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기업 DJI와 왕타오의 집념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드론 기업 DJI와 왕타오의 집념

글 : 샹제(商界) / 중국 경제지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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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뉴욕에서 DJI의 신제품 ‘팬텀3’ (Phantom3)의 발표가 있었다. 뜻밖에도 CEO 겸 CTO 왕타오는 참석하지 않았다. “제품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왕타오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일화다. 지나칠 정도의 완벽주의자 성향과 수직선을 그리는 DJI의 성장률은 12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만들었다. 왕타오가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까지의 여정은 마치 드라마와 같다. 


하늘을 향한 꿈의 시작


왕타오의 꿈은 빨간 헬리콥터의 모험담을 그린 만화 ‘머리 좋은 아빠’(动脑筋爷爷)를 본 후 시작됐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 모형과 관련된 책을 읽느라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원격 조종 헬리콥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늘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그는 모든 걸 제쳐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결국 목표한 성적을 달성했고, 원격 조종 헬리콥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원격 조종 헬리콥터에 푹 빠져 있던 어느 날 비행 도중 배터리가 방전되며 추락해 버린 일이 있었다. 왕타오는 제조사를 통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체도 쉽지 않았다. 망가진 헬리콥터를 보면서 모형 비행기가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고 가격도 비싸며, 수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훗날 DJI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학 입시를 마친 후, 왕타오는 화둥사범대학(華東師範大學)의 전자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과 공부와 꿈이 일치하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하고자 하는 일과 점점 멀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학업을 통해 사고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주도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법은 대학 밖에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둥사범대학을 중퇴하고, MIT나 스탠퍼드 대학과 같은 명문 대학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왕타오는 드론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지만, 명문 대학들은 대학 성적이 좋지 않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홍콩과기대학(香港科技大學)이었다. 그곳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학업에 열중했고, 헬리콥터 비행 조종 프로젝트를 졸업 논문 주제로 선택해 1만 8천 홍콩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2명의 동급생과 함께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나 졸업 프로젝트 제품은 공중에 체류하는 시범을 보이다 추락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왕타오의 관점에서 볼 때 비행장치가 떨어지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락은 그의 인생과 사업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DJI 창업과 막다른 골목


왕타오의 졸업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홍콩과기대학의 로봇공학과 리저샹(李澤湘) 교수는 왕타오의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왕타오가 일반 학생과 다른 점, 특히 리더십과 기술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은 점을 좋게 평가했다. 당시 졸업 점수에 겨우 도달한 왕타오를 구제하고 자신의 대학원생이 될 것을 권유했다. 또그가 창업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왕타오와 같은 모험가가 너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저샹은 “왕타오의 졸업 프로젝트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며, 각종 기술과 자원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공학 교육의 또다른 핵심이었다. 통상 졸업 프로젝트는 교수가 질문하고 학생이 대답한 후 마지막으로 성적을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주인 의식이 없었고 정체성과 성취감도 부족해서, 창업과 같은 보다 높고 깊은 탐구 영역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2006년 왕타오는 2명의 친구와 선전의 20제곱미터가 채 안 되는 사무실에서 DJI를 설립했다. 이 당시 선전은 글로벌 제조업의 중심이었다. 화챵베이(華強北) 지역에서 필요한 부품을 모두 찾아 수동으로 조립한 후, 자신의 비행 조종 시스템을 적용하여 드론의 안정적인 비행을 구현했다. DJI는 DIY 드론 제품으로 수익을 냈지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는 오래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드론의 활용 범위가 작아서 일주일에 3일 일하고 2일은 쉬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 시기는 왕타오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이기도 했다. 처음 그와 함께 DJI를 설립했던 두 친구는 떠났고, 경험이 없는 3~4명의 직원을 데리고 헬리콥터 비행 조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왕타오가 조달한 초기 20만 위안의 자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손으로 만든’ 비행 조종 시스템에만 의존하여 돈을 벌고 있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DJI는 작은 공방처럼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왕타오는 당시 팀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전혀 몰랐다. 보통 저녁 11~12시에 출근해 영감이 떠오르면 아무 때나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지어 그는 ‘시간대별 보고서’를 쓰게 하면서 매시간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도록 했다. 나중에 왕타오는 인터뷰에서 ‘나는 완벽주의자라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마찰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마찰로 설립 초기의 DJI가 거의 해체될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26세에 불과했던 왕타오는 재미없고 답답한 창업 생활을 견딜 필요가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엔지니어, 어머니는 교사로 가정 환경도 좋았다. 고향인 항저우에서 그의 배경은 최고 수준은 아니더라도 먹고살 걱정 없이 평생을 지내기에 충분했다.


