을 몇 분간이라도 시도해 보라. 공원을 산책하거나 익숙했던 장소에 가보면 기분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즐거움을 주는 행동 계획표를 만들어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생각해 보는 것은 이미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고, 긍정 정서는 숙면을 도울 수 있다. 숙면은 에너지 수준을 높일 수 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 추락하는 것을 막고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의 미래


디즈니-픽사의 2008년 애니메이션 ‘월-E’는 환경이 오염돼 아무도 살지 못하는 지구에 홀로 남은 청소로봇과 식물을 찾기 위해 지구에 온 탐사로봇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중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오염된 지구를 떠나 우주에 떠돌고있는 거대한 우주정거장 액시엄호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기술은 발달돼 있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개인용 자율주행차로만 돌아다닌다. 움직이지 않다 보니 살이 쪄서 공 같은 체형이 됐고, 걷지 않다 보니 근육이 빠져서 한 걸음 떼는 것도 힘겨운 상태가 됐다. 미국인의 비만 문제를 풍자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국적을 떠나 사람들은 편안함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몸의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것은 건강을 해쳐 더 편안함을 좇게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모빌리티 이야기가 나오면 자율주행차와 웨어러블 로봇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모빌리티의 핵심은 걸어다니는 것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이동성을 향상시키는 것과 똑같은 개념은 아니다. 2020년 1월 20일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파리 시민들이 도보나 자전거로 집에서 15분 이내에 필요로 하는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를 재편성한다는 것이다. 


external_image


미래형 도시는 걷기 좋은 도시


현재 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은 세분화를 기본으로 한다. 행정적인 지역이 있고 비즈니스를 위한 지역이 있다. 다른 쪽에는 주거지가 있고 또 다른 쪽에는 상업지가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하루의 많은 부분을 출퇴근이나 등하교 등 어디론가 이동하는 데 보내게 되며 공간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15분 도시는 사무실, 병원, 상점, 학교, 공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생태적 전환을 추구한다. 걷지 않고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아니라 걸어다닐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형 도시는 걷기 좋은 도시다. 


활발한 신체 움직임은 건강한 신체를 만들 뿐만 아니라 뇌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오감을 통해 공간 안에서 활동한다. 이동성은 사회적 연결과도 직결돼 있고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일어나 동네를 걸어 보자. 조금 더 큰 목표를 세운다면 사이클링을 시작할 수도 있고,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 받는 것을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