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홀로 여행 꿈꾸는 이에게 전하는 5가지 노하우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은퇴 후 홀로 여행 꿈꾸는 이에게 전하는 5가지 노하우

글 : 김동선 /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 2024-06-05



행복한 노후를 그릴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필자는 65세가 되는 해에 1년 동안 전 세계를 유람하는 꿈이 있다. 최대 15곳의 공항을 경유하며 한 방향으로만 여행하는 round the world 티켓을 구입해서, 하늘을 베개삼아 원 없이 돌아다녀 보는 것이다. 1년 동안 세계일주라는 버킷리스트 때문에 이혼도 유보한 채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하는 여행을 상상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언제 여기를 다시 오겠어?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보고 가야지”라는 나와, “여행이라는 게 쉬고 즐기자는 것이지, 무슨 유격훈련하러 온 것도 아니고, 맨날 강행군이야?”라는 남편의 반대. 평소에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던 서로의 다름이 여행지에서는 극명해질 것이다. 


여행을 갈 때, 누구와 갈 것인가는 항상 어려운 문제이다. 혼자는 자신이 없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 그렇다고 개성없는 단체여행은 질색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솔로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 인터파크 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행객 가운데 30%가 홀로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솔로여행은 남자(45%) 보다 여자(55%)가 더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의 해외여행 붐을 조성하는 데에 젊은 여성들의 솔로여행이 한 몫 한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여행하려면 대문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범죄와 테러, 유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질서와 쾌적함이 있는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솔로가 아닌 사람들은 같이 여행가기로 한 파트너가 바빠서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혼자라도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은 인생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밖에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보았다. 여행의 열정과 동기가 사라지기 전에 혼자라도 길을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여행은 혼자가 되는 연습이다. 혼자인 여행은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하다. 혼자서 놀고, 밥 먹고, 계획하고 움직인다. 기차를 놓치거나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거나 이런 저런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기대하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리고, 오감을 동원해서 주변을 탐색하고 교통, 숙소 가격 정보를 찾는 등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두뇌를 풀가동하게 된다. 




혼자 여행이 익숙하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혼자 온 것을 후회하고, 움츠러들고 쉽게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길 위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여정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마음의 근육이 길러지고, 혼자서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홀로여행은 노후를 위한 연습이 될 수도 있겠다. 의외로 많은 중년의 여성들이 홀로 여행을 떠나는데, 이들이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혼자가 되고 싶어서’란다. 남편과 자녀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오면서 사라져버린 나의 꿈과 스토리를 찾기 위해서, 양보와 배려로 살다 보니 주장이 사라지고 의존적이 돼 버린 스스로를 바꿔보기 위해서 여행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나에게도 몇 번의 혼자만의 여행 경험이 있다. 물론, 일본이나 북유럽 등 비교적 안전지대만 골라서 다녔다. 또 자료 조사나 학회 참석 등을 겸해서 여행을 하는 편이다.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되는 블레이저(business+pleasure) 또는 워케이션(work+vacation)에 해당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혼자 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이, “혼자서 씩씩하게 여행을 잘 하는군요”라고 감탄할 때, ‘아, 나도 점점 혼자 여행의 달인이 되어가는군’ 뿌듯함을 느꼈다. 


내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홀로여행 노하우를 정리해 보았다. 




1. 목표 정하기. 

‘그 곳에 가고 싶다’가 아니라 ‘그 곳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그 곳에 가서 누구를 인터뷰하겠다는 것이 많았다. 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듣고 싶은지를 미리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여행 계획은 주로 이메일로 약속 잡는 것으로 시작된다. 각자 자기만의 여행 목표를 찾아보자. 문학을 좋아한다면 ‘그 곳’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흔적을 찾아보거나, 취미가 있다면 관련된 박람회, 엑스포, 페어등 참가가 목표가 될 수 있겠다. 여행가이드북이 알려주는 3박4일 코스를 따라가거나,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따라 하는 여행에서 점차 자기 색깔을 찾는 여행을 해 보면 좋겠다. 


2. 혼자 여행의 가성비 높이기. 

