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80대 거장들의 신작, 공통점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동서양 80대 거장들의 신작, 공통점은?

글 : 김봉석 / 작가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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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개봉하여 일주일 만에 1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41년생이다. 그보다 1주일 먼저 개봉한<플라워 킬링 문> 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1살 어린 1942년생이다. 80세가 넘은 미야자키와 스 콜세지 감독은 여전히 뛰어난 작품을 연출하며 현역으로 왕성하게 뛰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전작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 에 만든 작품이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마히토 의 신비한 모험을 그렸다. 11살의 마히토는 공습을 피해 아버지와 함께 지방으로 이주한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새엄마는, 엄마의 동생 나츠코다. 치정 소설의 막장 설정 같지만, 형이 죽 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거나 아내가 죽고 처제와 결혼하는 행태는 근대까지 종종 있었다. 어머니가 자란 오래된 고택에는 집안일을 하는 일곱 명의 노파가 있었고, 마히토를 아끼며 정 성스레 돌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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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히토의 마음은 복잡하다. 나츠코를 지칭할 때,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만 말한다. 살 갑게 엄마라고 부르거나, 애정을 표하지 않는다. 예의를 갖추고 성실하게 대할 뿐이다. 도시에 서 내려온 전학생에게 시비를 거는 시골 친구들과 싸우고 하교하는 길에, 마히토는 자해를 한 다. 학교에 가지 않고 쉬는 마히토는 불만스럽고, 뭔가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만이 가득하다. 혼란스러운 마히토에게 왜가리가 말을 건다. 엄마를 찾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집 근처의 숲 에는 큰할아버지가 지었다는 기묘한 탑이 있다. 마히토는 왜가리를 따라 탑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이세계의 지배자가 된 큰할아버지를 만난다. 큰할아버지는 자신 의 자리를 이어갈 누군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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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친절한 작품이 아니다. 마히토를 비롯한 많은 캐릭터의 처지 나 마음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상황이 전개될 때도 급작스럽게 닥쳐온다. 지난 여름, 일본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개봉할 때는 포스터 한 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 이외에 예고편이나 스토리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개봉한 후에도 어렵다, 불친절하다, 모호하다는 반응 등이 많았다. 하지만 전작들인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의 토토로>,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많이 봤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이해하 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일본침몰>의 히구치 신지 감독은 ‘누군가를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을 애니메이션으로 연마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의 기예르 모 델 토로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의 고백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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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플라워 킬링 문>은 애플티비+에서 제작했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하기 전에 극장에서 선개봉했다. 처음에는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기로 했으나 너무 제작비가 많아 포기했다. 


<플라워 킬링 문>은 제작비가 2억 달러이고, 러닝 타임은 3시간26분이다. 극장에서 개봉하여 수익을 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마틴 스콜세지는 <택시 드라이버>로 칸영화제 그랑프리,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고, 1972년 <공황시대>로 감독 데뷔를 한 후 <비열한 거리>, <분노의 주먹>, <좋은 친구들> 등 수많은 걸작을 연출해왔다. 80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감독으로 활동하며 뛰어난 작품을 만들지만,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원작 인<플라워 킬링 문>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를 배경으로, 석유 시추로 갑작스레 큰돈을 갖게 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오세이지족이 연이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수사하는 FBI의 전신인 BOI 요원들을 둘러싼 이야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브랜 든 프레이저 등의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대부분의 미국 원주민들처럼, 오세이지족도 자신들이 살던 땅을 백인에게 빼앗기고 쫓기다가 겨우 오클라호마에 정착했다. 어쩔 수 없이 정착한 오세이지족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시 추가 시작되자 막대한 돈을 쥔 사람들이 생긴다. 지역의 권력자인 로버트 헤일은 군 제대 후 그를 찾아온 어니스트를 내세워 오세이지족인 몰리 카일리 가족의 재산을 빼앗으려 한다.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 처럼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 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 의 시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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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리는 어니스트를 ‘코요테’라 부르며, 사랑과 믿음을 주었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헤일의 명령 만을 따르는 무지한 백인이었다. 헤일과 어니스트는 아무 가책 없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죽이 는 인종차별적인 악인이다. 백인들은 몰리 같은 원주민들을 속이고, 죽이고, 모든 것을 빼앗았 다. 그것은 서부 개척사에서 지워진 원주민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틴 스콜세지는 이 ‘권력, 배신, 백인 우월주의에 관한 이야기’이며 ‘국가적 관심을 갖지 못했던 비극 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마틴 스콜세지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연출을 계속하는 한편 자신이 하 고 싶은 이야기를 단호하게 대중에게 던지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지금보다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고나 추억에 잠기는 영화가 아니다. 자신의 과거, 원점을 돌아보 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영화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해석하는 과거이고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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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플라워 킬링 문> 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좋 았지만, 80세가 넘은 노인, 위대한 현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고 있는지 생각하 게 되었다. 나는 60세를 넘어 80세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언제나 살아가며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미야자키와 스콜세지 같은 노인에게 배 울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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