2007년이 되자 회사에는 경리 한 명만 남았다. 결국 그는 하얼빈공대 선전연구소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었던 리저샹을 찾아가 대책을 구했다. 리저샹은 훗날 이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왕타오의 직원들은 회사 물건을 외부로 가져가 판매했고, 뇌물을 받고 회사 장비를 다른 이들의 테스트에 사용하게 했다. 왕타오는 이들을 고소하려 했지만 변호사는 70만 위안의 비용을 요구했다. 왕타오가 어디서 70만 위안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니광난(倪光南)은 “성공하기 전에는 모두 돈키호테로 여겨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왕타오는 돈키호테와 극히 닮아 있었다.


조력자 리저샹


왕타오는 완벽을 추구하고, 리저샹은 적절히 타협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왕타오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리저샹은 인재와 자원을 조달했다. 게다가 리저샹은 창업 경험이 있었다. 그가 이전에 창업했던 구골테크(Googol Tech, 固高科技)는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의 고속, 고정밀 모션 컨트롤러 공급업체였다. 그는 왕타오가 마주친 장애물을 하나씩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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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리저샹의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투자에 깊이 참여했던 퓨처 캐피털(Future Capital, 明勢資本)의 파트너 황밍밍(黃明明)은 리저샹이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과 현실 감각을 갖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늘 흰 셔츠, 작업복 바지, 낡은 배낭을 메고 나타나 과학자가 아니라 선생님 같았다.” 이 ‘선생님’은 왕타오를 실패의 벼랑 끝에서 되살렸다. 


리저샹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도와 문제를 분석하고 사람을 찾아주었으며, 돈을 구해 주었을 뿐이었다”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사람을 찾아주었다’는 말은 2007년 졸업을 앞둔 하얼빈공대 선전연구소의 1기 학생들을 DJI에 참여시켰던 것을 가리킨다. 또 ‘그에게 돈을 구해주었다’라는 말은 2008년 상반기 리저샹과 하얼빈공대 로봇 분야의 젊은 교수였던 주샤오루이(朱曉蕊)가 함께 100만위안을 투자했던 사실을 가리킨다. 주샤오루이 역시 자연스럽게 DJI의 수석 과학자가 되었다. DJI는 그때부터 정상 궤도에 올랐고, 중국 스마트 제조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하늘의 개척자로 발돋움하다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DJI는 헬리콥터 비행조종 솔루션인 XP2.0 버전을 출시하고, DJI 최초로 가시 범위를 벗어나는 비행 조종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사람의 조종 없이 공중에 떠 있도록 만드는 XP3.1 비행 조종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같은 해에 자동 전동 무인 헬리콥터 모델 EH-1도 출시하고, 원촨(汶川) 지진 재해 지역에 팀을 파견하여 구조대원이 도로를 찾아 재해지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해 주었다. 


XP3.1의 비행 테스트는 에베레스트 북쪽 경사면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km 떨어진,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베트 룽푸사(絨布寺)에서 진행되었다. 인류 사상 최초로 공중 로봇을 사용하여 해발 5천m 에베레스트에서 비행과 항공 사진 촬영 테스트에 성공한 것이다. 에베레스트호라 명명된 이 무인 헬리콥터는 약 1km의 제어 반경에서 반자동 원격 조종 비행을 수행할 수 있고, 10km 조종 범위 내에서 완전 자율 비행도 가능했다. 


