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그만 둔 회사, '다시는 안 본다!'고 말하면 안되는 이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욕하면서 그만 둔 회사, '다시는 안 본다!'고 말하면 안되는 이유

글 : 김용전 / 작가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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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러이러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거나 ‘그러그러하면 내 성을 갈겠다’라거나, ‘그쪽으로 돌아서서는 오줌도 안 눈다’라거나, 아주 심하게는 ‘그러면 내가 사람의 자식이 아니다’까지 결기에 찬 맹세의 워딩이 차고 넘친 다. 그러나 경솔한 맹세는 처신에 족쇄를 채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직, 퇴직, 귀농, 이민, 이혼 등 내 인생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을 때 순간의 고조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맹세를 하는 일들이 많은데 주의할 일이다. 


필자도 고교 교사를 하다가 창업 회사로 가서 20여 년 헌신한 끝에 매출 3천 억 자회사 13개의 규모로 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팽당할 때, ‘나 이제 모든 걸 다 버리고 농사지으러 간다. 다시는 이 회사 쪽으로 오줌도 안 눈다’라고 맹세를 치고 나왔다. 그러나 그 맹세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니 시작은 술이 문제였다. 이곳 화천 산골로 귀촌해서 몇 해 지난 어느 겨울, 동네 아우 들과 같이 술을 마시다가 문득 ‘아 우리가 겨울이라고 이렇게 술이나 축내면 어떡해? 아무리 추워도 가계에 도움이 되는 일도 해야지!’라고 맏형다운 한마 디를 던졌다. 그러자 옳다느니 아니라느니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 자, 중 구난방으로 떠들지 말고 한 사람씩 겨울에도 돈 버는 방법이 있나 말을 해봐’ 하고 화두를 던졌다. 그러자 갑자기 한 아우가 ‘아 지리산에서는 고로쇠를 채 취해서 팔잖아요. 우리도 그거 하면 될 거 아닌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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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얼떨결에 ‘아 니 우리 마을에도 고로쇠나무가 있어?’ 했더니 ‘아 이 형님이 왜 이러셔? 우리 나라 고로쇠나무의 50%가 강원도에 있어요!’란다. ‘아니 그럼 수액을 진즉부터 채취해서 팔지, 왜들 이러고 있어?’ 했더니 ‘그거 채취하면 형님이 팔아줄 거 요? 판로가 있어야지, 판로가!’라는데 정신이 맑았으면 ‘아 그렇구만’이라고 잠 시 뜸을 들였을 거다. 그런데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라 나도 모르게 ‘판로? 그거 내가 책임지지. 내가 이래 봬도 창업 회사 가서 15년 만에 전국에 347개 지점을 만들고 나온 사람이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아우들은 신이 났다. 술 깨어 보니 그 날로 벌써 여섯 명의 고로쇠 작목반이 결성되어 있었고 말릴 겨를도 없이 일사천리로 산림청과 계약한 뒤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찬바 람 부는 겨울 산에 오르는 게 아닌가? 바위 절벽에 미끄러져 가며 고로쇠나무 에 수액 채취용 구멍을 뚫는다고 난리를 치고 일주일 뒤에는 해발 700m 산에 서 마을까지 호스가 연결되었다. 날씨가 풀리자 수액은 어김없이 쏟아지기 시 작했다. 술자리 말 한마디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으 랴? 수액을 담은 한 말짜리 저장 통이 저온 저장고에 쌓여 나가자 아우들이 나만 쳐다보는데, 빨리 팔라는 것이다.


다시는 안 보겠노라고 인연을 다 끊다시피 하고 귀농했건만, 달리 팔 곳이 없 으니 어쩔 것인가? 할 수 없이 회사 동료나 후배들한테 전화를 걸어서 ‘고로 쇠를 사 달라’고 통사정했다. 그러자 ‘아니 이사님, 시골 가서 농사지으며 글 쓴다고 하더니 웬 고로쇠 장사를 하십니까’라는 걱정스러운 핀잔도 듣고, ‘아, 이 세상에 진짜 고로쇠가 어디 있다고 이러십니까? 이사님 전화 고마 하이소!’ 라는 문전박대도 많이 받았다. 그런 가운데에도 우군이 있어 판로를 점점 넓혀 가던 중에 진실로 힘든 순간이 다가왔다. 지점장들이야 인지상정으로 사주었지 만, 한 사람 한 사람한테 소량 판매를 하자니 너무 비능률적이라 본사에 대량 으로 판매를 하면 좋겠는데 오너한테 ‘나쁜 놈’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나왔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 당시 정말 절실히 깨달았다. 살면서 함부로 맹세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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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 자세로 완전히 꼬리를 내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너스레를 떨어서 회 사에서 단체 주문을 받아냈는데 그 속이야 오죽했겠는가? 물론 법은 멀고 주 먹은 가깝다고 하듯이 정의와 양심은 쓰고 돈은 달콤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나만 쳐다보는 아우들의 눈망울이 없었다면 절대로 항복 선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8년간 고로쇠 장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없다. 아무리 줏대를 세웠어도 세 불리해서 고개를 숙여야 할 때는 미련 없이 고 개를 숙이는 것이 현실적 처신임을 깨달았고, 무엇보다도 본인은 ‘이걸로 끝이 다’라고 결심해도 인생은 그 결심과 상관없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연달아 만 들어 내므로 ‘다시는 안 본다’ 식의 극단적 맹세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사 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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