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었대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우리 할머니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었대요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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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이 장안의 화제다. 일본 전역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고 그래서 가장 잘 팔리는 실버 센류.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를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 또 내 친구들은 어떤 노년을 살 것인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바로 시 한 수를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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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처음 이 책 내용을 보았을 때 상큼, 발랄하게도 노년기를 표현할 수 있음에 반가웠다. 출판사 서평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나 가는 길을 걷는 일이다. 

기쁜 일로만 가득한 건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울퉁불퉁한 길이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시의 구절처럼 

나이를 먹었기에 보이는 풍경도 분명 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초고령 사회의 축소판이자 메시지집이다.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이른바 실버 세대인 어르신과의 생활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에 더해 독자들의 리뷰도 줄을 잇는다. 재미있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하는 센류에 웃으며 공감했다는 리뷰가 넘쳐난다. 


창작활동은 노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노인들은 왜 센류를 썼을까. 올해 일흔아홉인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엄마의 어렸을 적 꿈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고 싶었는데 할아버지의 반대로 꿈이 좌절되자 무용하는 친구의 공연에 가서 꽃다발을 가져다줌으로써 무대를 밟아보았다는 에피소드를 자주 들려주셨다. 엄마는 일흔여덟에 꿈을 이루었다. 영화 <딸에 대하여>에 엔딩에 출연하면서 꿈을 이룬 것이다. 수많은 스탭과 함께 영화를 찍는 엄마의 모습은 당당하고, 밝고, 건강해보였다. 나는 엄마 곁에서 엄마의 시들어가는 표정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노인의 삶에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노년의 삶을 얼마나 다채롭게 하는지도 깨달았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에 담긴 센류를 지은 노년의 작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상에서 건져올린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시를 짓는 것은 현재의 기쁨이자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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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노인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엄마는 작년에 당신의 버킷리스트 중에서 몇 가지를 이루셨다. 첫 번째는 바닷가에 간 것이다. 과거 친구들과 놀러갔던 바닷가를 언급하며 바닷가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차가 없는 나는 들어들일 수 없는 소원이었다. 가족 단톡방에 이 사실을 공유했다. 주말에 손녀딸이 할머니를 모시고 인천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할머니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엄마의 버킷리스트는 조카딸이 했던 속눈썹연장술이었다. 엄마도 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하루종일 누워만 계셨던 엄마에게 ‘속눈썹 연장술’을 하러 가자고 말하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힘겹게 외출복을 갈아입으셨지만 흥분된 느낌이 전해져왔다. 오후의 햇빛 좋은 어느날 내가 예약한 곳에 엄마의 휠체어를 끌고 속눈썹연장술 가게로 향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에서 읽었던 센류 한 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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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할 일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유지를 하는 것이다. 나도 엄마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이 소중한 존재로 느껴질 때 딸에게 하는 말, 고마워라는 말이 나오도록 돌보기, 그리고 ‘맛있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읽고 추가 사항이 생겼다. 하루에 한 번 엄마를 웃겨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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