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살(Live) 권리를 산다(Buy)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내 집에서 살(Live) 권리를 산다(Buy)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컨슈머마켓부 기자 2024-04-18

치솟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는 사람들의 뉴스가 잇따른다. 전세 사기를 당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피해자의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일련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방법이 무엇일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어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영화 또한 현실의 거울 역할을 하는 매체로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주거 형태를 고민해왔다.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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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Mr. 폭스

번듯한 집에 살고 싶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주인공 미스터 폭스(목소리: 조지 클루니)는 인간이 운영하는 농장을 털어 생계를 유지하는 여우다. 어느 날 임신한 부인(메릴 스트리프)에게 다른 삶을 살기로 약속한 것을 계기로 그는 도둑질을 끊고, 칼럼니스트가 된다. 여우력으로 12년(인간 기준 2년)이 흐르고, 미스터 폭스는 예전보다 덜 쫓기며 살게 됐지만, 삶에 만족하지는 못한다. 지금 사는 집에 있을 때면 어쩐지 가난한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는 자기 벌이로 감당하지 못할 멋진 나무집을 사게 되고, 연간 9.5%라는 고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살게 된다. 다시 도둑질에 손대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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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이 영화는 여우들의 삶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생각해보게 한다. 여우와 오소리, 비버 등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동물은 인간처럼 입고 다니고, 공부하고,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인간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들을 등장시킴으로써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애초 출발선이 다른 인생을 묘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반칙하지 않고는 다른 인간과 같은 페이스로 살 수 없는 삶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닭과 오리를 키우며 부유하게 살아가는 영화 속 인간들은 애초 물려받은 게 많은 삶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여우들의 도둑질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다만,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번듯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누군가에게는 쉬운 목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방법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꿈이 되는 사회의 구조를 사유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판타스틱 Mr. 폭스>를 볼 수 있는 OTT: 디즈니+,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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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 우리 아파트만 남았다


영화 속 황궁아파트는 선망되는 아파트는 아니었다. 구축에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보금자리로서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옆 아파트의 일부 주민은 황궁 주민들을 은근히 차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반이 뒤집힐 정도로 강력한 대지진이 발발한 이후 상황이 반전된다. 도시에 멀쩡히 서 있는 건물이 황궁아파트밖에 남지 않게 되자 누구든 입주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아파트가 된다. 이것은 부동산 가치의 중요한 원리를 보여준다. 그 아파트가 얼마나 넓은지, 최신 설비를 갖췄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적 입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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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아파트 주민 입장에서는 아파트에 머물고 싶어하는 외부인들을 보는 심경이 복잡하다. 외부인들을 아파트 안에 받아들여주면 황궁 주민들이 쓸 수 있는 자원도 더 빨리 소진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세상으로 내친다면, 그 자체로 사형 선고가 된다. 모두 우왕좌왕하던 시기에 주인공 영탁(이병헌)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아파트의 혼란을 수습한 뒤, 황궁아파트를 외부인으로부터 차단한다. 그러나 영탁의 리더십은 공포 정치로 변질해 간다. 주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도 외부인이 될 수 있단 가능성에 두려워 떨게 된다.


영화의 설정은 매우 극단적이지만, 최근 사회 현실과 비교하며 볼 만하다. 집을 살(buy) 여건이 안 되는 사람도 살아갈(live) 권리는 가지고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부정당한 사람이 늘어나면 결국 사회 불안이 커져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티빙, U+모바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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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풍선에 매달아 날아간 노인


집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집에는 부족한 나를 받아주던 부모와 형제, 배우자와 자녀의 기억이 묻어 있다. 힘든 하루 속에 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그곳이 대궐처럼 넓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도 다르지 않다. 세상의 대부분 공간에 우리가 입장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지만, 나의 집만큼은 자격을 물어보지 않는다. 집은 내가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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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업>은 평생을 사랑한 아내와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집을 지키려는 노인의 이야기다. 아내와 사별한 뒤 의지할 곳이 없었던 그는 집에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하자 집에 풍선 수만개를 달아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평생의 꿈으로 품어왔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업>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하나는 우리가 집에 매달리는 건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집을 대하는 마음이 집착으로 변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그런 얽매임에서 벗어날 방법이 존재할 수도 있음을, 영화는 훈계조가 아닌 방식으로 다정하게 제시한다.  


<업>을 볼 수 있는 OTT: 디즈니+

 


*감상 가능한 OTT 정보는 3월 22일 기준으로,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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