최근에 혼자서 쓰시마를 다녀왔다. 여행사가 제시하는 1박2일 패키지 비용은 20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나의 경우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차량 렌탈, 숙박료, 입장료 등에서 단체할인이 없으니 가성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절약하는 방법은 없을까? 홀로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일정을 혼자서 할 필요는 없다. 유럽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은 ‘유랑’이라는 카페를 이용해 여행지에서 한국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여행지의 맛집에서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거나, 또는 여행지에서 차량을 공유하는 식으로 홀로여행의 애로사항을 해결한단다. 최근 인기있는, 해외결제 수수료를 싹 걷어낸 트래블체크카드, 비싼 로밍요금 대신 유심과 이심(E-sim)등 알뜰 여행 정보를 잘 활용해 보자. 


3. 혼자 식사하기. 

여행지에서 혼밥하는 것이 불편해서 먹는 재미를 포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나도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호텔방에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북유럽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여기에 동양인은 나 하나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되자, 키가 크고 잘 차려입은 금발의 남녀들이 자기들끼리 어울려 식당에 들어가는데, 여행객 차림의 나는 꾸어 논 보릿자루 행색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담아 빈 테이블에 앉았지만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음식이나 핸드폰으로 피신하는 대신 여유있는 척 주위를 관찰했다. 테이블을 찾던 두 명의 남자들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 미소에 낚여서 나와 합석하게 됐고, 두 사람으로부터 북유럽의 의료제도와 병원 실태에 대해 듣게 된 것은 그날의 가장 큰 수확이 됐다. 홀로여행을 하자면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참, 이때 깨달은 것은, 여행을 갈 때에는 좋은 옷 한 벌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




4. SNS를 통해 한국의 지인들과 연결돼 있기. 

평소에는 SNS에 자주 포스팅을 하는 편이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면 왜 그리 올리고 싶은 사진과 이야기가 많아지는지... ‘지금 여기 스톡홀름이에요’, ‘어제 오덴세에 도착했어요’라고 소식을 올린다. 그러면 국내의 지인들이, ‘내가 잘 아는 A교수가 그 곳에 교환교수로 가 있어요. 만나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라거나 ‘그 곳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니, 꼭 찾아가 보세요’, ‘우리 아들이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어요. 아들더러 안내를 하라고 할까요?’등 쪽지가 날라 온다. 그래서 한국에서라면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현지에서 접선이 이루어지고, 현지의 깨알 정보를 듣거나 현지인만 가는 맛집을 안내받는다. SNS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은 이런 장점이 있지만 익명의 사람들이 보는 SNS 포스팅이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도 필요하다. 특히 숙소 정보나 개인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5. 풍경보다 재미있는 것이 사람. 

우리는 혼자가 되기 위해서 여행을 가지만, 여행지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애용하는 편인데,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야 말로 최고의 여행가이드이다. 한 번은 여행 성수기에 네덜란드 암스텔담에 가게 됐다. 내 예산으로는 호텔에 숙박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젊다면 여러 명이 방을 사용하는 유스텔을 겁낼 이유가 없지만 나이가 많다 보니 낯선 사람과 방을 공유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 됐다. 내가 고른 호스텔은 다행히 여성전용 2인실이었다. 룸메이트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30대 이민노동자. 고향에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그녀는 따뜻한 사람 같았다. 여행노독으로 지친 나에게 과일을 나눠주고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를 걸어왔다. 처음에는 독일 가정집에서 일을 했는데, 집주인이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어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까지 왔다는 것이다. 해외 이민자들의 애절한 사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여행지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길을 알려주는 현지인, 기차를 기다리면서 배낭여행자들끼리 나누는 채팅 등,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을 열고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시도하면 의외로 좋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문화의 차이로 인해 실수를 하거나, 어색해지거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어느 지점이 안전한 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글로벌에티켓을 배우게 된다. 참, 여행지에서의 뜻밖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 나는 한국에서 뱃지, 캔디 등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서 간다. 


홀로여행이 처음부터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을 이기는 근육이 생긴다.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을 때, 타인도 불편하지 않게 된다. 혼자 여행의 고수가 된다면, 그때는 누구와 여행을 다녀도 감당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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