이 비행 조종 장치를 기반으로 DJI는 1년에 400만 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 DJI와 같은 소형 공방형 모델은 수익성이 높았지만 활용도는 낮았다. 주로 국영기업의 결정권자를 위해 시연용으로 쓰인 후 방치되곤 했다. 


왕타오의 말을 인용하면, 그것은 ‘쉽게 버는 돈’(easy money)이었다. 테크 기업을 위한 일종의 국가 지원금으로, 왕타오는 이렇게 버는 돈이 회사의 비전을 망칠까 두려웠다. 그래서 이런 자본 조달 방식을 반으로 줄이고, 스스로 완벽하게 만족할 때까지 비행 조종 제품을 개선하는 데 몰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선보인 것이 해외 진출의 문을 열어준 최초의 상업용 제품인 에이스 원(Ace one)이다. 


DJI의 해외 진출은 뉴질랜드 에이전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에이전트는 1개월 동안 200개의 짐벌(Gimbal, 수평유지장치)을 판매했는데, 95%의 고객이 짐벌을 프로펠러가 여러개 달린 다축 비행장치에 설치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매월 판매하고 있는 수십여 개의 헬리콥터 비행 조종 시스템은 고객이 직접 부품을 찾아 DIY로 조립하고 코드를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사용 경험과 제품의 신뢰성이 좋지 않다는 정보였다. 하지만 이 정보는 오히려 왕타오에게 다축 비행장치의 성공 잠재력을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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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상업용 완제품 드론의 탄생


DJI는 완제품을 만든 세계 최초의 드론 제조사이기도 하다. 기술에 집착하며 개선점을 찾던 왕타오는 안정성, 선명도, 전송거리 등 3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도록 지시했다. DJI의 후속 제품 라인업은 이때의 지시를 바탕으로 전개되었다. 여기에서 3대 문제는 DJI의 3대 기술인 짐벌, 항공사진 촬영, 전송 시스템이다. 이 3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과거 비행 조종 시스템에 투자한 경험을 더한 것이 다른 라이벌이 DJI를 쫓아올 수 없게 만든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드론 완제품이 탄생하기 전, 당시 DJI의 한 임원은 회사 내부에서 2가지 선택지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첫째는 DJI가 비행 제어를 하나의 핵심 부품으로 간주하고 계속 부품을 판매하거나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둘째는 완제품을 만들 경우 날개가 고정되어 있는 고정익으로 할지, 아니면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멀티콥터를 만들 것인지였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결정이 어려웠고, 완제품을 제작하는 것은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DJI는 멀티콥터 드론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멀티콥터 제품은 한 지점에서 머무를 수 있고 조작이 간편하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나 측량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2013년 1월, 상업용 멀티콥터 제품인 팬텀1(Phantom1)을 정식 출시했다. 팬텀1은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고 본체와 조종기가 간결하게 세팅되어 있으며, 소프트웨어까지 갖춘 완제품이었다. 이전에 소비자들은 한 회사의 프레임에 다른 회사의 짐벌을 장착하고, 다시 다른 비행 컨트롤러를 선택하는 DIY 멀티 드론을 사용했다. 하지만 DJI는 이를 모두 한 장치에 탑재한 것이다. 또한 제품 디자인에도 역량을 쏟아부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다. 모터 등과 같은 부품을 자체 제작한 덕에 DJI의 제품 판매가를 1천 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 모든 조건이 드론 매니아들에게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당시 DJI 내부적으로는 출시 이후 첫 달 3천 대 주문을 예상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 주문량이 1만 대를 넘어서면서 DJI는 드론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DJI는 팬텀1의 성공에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에 카메라 일체형 드론인 팬텀2를 선보였다. 팬텀2는 2014년 타임지가 ‘올해의 10대 테크 제품’으로 선정하며 세계적인 제품임을 입증했다. 이후 ‘빅뱅이론’, ‘S.H.I.E.L.D’ 등 미국 인기 TV 시리즈에도 등장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팬텀의 성공에 대해 왕타오는 “반드시 통합형 제품을 만들어야만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선점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왕타오와 DJI의 황금 시대


