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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티지 와인의 시작

글 : 박찬일 / 로칸타 몽로 셰프 겸 음식 칼럼니스트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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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와인을 원한다. 보통 우리는 와인 생산지를 구세계와 신세계로 나누곤 한다. 구세계란 와인의 발상지로 보이는 중근동, 지중해 권역을 포함하여 유럽 여러 나라를 말한다. 특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 유명하고 대량 생산국에 속한다. 신세계는 알다시피 새롭게 유럽의 포도품종을 이식하여 대량 생산에 성공한 나라와 지역을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칠레, 미국이 그 주역이다. 


각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는 주로 쉬라즈라 불리는 시라, 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 칠레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유래의 국제 품종들, 미국 역시 비슷하게 최근에는 고급종인 피노 누아가 주목받았다.


메리티지 와인의 탄생과 배경 


이런 신세계는 결국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국제 품종을 많이 길렀다. 이 품종들은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종주국에서 와인 제조에 적합한 검증을 거친 점이라는 게 가장 컸다. 높은 당도와 타닌, 향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낸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피노 누아, 시라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신세계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도 대부분 유럽 이주민이거나 그 후손이었다. 결국 현존하는 전 세계의 가장 고급스런 와인은 물론 대중적인 와인도 사실상 이 품종이 장악하게 된다.


미국은 신세계 와인의 핵심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칠레가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고급 와인이 출현한 빈도와 숫자도 미국이 높고 그 역사도 길다. 우리는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을 알고 있다. 1976년, 파리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과 보르도 고급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 캘리포니아가 레드, 화이트 모두 1등을 한 충격적인 사건을 말한다. 이후 미국 와인은 변방에서 일약 세계 와인 무대에 나갈 자신감을 얻었다. 물론 미국 와인이 현재와 같은 비싼 가격, 고급화의 절정을 이룬 것은 1990년대 이후다. 


미국은 주로 유럽 품종과 생산기술을 써서 고급 와인을 만들어왔지만 기본적으로 법령이나 품질 표시, 등급제는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라벨에 품종 이름을 크게 쓴다거나(프랑스 등급제도인 AOC는 지역명을 중심으로 표기하며 몇몇 하위 등급 외에는 품종 표시를 전면 레이블에 하지는 않는다), 포도 블렌딩, 숙성 등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미국다운 결정이었고, 그것이 미국 와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 와인은 새로운 제도, 이름을 획득하려는 노력도 많이 했다. ‘기왕이면 유럽 대륙과 다른 제도를 쓰고, 우리 와인의 독자성을 높이자’는 기치를 내건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메리티지(Meritage) 와인이다. 소노마밸리, 나파밸리 등의 와인 생산자가 모여서 협회를 결성하고 메리티지 와인이라는 이름을 내걸게 된다. 메리트, 헤리티지의 합성어다. 이들은 프랑스 메독식 블렌드 와인(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등의 품종을 배합하는 것)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와인을 심사하여 메리티지 와인이란 이름을 라벨에 쓸 수있도록 한 조치였다. 이것이 1988년의 일이다. 이후 메리티지 회원 가입사는 크게 늘어나서 400여 개를 넘나들고 있다. 


메리티지 와인의 규정과 해석 


메리티지 명칭 제도에는 몇 가지 규정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식 규정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베르도, 카르메네르 등의 전통적인 프랑스 품종을 두 가지 이상 섞되, 한 품종이 90퍼센트를 넘지 않아야 한다(형식적인 배합이 아니라 보르도식으로 실제적인 배합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의도다). 화이트도 마찬가지로 이런 규정을 갖고 있다.


메리티지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메리트는 결국 미국적인 ‘가성비’의 장점을 은근히 내세우는 것이었다. 프랑스산 고급 와인이 100이라고 할 때 같은 품종 배합을 한 비슷한 품질의 미국 와인은 10이나 20이면 살 수 있다는 것이 1980년대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물론 요즘 미국 고급 와인은 프랑스 고급 와인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꽤 많다.


헤리티지는 프랑스식 전통으로 품종, 배합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식의 헤리티지를 만들었고 만들어갈 것’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건국 역사가 짧은 미국이 여러 분아에서 의외로 헤리티지란 말을 많이 쓴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 의도가 상통한다고 하겠다. 


가장 유명한 메리티지 와인은 역시 오퍼스 원이다. 미국의 와인 갑부이자 파이오니아 격인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이며 와인 상업자본가인 바론 필립 로쉴드(샤토 무통 로쉴드 생산자)가 합작하여 만들어냈다. 그밖에도 최근 한국에 많은 메리티지 와인이 수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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