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 끝이 아니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가 끝이 아니다!

글 : 대니얼 그로스 / 보코니 대학 유럽 정책연구소 소장. IMF, 유럽의회 등에서 근무. 등을 집필.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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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투자 심리는 급변하는 모습이었다. 1년 넘게 지속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관심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가 아니라 인하 시기 자체로 바뀌었다.현재 미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때만큼이나 빠르게 하락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상태다.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확실히 잡혔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먼저 인플레이션이 증가한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답은 뻔할 수 있다. 2022~23년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아졌는데,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는 외부 요인,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및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대충만 보더라도 이 설명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 에너지 및 공급 부족 문제는 단기간에 마무리됐다. 원유 가격은 불과 몇 달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고,팬데믹 직후 뚜렷하게 나타났던 공급 부족 현상은 2023년에 접어들면서 해소됐다. 시장에 이러한 충격만 발생했다면, 물가는 급격히 상승했다가 빠르게 하락하여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2022년 당시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에너지와 일부 상품 가격은 다시 하락했지만, 다른 부문의 물가는 대체로 계속 상승했다. 특히 서비스업은 대부분 노동 투입이 필요하고 주로 에너지 가격이 아닌 임금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가격은 계속해서상승 중이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중앙은행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는 주로 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한 다른 물가가 하락해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및 중앙은행 관계자는 모두 임금을 낮추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임금의 하방 경직성은 중앙은행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러한 논리로 설명이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몇 년간 미국의 서비스 물가는 매년 2~3% 정도 상승했지만, 내구재 가격은 매년 소폭 하락해 연평균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8년과 2013년처럼 유가가 여러 차례 급등하는 기간에도 이 같은 ‘안정적이지만 완만한’ 서비스 인플레이션과 소폭 하락하는 상품 가격의 조합이 지속된 바 있다. 따라서 최근 2022~23년 7% 가까이 급등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유가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확실히, 유로존 전체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가격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급등했다. 이후 하락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두 배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난방뿐 아니라 많은 산업 공정,식품 제조,숙박과 같은 서비스 비용도 상승했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 충격은 유럽의 소비 바스켓(consumption basket, 구매력 평가를 위해 공통적으로 지정한 몇 가지 재화와 서비스) 내 여러 구성 요소, 특히 식품과 일부 서비스 가격에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후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지만 서비스 가격은 함께 떨어지지 않았다. 작년에 유로존에서 발생한 6%p의 ‘디스인플레이션’ 중 서비스업으로 인한 하락분은 1/4도 채 되지 않았다.반면,미국의 서비스 부문 물가상승률은 약 5%에 달하고 있다.


합리적 부주의


이제 궁금한 것은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처음에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하는 전통적인 궤적을 따랐지만 왜 서비스 부문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일 것이다. 그중 설득력이 있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합리적 부주의’라고 부르는 현상에 근거한 설명이다. 합리적 부주의란 인플레이션이 낮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합리적 경제주체들이 가격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그 결과 2019년까지와 같이, 에너지 가격이 완만히 등락을 거듭하더라도 임금과 에너지 이외의 상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균형은 에너지 및 기타 중요한 투입 요인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무너진다. 2022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이를 촉발한 지정학적 사건과 더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팬데믹 이후의 수요 급증 및 공급망 붕괴로 인해 중고차 등 크게 눈에 띄는 품목들의가격이 몇 달 만에 50% 가까이 급등했고,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업과 근로자가 인플레이션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면, 더 잦은 제품 가격 인상 및 임금 인상 요구가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이 에너지와 자동차에서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중앙은행, 특히 유럽중앙은행은 2022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러한 인식 변화를 뒤늦게 깨달았으며, 유가 관련 다른 주요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던 지난 10년간의 긍정적 경험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몇 달 동안 2%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목표, 즉 노동자와 생산자가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지 않는 경제를 달성하는 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직면한 과제는 디스인플레이션 경쟁의‘라스트 마일’인 ‘3%에서 2%로의 인플레이션 낮추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내일 다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걱정을 버릴 수 있도록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2% 라는 목표는 결승선이 아니다. 새로운 마라톤의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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