2014년은 DJI의 화려한 도약기였다. 드론의 개념이 주목을 받던 시기로 벤처기업, 상장회사, 투자자가 물밀듯이 진입하고, 산업 체인의 업/다운 스트림이 번창하고 있었다. 이 드론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이 바로 왕타오와 DJI였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당시 홍콩 특별행정관 런춘잉(樑振英)은 선전의 DJI 창업자 왕타오를 만나 3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이 성장할 때 홍콩과기대는 무엇을 해 주었나?”, “창업하면서 선전은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만약 홍콩이 선전의 기존 조건을 갖출 경우, DJI를 홍콩으로 옮길 수 있는가?”.


세 번째 질문은 예민한 문제였다. 왕타오는 확실히 대답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공급망이 선전에 있고, 가장 우수한 엔지니어들도 선전에 있다”고만 답했다. DJI는 설계를 하고, 나사 하나도 아웃 소싱을 통한다. 이는 현재로서는 선전에서 DJI가 성공할 수 있고, DJI도 선전에 머무를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파트너 모리츠(Moritz)도 투자에 대해 논의하면서 “DJI가 세쿼이아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투자자들이 자신을 부각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흔히 던지는 질문으로, 정부 관계, 시장 확대, 인재 채용 등사업 실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되는 주제를 논할때 나오는 이야기다. 왕타오의 답변은 동행한 다른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로봇 대회를 만들고 싶은데 세쿼이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 DJI는 멀티 항공 촬영 드론으로 변신하려는 초기 단계에 있었고 팬텀2를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투자회수율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로봇 대회 개최를 고집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1년 후 DJI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로봇 대회인 로보마스터(RoboMaster)를 정식 개최했다. 


“우리는 현실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 행사 자체가 엔지니어와 발명가들의 향연이다. 예능과 스포츠 스타는 많지만, 비즈니스에 성공해서 스타가 된 사람은 없다. TV를 켜도 엔지니어와 발명가가 스타가 될 수 있는 무대는 찾지 못했다. 로보마스터가 국민 아이돌을 만들고, 스티브 잡스와 같이 존경받는 발명가와 기업가를 탄생시키면 좋겠다.” 왕타오는 개최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결국 DJI는 2013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2억여 달러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세쿼이아 차이나는 2억 위안을 지출해서 DJI의 지분 2%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


2018년 4월, DJI는 입찰을 통해 10억 달러의 자금 조달 준비를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일정 비율의 비수익 D타입 보통주(실질적인 무이자 채권) 청약을 신청하도록 요구했다. 가혹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입찰에 100여 개에 달하는 기관이 입찰을 신청했고, 청약 금액은 DJI가 계획한 금액의 30배를 초과했다. 투자 열기가 지나치자 멀티 라운드 입찰을 통해 투자자를 선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몇 년 동안 DJI의 매출액은 수년간 배로 늘었고, 순이익의 복합 성장률이 70%가 넘었다. 


하지만 한때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입찰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DJI에 불만을 품고 있다. 여전히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들과 거의 소통을 하지 않는데다 상장 소식도 들리지 않아서다. 또 미국 시장에서 DJI가 철수하고, 본사를 시안으로 이전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DJI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DJI의 수석전략총괄이자 대변인인 장샤오난(張曉楠)은 SNS를 통해 “DJI의 본사는 광동성 선전에 있고, 산시성 시안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 전 세계 사용자가 모두 중요하며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도 없다”라고 밝혔다. 


