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조용한 진격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BYD의 조용한 진격

글 : 샹제(商界) / 중국 경제지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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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지난 20년간 전기차 시장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로 대표되는 창청자동차(長城汽車 GWM) 그룹과 어려운 경쟁을 하며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다렸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신에너지의 시대가 열렸고, BYD는 2023년 8월, 500만 대의 신에너지 자동차를 출고했다. 이는 창청자동차 SUV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BYD는 이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선두주자 테슬라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BYD와 테슬라의 가격 전쟁


2019년 BYD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45만 대에 불과했다. 신에너지에 집중하고 있었던 BYD는 당시 판매량이 하락했을 뿐 아니라, 테슬라에 추월당해 글로벌 전기자동차 분야 1위라는 지위도 잃었고 연간 순이익도 16억 위안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BYD의 회장인 왕촨푸는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 개발에 84억 위안을 투자했다. 왕촨푸가 BYD에서 행한 가장 큰 도박이었다. 당시 신에너지 보조금 축소로 불확실성이 업계에 지배적일 때 BYD의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였다. 


BYD는 2003년부터 자동차와 부품 생산을 시작했다. 2005~2008년에는 사출 성형 내장재, 자동차 조명, 페인트 등의 생산 라인을 잇달아 증설했다. 2010년까지 BYD 산하의 부품 공장은 1백 곳이 넘었다. 유리와 타이어 등을 제외하고, BYD는 거의 모든 자동차 부품을 취급한 것이다. 당시 BYD는 도요타를 제외하고 리튬 배터리와 자동차 제조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회사였다. 


전체 산업체인 구축의 이점은 분명했다. BYD는 자신이 구축한 산업 체인에 의지해 낮은 원가를 유지하면서, 신에너지 기술을 통합해 더욱 발전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위를 차지하려면 그만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했다. 신에너지 시대의 기술 발전은 BYD가 보유한 전체 산업체인에 새로운 기술을 요구했다. 신기술 연구 개발은 2021년까지 10년 넘게 진행되었고, 회사의 발전은 약 10년간 정체되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BYD 자동차 판매량은 줄곧 40만~50만 대 수준에 머물렀고, 2021년에는 71만 대를 판매했지만 순이익률은 겨우 1.4%에 불과했다. 다행인 건 BYD의 최대 경쟁자인 테슬라도 신기술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3년 왕촨푸는 “테슬라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테슬라가잘해야 우리도 혜택을 본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BYD와 테슬라는 산업체인을 업스트림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목적은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지향점은 다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칩, 배터리, 모터, 차체, 전자와 전기적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집된 회사로 묘사하는데,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일 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업이기도 하다. 아울러 업계 선두주자로서 산업체인의 업스트림 분야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BYD는 핵심 부품의 생산을 통합해서 생산 원가를 최대한 낮춘 부품을 다른 신에너지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와 BYD가 가격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두 기업 모두 산업체인에 대한 점유율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1위 자리를 내준 창청자동차


지난 8월 BYD는 선전에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 전시장을 마련했다. BYD 외에도 이치훙치(一汽紅旗), 둥펑란투(東風嵐圖), 상치페이판(上汽飛凡), 창안선란(長安深藍), 창청하푸(長城哈弗), 광치아이안(廣汽埃安), 지리지커(吉利極氪), 치루이제투(奇瑞捷途), 웨이라이(蔚來), 리샹(理想), 샤오펑(小鵬)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함께 전시되었다. 그리고 그 뒤를 비추는 전광판에는 ‘중국 자동차는 함께할 것이다’는 심오한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많은 자동차 기업이 SNS를 통해 화답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었다. 


창청자동차의 CTO 왕위안리(王遠力)는 소셜 미디어에 BYD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중국 자동차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가? 우리는 경쟁 현실을 직시하고 도덕적 규율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함께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법적으로 공방하면서 친선을 이야기하는 형식적 관계는 원치 않는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의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 말로만 뭉치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차라리 싸우고 난 뒤에 뭉치자고 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창청자동차와 BYD가 업계 선두 자리를 바꾸는 데에는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위기감에 휩싸인 창청자동차는 2023년 4월, 생태환경부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공업정보화부에 BYD의 ‘친(秦 QIN) PLUS DM-I’와 ‘송(宋 SONG) PLUS DM-I’의 연료탱크가 차량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BYD는 창청자동차가 제출한 차량은 테스트 버전으로, 엄격히 말해 테스트 차량은 고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모든 형태의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밝혔다. 창청자동차의 문제 제기에 대해, 많은 이들은 ‘창청의 스케일이 작아졌다’고조롱 섞인 댓글을 달았다.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창청자동차의 판매량이 줄어 댓글대로 스케일이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7월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26만 1,100대였지만 창청자동차는 10만 9,100대에 그쳤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6월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의 생산량은 378만 8천 대 판매량은 374만 7천 대다. 상반기 BYD판매량은 125만 대를 초과하며 시장점유율 1/3을 차지했지만 창청자동차는 상반기 51만 9,200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연간 목표의 32.5%만 달성한 수준이다. 


