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소득공백기, 연금계좌 활용법은
글 :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2023-11-22
“월급은 끝났다. 그런데 연금을 멀었다.” 법에서 정한 직장인의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노령연금은 몇 년 더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직장인만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공무원과 선생님들도 정년 이후 연금 수령까지 소득 공백을 걱정한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가입자들은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노후 걱정은 덜하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과거에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최근 임용된 공무원과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공적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이 버겁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를 더 하는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생각의 변화는 2016년에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서 비롯됐다.
당시 화두는 공무원연금 재정 건전화였다. 그래서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식의 연금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먼저 기준소득월액의 7%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0년에 9%로 만들었다. 연금지급률로 재직 기간 1년당 1.9%에서 점진적으로 인하해 2035년에는 1.7%까지 떨어뜨릴 예정이다. 그리고 연금 개시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춰 나갈 예정이다.
1995년 이전 임용자는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면 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은 퇴직한 연도에 따라 연금 개시 시기가 다르다. 2021년 이전에 정년퇴직을 한 공무원은 퇴직하자마자 연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2~3년마다 1년씩 연금 개시 시기를 늦춰 나간다. 그래서 2033년 이후 정년퇴직자는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개정 내용은 사학연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줄어든 연금을 보충하려면
줄어든 연금을 보충하고 늘어난 소득 공백을 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대신 노후생활비를 마련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저축하는 수밖에 없다. 기왕에 저축할 요량이면 절세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절세와 노후 준비가 한번에 가능한 금융 상품으로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는데, 이 둘을 합쳐 연금계좌라고 한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저축할 수 있다. 여기에 IRP까지 더하면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9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세액공제율은 가입자 소득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가입자의 종합소득액이 연간 4500만 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액 5500만 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16.5%에 해당하는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600만 원이면 최대 99만 원, 900만 원이면 148만5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기준보다 소득이 많은 가입자는 13.2%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이 경우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600만 원이면 79만2000원, 900만 원이면 118만8000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절세 혜택이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도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해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가능하다. 본래 연금저축은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다. IRP도 처음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가입 대상이 확대돼 지금은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가입자도 연금계좌에 가입해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연금저축과 IRP를 활용해서 정년퇴직 할 때까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50세 공무원이 정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매년 900만 원(월 75만 원)씩 저축한다고 해보자. 10년 동안 저축하면 원금만 9000만 원이 쌓인다. 연평균 3% 수익만 내도 정년퇴직 때 1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매년 연말정산 때마다 환급 받은 세금은 재투자하거나, 50세 이전에 저축을 시작하면 정년퇴직 할 무렵 더 많은 노후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공무원도 퇴직금을 받나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퇴직하면 연금을 받기 때문에 퇴직금을 따로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무원연금법’(제62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1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동일한 규정은 사립학교 교직원에게도 적용된다.
근로자는 퇴직금을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한다. 그러면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받는 퇴직수당에도 퇴직소득세를 부과할까. 그렇다. 하지만 퇴직수당 전체에 퇴직소득세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2002년 이후 근무 기간에서 발생한 퇴직수당에만 퇴직소득세를 부과한다. 이는 공적연금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2002년에 도입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가입자들도 매년 납부한 보험료를 연말정산 때 소득에서 공제 받는 대신 나중에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을 수령할 때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공적연금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2년이다. 그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는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보험료에서 발생한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에도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과세 대상 퇴직수당은 어떻게 산출할까. 공무원연금 가입 기간(월)에서 2002년 이후 가입 기간(월)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다. 이렇게 산출된 비율을 퇴직수당에 곱하면 과세 대상 소득을 산출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씨는 1991년 3월 1일에 공무원에 임용됐고, 2023년 6월 30일에 퇴직했다. 퇴직할 때 퇴직수당으로 8000만 원을 수령했다. A씨의 재직 기간은 32년 4개월(388개월)이고, 이 중 2002년 이후 재직 기간은 21년 6개월(258개월)이다. A씨의 퇴직수당 8000만 원 중에서 퇴직소득세 과세 대상은 5320만 원(=8000만 원×258개월/388개월)이다.
