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의 밀월과 중국의 질투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북러의 밀월과 중국의 질투

글 : 곤도 다이스케 / 출판업체 고단샤 중국 대표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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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48년 건국 이래 대부분의 시기를 유라시아 대륙의 두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기대어 살아왔다. 언제 어느 때 원수인 미국에 두들겨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1년 말 김정은 시대를 맞이하면서 러시아에도 중국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력갱생’의 길을 걷고자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로 어이없이 좌절되며 다시 경제적 궁지에 빠졌고,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는 점점 악화됐다. 하지만 2022년이 되면서 ‘광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러시아는 당초 단기전으로 생각했지만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점차 무기가 부족해졌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에 가세한 나라는 이란과 시리아 정도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강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러시아의 눈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한 나라가 들어왔다. 구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보유 및 생산하고 있는 북한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전환


과거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첫 취임 이후 당시 김정일 체제였던 북한을 방문했지만 심각한 빈곤을 목격하고 북한과 얽히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도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이고 실의에 빠진 김정은이 졸라대는 바람에 푸틴이 악수해 준 것에 불과했다. 김정은도 푸틴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염증을 느껴 정상회담 후 예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국제 관계는 상황에 따라 급변한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머리를 숙이는 외교를 할 수 있는 푸틴의강점은 북한을 향했다. 이제 푸틴이 ‘제발 무기를 팔아 달라’며 김정은에게 고개를 숙일 차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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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3일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이 희망했던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누이 우주기지에서다. 평소 지각하는 버릇이 있던 푸틴이 이날은 제 시간에 도착해 우주기지 앞에서 김정은의 도착을 기다렸다. 그리고 김정은을 태운 차가 도착하자 함박웃음으로 맞이하고 악수를 나눴다. 40초 동안이나 김정은의 손을 놓지 않은 일화도 남겼다. 또한 자신의 전용차에 김정은을 동승시키며 후하게 대접했고 약 5시간 동안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굵직한 논의도 마무리했다. 앞으로 러시아는 ‘우호가격’이 아닌 ‘국제가격’으로 북한에게서 탄약과 총, 미사일, 무인 드론 등 대량의 무기와 병기를 살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비롯해 핵과 미사일 기술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2017년 12월의 유엔 결의 위반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한 러시아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많은 국민이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지난 9월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측에 식량 원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은 그런 냉혹하고 무자비한 북한 독재자의 태도를 매우 믿음직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북러의 연대를 바라보는 중국


북러 정상회담 두 달여 만인 11월 21일, 북한은 세 번째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푸틴은 곧바로 김정은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푸틴 대통령 뒤에 김정은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는 점이다. 중국이 멈칫하는 사이에 러시아와 북한이 밀월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대해 질투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강한 의심이 배경에 깔려 있다.


지난 1월, 북한의 최선희 외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면담을 가졌다. 목적은 푸틴의 방북 일정을 의논하는 것이었다. 방북은 4월이나 5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은 질투와 의심의 눈초리로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볼 것이다. 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까지 도달하는 핵탄두를 실은 ‘전술 핵공격 잠수함’의 도입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대북 영향력이 약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또 중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를 대비해 그 전에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불러 뭔가 논의를 할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만남이 성사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2019년 1월 이후 다섯 번째 방중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푸틴, 시진핑, 트럼프 등 세계 3대국의 정상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인기가 치솟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트럼프가 첫 번째, 두 번째는 푸틴일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의 질투심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북중러의 향방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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