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할아버지, J리그 서포터가 되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할머니·할아버지, J리그 서포터가 되다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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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 우리 팀의 응원단이 돼 주세요!’


요양원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축구팀 응원단이 돼 건강과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캠페인이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젝트 명은 ‘Be supporters!’. 일본 프로축구 J리그와 산토리그룹의 건강식품 판매업체 산토리 웰니스(Suntory Wellness)가 공동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두 회사는 ‘평소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서포터가 돼 남을 도와주는 입장이 됨으로써 마음도, 몸도 활기를 되찾는 참가형 프로젝트’라고 사업을 소개한다.


2020년 12월 시작된 ‘비서포터스 프로젝트’는 현재(2023년 말 기준) 전국 160개 요양시설에서 누적 약 6000명이 참가하고 있다. 응원단은 보통 요양시설의 고령자들, 시설 관계자, J리그 클럽(팀) 회원, 지자체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응원하는 팀을 정하는 데 특별한 제한은 없다. 리그 팀의 허가도 필요 없다. 보통 요양시설이 위치한 지역 팀의 응원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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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매개로 선수도 고령 서포터도 활기 충전


주최 측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효과로 요양시설 내 이용자들 사이에 대화가 늘고 분위기가 밝아진 점을 꼽는다.


축구라는 공통의 화제가 생겨 직원들끼리도, 이용자들 사이에도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시설 분위기가 밝아지고 이용자들이나 직원들의 평소에 보지 못했던 면들을 볼 수 있어 신뢰감이 커졌다고 주최 측은 강조한다.


현지 매스컴은 지역 요양시설의 ‘Be supporters!’의 활동 사례를 잇따라 소개하고 있다.지난해 9월 일본 경로의 날. 이바라키(茨城)현 히타치(日立)시의 홍보대사인 J2 리그 ‘미토 홀리혹스’ 소속 2명의 선수가 지역 내 요양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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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화려한 볼 리프팅을 선보이고, 미토 홀리혹스 유니폼을 입은 70~90대 이용자 30명은 응원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유명 프로선수와 건강 체조, 간단한 운동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받았다. 


시설 관계자는 “코로나로 외출이 불가한 날이 계속돼 이용자들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축구 응원을 통해 유명 선수들과 교류할 수 있어 활기를 얻었다”며 좋아했다. 젊은 축구 선수들은 “요양시설은 처음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응원에 큰 용기를 얻었다. 더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9월 정기 시합을 직접 관전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J2 리그(J리그 2부)의 브라우 브리츠 아키타는 2022년 가을부터 아키다현의 7개 고령자 시설에 팀 선수들이 방문하는 ‘비서포터스’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팀 선수들이 아키타시의 종합복지의료시설을 방문해 고령자들과 교류하면서 축구 관전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요양시설 이용자들은 팀 선수들의 얼굴 사진을 붙인 부채를 만들어 선수들과 함께 시합 영상을 보면서 응원을 체험했다. 시설 스태프는 고령자들이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겨 얼굴에 활기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누굴 응원했는지 금세 잊어버리는 고령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J3(3부 리그)의 카탈레 도야마(富山)의 복지시설 응원 프로그램은 2020년 12월 생겼다. 1년 후인 2021년 참가자는 30개 시설에서 누적 1000명을 넘어섰다. 참가자 최고령은 98세.


시설에서는 라이브 중계서비스 DAZN(더즌)에 등록해 TV로 J리그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시청 넘어 ‘팬심’ 보여주는 서포터 활동


비서포터스 활동을 하고 있는 도야마시 한 복지시설 직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을 처음 들었을 때는 과연 이용자들이 호응할까 의문이 컸지만 실제 효과는 생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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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야마(荒山浩子)씨는 비서포터스 이후 요양원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내년 꽃구경은 어려울 거 같다고 했던 이용자가 응원에 참여한 후에는 원기를 회복해 유니폼을 입고 꽃구경을 다녀왔다. 또 잘 걷지도 못하는 이용자가 카탈레 도야마 선수들이 방문할 때 지팡이를 잊고 걸어서 무대 쪽으로 가는 광경에 놀라기도 했다. J리그가 쉴 때 요양등급이 3등급이던 사람이 시즌이 시작되자 건강을 되찾아 요양등급이 호전되는 사례도 있었다.”


스페인 출신 선수의 팬이 된 86세의 할머니는 생전 처음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 스페인어로 응원 메시지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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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산토리 웰니스는 요양시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참여 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응원 가이드북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준비편>에는 ▶응원할 선수 결정하기 ▶골이 터졌을 때 타월 흔드는 법 연습하기 ▶시합 플래카드로 장식하기 ▶유니폼 입어보기 ▶손장단 맞추는 연습하기 ▶응원 음식 만들기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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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 웰니스의 요시무라 연구원은 가이드북에서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서포터스의 움직임을 재현하면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며 “집단 리듬운동이 심신의 활력을 높여준다는 것, 함께 요리를 만드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 등의 정보를 참고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즐거운 추억을 기록하는 등 기억에 남기려는 행동은 뇌 기능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참고해 서포터스 일기를 쓰길 권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시합 후 감상을 SNS로 발신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서포터스’의 발기인인 전 NHK 프로그램 디렉터 오구니 시로(小国士朗)씨는 치매 고령자들이 레스토랑 서빙을 하는 기획 ‘주문이 틀리는 요리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양원의 고령자들이 축구에 이렇게 빠질 줄은 대부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무리일 것이다, 시합을 봐도 잘 모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참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유니폼 입어보지 않겠어요? 라는 참견이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오구니씨는 전했다. 


비서포터스를 함께 기획했던 게이오대학 의학부의 이토(伊藤裕) 교수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존재, 누군가와 주체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행복감이 고령자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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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오렌지그룹 대표인 베니야 히로유키(紅谷浩之)도 가이드북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야말로 사람은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다”며 “비서포터스 프로젝트는 고령자들이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다는 역할을 가짐으로써 의료나 간병만으로는 이끌어내기 어려운 마음의 에너지를 부활시킨 멋진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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