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불만을 얘기했다가 그만두시면 어쩌죠?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4-05-02
To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그만 두실까봐 걱정하는 B씨에게
부모님께서 가까이 사시면 자주 찾아뵐 텐데 멀리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신다고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B씨가 얼마나 얼마나 마음을 졸이실지 걱정이 됩니다.
먼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요양보호사를 보낸 센터와 대화를 다시 해보는 겁니다. 장기요양보험에서는 등급을 받으면 센터와 계약을 할 때 서비스 계획세우기를 하는데요, 서비스의 범위에는 가사노동 지원, 일상생활 지원, 신체활동 지원, 정서지원, 인지지원 등이 들어갑니다.
B씨 어머니께서는 주로 일상생활 지원과 병원 동행이나 외출이 포함된 개인활동 지원, 하루 드실 반찬 준비 지원 등이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요일별로 나누어서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아래 표와 같이 요일별로 돌봄 내용이 달라지는 겁니다.
한 선생님께만 부탁해도 되고, 가능하다면 말벗이 특기인 선생님을 소개받아서 이틀을 오시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두 분 선생님을 모시는 것이지요. 물론,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저는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돌봄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을 둔 가족분들이 "우리집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TV나 핸드폰만 봐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 많습니다. 요양보호사를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로 볼 때 그런 해석이 나오기 쉽습니다. 저는 그럴 때 돌봄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머니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TV만 보는 그 시간에도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정서적 지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저의 '돌봄 해석'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관계도 있습니다. 물론 딸이 곁에 있으면 어머니는 더 좋으시겠지요. 대화 소재가 다양하기도 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 듣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아픈 남동생의 아이들과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 『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가 있다.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마르코폴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