DJI는 보란듯이 거액을 투자하여 땅 값이 비싼 선전시 난산(南山)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고도 200m가 넘는 비대칭 현수식 철골 구조 건물인 DJI 본사는 6개의 거대한 정방형 유리 블록이 바깥으로 뻗어 있는 두 개의 나무 줄기와 닮았다. 두 건물은 24층에서 깃털 형태의 고공 케이블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다. 새 본사로 이전한 후, 왕타오는 “우리는 6년간 공들여 이 ‘DJI 스카이시티’(大疆天空之城)를 건설했다. 업무 공간의 업그레이드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꿈과 추구하는 바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 같지 않다.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DJ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지만, 산업 규제와 비행 금지 등의 원인으로 사업 매출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DJI가 지난 수년간 성장 곡선을 그리며 사업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제2의 DJI를 만드는 시간


방대한 기술과 최고 수준의 R&D 역량 및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가진 DJI는 어떠한 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16년에 이미 자회사인 DJI오토모티브(大疆車載)를 설립해 자율 주행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DJI 오토모티브는 자동차 브랜드 구축을 위해 DJI의 스마트 공간 기술, 자율 주행 컨트롤러, 운전자 행위 인식 및 사전 경고 시스템 등과 같이 자체 개발한 핵심 부품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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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폐쇄 구간 도로 테스트를 실시했고, 2018년에는 선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 네트워크 차량 테스트 라이센스를취득한 후 다양한 도로에서 대규모 테스트를 시작했다. 2019년에는 정식 양산에 들어갔고, 같은 해 12월에는 자동차 스마트 제조 센터를 최초로 건설하고, 폭스바겐 그룹 및 SAIC-GM-Wuling(上汽通用五菱)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또한 DJI가 인큐베이팅한 ‘가성비 기업’이라 불리는 공간인지 레이저 라이다 개발 업체 라이복스(Livox)와 함께 공급망 체계와 제조 리소스를 통합한 저가형 레이저 레이더 솔루션을 출시했다. 


현재 DJI 오토모티브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형 자율주행 제품은 D80, D130 등이다. L2 등급 주행 보조 기능과 ACC 자동 크루즈, 자동 차량 추적, 자동 주차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고, 시스템 작동에 있어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 L2 등급은 고속도로에서 차량 및 차선을 인식해 간격을 유지하고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한 단계를 말한다. D80+, D130+는 레이저 레이더와 운전자 행위 인식 및 사전 경고 카메라, 4개의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더해졌다. 


DJI의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심층 개발 전략은 드론 시장보다 더욱 방대한 상상의 공간을 열고 있다. DJI가 과거에 드론을 개발하며 축적한 센싱, 포지셔닝 등과 같은 기술은 자율 주행 분야로 쉽게 이전될 수 있다. 특히 센서, 컴퓨팅 파워, 알고리즘, 데이터는 자율 주행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형성한다. 특히 DJI오토모티브는 기술력과 브랜드 영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글로벌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 가장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DJI 오토모티브의 최초 양산형 자율 주행 솔루션인 ‘링시’(靈犀)는 2023년형 바오쥔(寶駿)의 KiWi EV 모델에 탑재되어 2022년에 출시되었다. 7월 27일에는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을 ‘청싱’(成行)이라 명명하고 정식 발표했다. 이 명칭에는 유연한 배치와 우호적인 진입 장벽, 높은 품질을 통해 사용자에게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DJI 오토모티브의 철학이 담겨 있다.


9월에는 바오쥔의 링시 모델 2개를 공식 출시했다. 그중에서 바오쥔 클라우드 460 Pro 링시 버전의 판매가는 12만 5,800위안, 460 Max 링시 버전은 13만 3,800위안이다. 바오쥔 클라우드의 링시 버전에는 SAIC-GM-Wuling과 협력하여 개발한 ‘링시 자율주행 2.0’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이 시스템의 기능은 DJI 오토모티브의 청싱 플랫폼을 통해 지원된다. 모두 DJI 오토모티브가 가성비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현재 신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전통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DJI 오토모티브는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최초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례가 될 것이다. 한 투자자는 DJI 오토모티브가 두 라운드의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 가치가 15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신에너지 시장에서 왕타오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제2의 DJI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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