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개봉한 영화 ‘덤 머니(dumb money)’는 3년 전 개인투자자와 헤지펀드의 대결로 미국을 뒤흔들었던 ‘게임스탑(GameStop)’ 주가 폭등 사태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동일한 소재로 넷플릭스에는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 게임스톱 사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와 있는데 이 사건을 3편에 걸쳐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체 어떤 사태였기에 할리우드와 OTT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것일까.

포모증후군이 부채질한 주가 폭등

게임스탑은 미국의 유명 비디오게임 전문 소매기업이다. 넷플릭스로 인해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졌듯, 게임스탑도 모바일 게임 확산과 함께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헤지펀드는 게임스탑 주식을 공매도 했기에 주가 상승이 요원해 보였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게임스탑이 저평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대량 매수를 인증한 개인투자자의 라이브 방송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고,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효하는 냥이(roaring kitty)’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 개인투자자는 주식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의 인물이 되어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떠올랐다. 당시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였던 무료주식투자 앱 로빈후드의 인기도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부채질했다. 주가가 불붙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가 상승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대세 주식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개인투자자의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 주가폭등을 부채질했다. 그 결과 하루에 주가가 100%가 넘게 상승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1600%가 넘게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2020년에 3달러도 되지 않던 게임스탑 주가는 2021년 1월 말 최고 480달러를 넘기도 하며 과열이 절정에 이르렀다. 게임스탑 주식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를 당해내지 못해 결국 파산했고, 이 대결의 핵심 역할을 했던 개인투자자 ‘포효하는 냥이’는 큰 돈을 벌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누가 돈을 벌었을까?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포효하는 냥이’처럼 돈을 벌었을까. 사태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변동성이 심했던 구간에서는 하루에 100%가 넘게 오르기도 하지만 100% 떨어지던 날도 있었던 만큼 누군가는 시장의 끓어오르는 온도에 화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자에 대한 공고한 원칙이나 전략 없이 과열된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되면 대중의 움직임에 휩쓸려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덤 머니’에서는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았는데 시장에 승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은 전재산을 날린 개인투자자 사례를 보여주며 과열된 시장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투자 정보를 판별하는 지혜

SNS가 발달한 오늘날 투자 정보는 실시간 쏟아지지만 믿을 만한 정보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판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당분야의 진짜 전문가가 아님에도 많은 팔로워에게 영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도 크게 늘어났다. 다른 투자자의 새로운 관점에 귀기울여 보는 것은 투자자의 시야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투자 정보 습득 과정이 특정한 채널이나 인물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투자를 실행할 때, 다수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신중한 검토 없이 성급히 투자결정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위 ‘핫’ 하다고 불리우는 영역에 들어설 때에는 본 게임(game)에 들어서기 전에 잠시 멈춰(stop)보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