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 시대의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 차이를 만든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기하급수 시대의 네트워크 효과가 기하급수적 차이를 만든다

글 : 아짐 아자르 / 실리콘 밸리 연쇄 창업가, 벤처 투자자, 기술 칼럼리스트, <2040 위대한 격차의 시작>의 저자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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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자본의 집중’(Centralization of Capital)이 화두다. 2024년 3월 현재 미국의 거대 테크 ‘매그니피선트 세븐’(Magnificent Seven, M7)의 시가총액이 주요 나라를 능가한다.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 등 7개 종목이 세계 증시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비이성적인 쏠림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증시에서 이성적인지, 비이성적인지 따지는 일 자체가 공허하다. 버블이 되풀이되는 현실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한다고 해서 이 같은 현상이 금융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왜 글로벌 자본이 M7에 쏠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생산적이다. “2040 위대한 격차의 시작”(The Exponential Age: HowAccelerating Technology is Transforming Business, Politics andSociety)을 쓴 아짐 아자르를 화상으로 인터뷰한 이유다.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고맙다. 우문(愚問)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기술은 당신에게, 특히 당신의 이론적 프레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요즘 기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하얀 상자에 들어 있는 무엇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LG 헤드폰이나 아이폰 등이다. 하지만 기술은 헤드폰이나 아이폰보다 훨씬 심오하다. 아주 근본적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습득하고 집대성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디바이스, 서비스로 바꿔놓은 지식이다.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방식으로 뚜렷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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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기술은 도구나 디바이스인데, 당신은 ‘아주 근본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배치되는 말로 들린다.


내가 “2040 위대한 격차의 시작”에서 말했듯이 요즘 사람들은 기술이 무엇인지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은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를 바꾼다. 기술이 산업구조를 바꾸면, 경제를 변화시킨다. 경제를 변화시키면 노동자와 고용주의 관계도 바뀐다. 노동자-고용주 관계가 바뀌면 정치가 표현되는 방식도 변한다. 책을 통해 사람들이 다음 혁신을 뛰어넘어 기술의 깊은 측면을 이해하도록 돕고자 했다. 


듣고 보니 책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말이 떠오른다. 바로 “기술은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한국 독자를 위해 무슨 뜻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보자. 삶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이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 기술에는 중요한 디자인 결정이 들어 있다. ‘결정’이란 말 자체가 트레이드오프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것을 하기로 했다면, 그 결정엔 편익과 동시에 비용이 따른다. 어떤 결정이든 비용 부담이 어디로 가고, 누가 편익을 누릴지가 정해진다. 기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바로 18~19세기 잉글랜드에서 기계화가 시작됐을 때 이익과 생산성이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늘어난 이익은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기술이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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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경 설명은 다 마친 듯하다. 이제부터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논의했으면 한다. 이른바 M7 종목이 글로벌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핵심 개념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기하급수의 시대’ 와 ‘기하급수적 차이’ 등이다. 기하급수의 시대는 기술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우리가 컴퓨터와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제조업 부문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30~40% 정도씩 내려가고 있다. 기술은 우리가 최근 100년 사이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경제를 바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을 기하급수의 시대라고 했다.


기하급수적 차이란 무엇인가. 기하급수 시대가 낳은 결과인가?


기하급수 시대가 낳은 일종의 ‘불평등’이다. 기하급수적 차이는 디지털 등 새로운 기술이 옛날 것과는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승자를 낳는다. 이는 곧 과거의 패자가 생긴다는 것뿐 아니라, 기술이 우리 일상 생활에 미치는 방식이 (옛 기술과는) 아주 달라진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제조회사인 LG화학 같은 예를 들어보자. 이런 분야의 경제 원리에 따르면 한계수확이 체감한다. 달리 말해, 비즈니스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이 더 성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하급수 시대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이 더 커진다. 투자자들은 이미 기하급수의 시대의 기하급수적 차이를 인식했다. 그래서 돈을 기하급수적 차이를 누릴 수 있는, 이른바 M 7 종목에 쏟아부었다.


기하급수적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다면 한계수확 체감의 법칙은 기하급수의 시대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특정 시장(부문)의 옛이야기다. 자동차와 청량음료 등의 시장을 보면, 가장 큰 기업이라고 해봐야 시장점유율은 30% 또는 40% 수준이다. 탄산음료 시장의 경우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은 51%이고, 2등인 펩시는 38% 수준이다. 간단히 말해, 소매유통 등 전통적인 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아주 파렴치하게 영업하지 않고 또 독과점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시장점유율이 95%까지 되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웹 검색과 SNS, 온라인 유통, 호텔 예약 등의 디지털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의 시장점유율이 75%, 80%, 90%, 95% 정도 된다. 한국 밖의 디지털 지형을 보면 2등 기업의 이름을 떠올리기 어렵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공유하는 SNS 가운데 2등은 어느 기업인가?


책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하나 더 발견했는데, 바로 슈퍼스타 기업이다. 슈퍼스타는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선도 기업일까?


슈퍼스타 기업은 시장점유율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그 회사에 가서 직접 둘러볼 때 눈에 띄지 않는, 무형의 자산에 많은 투자를 했다. 기술과 데이터 브랜딩 측면에서, 그 무형의 자산은 그 회사가 갖고 있는 실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업의 고객과 그 고객들이 보이는 행태에 관한 데이터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놀라운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지형을 바꿔놓을 수도 있고 고객의 행동양식을 아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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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플랫폼 기업이 기하급수의 시대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했는데, 투자자를 위해 다음 슈퍼스타는 어떤 기업일지 귀띔 좀 해주면 좋을 듯하다. 


이미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해 앞으로 찾아올 변화에서도 생존력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플랫폼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다. 이 회사는 당신도 알다시피 AI시대에 맞는 최고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든다. 그런데 애플처럼 엔비디아도 플랫폼 성격을 갖고 있다.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그래픽 칩에 맞는 소프트웨어(앱)를 개발할 때, 쿠다(CUDA,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라는 개발 툴을 쓴다. 그래서 쿠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워야 한다(쿠다는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이용해 병렬연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엔비디아가 개발∙배포했다).


쿠다가 그토록 강력하다니 놀랍다.


쿠다를 쓰는 법을 알게 되면, 엔비디아 시스템을 다시 사용하고 싶어한다. (쿠다-엔비디아 GPU 사이에는) 일종의 에코 시스템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생태계가 구글이나 애플만큼 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비디오 세계에서는 위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처럼 기본적인 출발점이 컴퓨팅 파워이기 때문이다. 요즘 구글은 인간보다 컴퓨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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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내가 보기에 이미 슈퍼스타다.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후보가 있다면? 


바이오 분야에서 슈퍼스타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30년 사이에 의학계가 유전자 암호를 깬 덕분에 우리는 바이오 산업 등을 정보기술 산업으로 전환해 왔다. 앞으로 네트워크 효과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회사 속성을 가지고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바이오기업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몇몇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 스타트업 단계지만, 바이오 분야에서 빅 위너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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