신에너지 시대에 접어든 이후 창청자동차는 조직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하발(Haval, 哈弗), 웨이(WEY, 魏牌), 오라(ORA, 歐拉), 탱크(Tank, 坦克), 픽업(Pickup, 皮卡), 샤롱(Salon, 沙龍) 모델마다, ‘독자 브랜드 기업화’를 내세웠다. 또한 오프로드 모델인 탱크를 웨이(WEY) 브랜드에서 분리했고, 주력 모델로 고급 전기자동차 모델인 샤롱(Salon)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발, 웨이, 오라, 탱크, 픽업, 샤롱의 6대 핵심 브랜드를 구축해 재도약을 노린 것이다. 오라와 탱크는 여성과 오프로드 시장을 겨냥했고,원래 든든한 수요를 갖고 있던 하발, 웨이, 픽업, 샤롱을 하이엔드로 포지셔닝해 새로운 구매 수요를 찾았다. 당시 창청자동차는 다시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개편이 회사 내부의 소모를 가중시키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회사의 주력 제품인 하발(Haval) H6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7월 하발 H6 판매량이 1만 7천 대에도 못 미치며 판매 순위 7위로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각 제품 시리즈의 복잡한 모델명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중국 SUV 시장에서 85개월 연속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국민차’로 불렸던 효자 모델의 추락이다.


BYD가 바꾼 중국 자동차 시장 


BYD와 테슬라가 선도하는 가격 경쟁의 압박에 직면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회사들은 성공을 위해 많은 모델을 출시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어떤 모델이 인기가 있을지는 확률 싸움이기 때문에 메이저 회사는 여러 차종을 동시에 출시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위험을 회피하려 한다. BYD는 2023년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여성과를 올리고 있다. C, B, A급부터 A0급까지 모델 확대 전략은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수년간 준비하고 축적한 경험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하면서, 웨이샤오리가 메이저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 직면한 스트레스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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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BYD의 가격 전쟁에서 피해를 입었던 기업 중 하나가 웨이샤오리(蔚小理)이다.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웨이라이(蔚來), 샤오펑(小鵬), 리샹(理想) 자동차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웨이라이는 -11만 8,900위안, 리샹은 -1만 5,200위안, 샤오펑은 -7만 5,700위안이었으며, 이익률을 보면 웨이라이는 -29.55%, 리샹은 -4.48%, 샤오펑은 -34.02%를 기록했다. 


과거 웨이샤오리는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BYD 산하의 덴자(Denza, 騰勢), 양왕(仰望) 등과 같은 브랜드가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 중이고, 벤츠, BMW 등과 같은 기존 고급 브랜드 자동차도 신에너지 자동차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창안(長安), 광치아이안(廣汽埃安), 창청(長城), 지리(吉利) 등과 같은 브랜드도 신에너지 제품 라인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아직 연간 이익도 달성하지 못한 웨이샤오리는 1~2개 모델이 실패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실적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품 평균 가격이 가장 낮은 샤오펑(小鵬)도 인기 모델을 출시하지 못할 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작년 4분기 샤오펑의 고가 모델인 G9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자, 약 반년 동안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겪었다. 어쩔 수 없이 폭스바겐과의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7억 달러를 긴급 수혈하여 생존에 대한 압박을 그나마 덜수 있었다. 


웨이라이(蔚來)는 평균 단가와 원가도 가장 높으며, 브랜드와 서비스에서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웨이라이 역시 손실이 심각했지만 회사 대표 리빈(李斌)의 자금 조달 능력으로 올해 6월 한 중동 투자기관이 약 11억 달러를 투자했다. 웨이라이는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의 5개 유럽 국가 주요 도시에 공인 서비스 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22년과 2023년에는 독일 베를린과 헝가리 부다페스트 2곳에 R&D 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총 4곳의 R&D 센터를 구축하여 해외시장을 향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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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리샹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추가해 수익성을 달성했다. 리샹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28.1% 성장했고,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01.6%, 전월대비 64.6% 증가하여 23억 1천만 위안의 순이익을 남겼다. 제품에 배팅한 전략이 통한 결과 시가총액이 이미 웨이라이의 2배, 샤오펑의 3배가 넘는다. 


머스크도 인정한 BYD


수년 전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웃으며, “BYD 차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BYD에 좋은 제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머스크는 “그것은 수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BYD 자동차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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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테슬라 배터리 공급망의 일부로 참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BYD는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바탕으로 삼원계 리튬 배터리보다 비용 면에서 우위를 갖는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2020년 3월에 선보인 ‘못 관통 테스트’를 통해 소비자와 업계에 블레이드 배터리의 우수한 안전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 테스트는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이런 논란 또한 BYD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블레이드 배터리 외에 DM-i 슈퍼 하이브리드, e플랫폼 3.0, CTB 배터리 차체 통합 등의 기술은 모두 BYD가 가진 비장의 무기이다. 뿐만 아니라 매일 평균 19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15건의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지속해 왔던 기술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는 중이다. 


BYD는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을 제치고 판매 1위로 등극했다. 3년 후 테슬라를 다시 추월해 글로벌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전국 BYD 매장의 영업사원들이 고객에게 “아직 차가 출고되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려 주세요”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볼 때, BYD의 목표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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