그러면 A씨는 퇴직소득세로 얼마나 납부해야 할까. 퇴직소득세 부담은 과세 대상 소득이 적을수록, 근속연수가 길수록 줄어든다. 퇴직소득세를 산출할 때 장기근속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근속연수공제 때문이다. 근속연수가 20년이면, 과세 대상에서 4000만 원을 공제해준다.
이후 근속연수가 1년씩 늘어날 때마다 300만 원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따라서 근속연수가 33년이면 7900만 원(=4000만 원+300만 원×13년)을 공제 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 과세 대상 소득이 이보다 적기 때문에 납부할 세금이 없다.
정년보다 일찍 퇴직 시 명예퇴직금 받나
직장인들 중엔 정년보다 일찍 명예퇴직 하는 이들이 있다. 이 경우 법정퇴직금 이외에 명예퇴직금을 수령한다. 공무원 중에도 명예퇴직을 하는 이들이 있다. 공무원의 명예퇴직이라고 하면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 정년퇴직일로부터 1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명예퇴직을 하는 경우 퇴직 당시 급여와 정년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 명예퇴직수당을 수령한다. 예를 들어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5년 이내인 경우에는 퇴직 당시 월봉급액의 절반에 정년까지 남은 잔여월수를 곱해 나온 금액을 명예퇴직수당으로 수령할 수 있다. 명예퇴직수당은 전액 퇴직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퇴직수당을 연금으로 받을 시 혜택은
직장인 퇴직자들 중에는 법정퇴직금과 명예퇴직금을 연금계좌(연금저축·IRP)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퇴직하면서 받는 (명예)퇴직수당도 연금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명예퇴직수당은 전부 이체할 수 있고, 퇴직수당은 과세 대상 소득만 이체할 수 있다.
(명예)퇴직수당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크게 3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첫째, 퇴직소득세를 30~40%가량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명예)퇴직수당에 부과되는 퇴직소득세 자체가 많지 않아서 절세 효과가 크지는 않다. 앞서 사례로 든 A씨는 퇴직수당을 일시에 수령하더라도 내야 할 세금이 없다. 납부할 세금이 없으니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한들 감면받을 수 있는 세금도 없다.
둘째, 운용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명예)퇴직수당을 일시에 수령해서 일반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금융사는 해당 금융 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을 지급할 때마다 15.4%의 소득세를 원천징수 한다. 그리고 이자와 배당소득이 한해 2000만 원이 넘는 경우에는 2000만 원 초과 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종합과세를 한다. 다른 소득이 많은 사람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세 부담 늘어난다.
이번에는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한다고 해보자. 금융사는 퇴직급여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을 연금 형태로 지급할 때 연금소득세(세율 3.3~5.5%)를 원천징수 한다. 일반 금융 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을 수령할 때 15.4%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연금소득세율이 이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한 해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해당 연금소득을 전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한다. 다만 연금수급자가 희망하면 16.5%의 단일세율로 과세를 종결할 수 있다.
셋째, 지역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퇴직을 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으로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기타소득, 연금소득이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연금소득도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모든 연금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소득은 공적연금소득과 사적연금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아직까지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퇴직수당과 명예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한 다음 운용수익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명예)퇴직수당을 일시에 수령해서 일반 금융 상품에 가입한다고 해보자. 지역가입자가 한 해 동안 수령한 이자와 배당이 1000만 원이 넘는 경우에는 해당 이자와 배당소득 전체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B씨는 지난해까지는 한 해 이자와 배당으로 9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퇴직하면서 받은 (명예)퇴직수당을 정기예금에 맡겨서 이자를 200만 원 더 받았다.
올해는 이자와 배당을 합쳐 1100만 원 수익을 얻은 셈이다. 이 경우 이자와 배당 중 1000만 원을 초과한 100만 원에만 지역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일단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친 금액이 1000만 원을 넘기만 하면 그해 수령한 이자와 배당 전체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료 부담은 얼마나 될까. 건강보험료율은 7.09%(2023년 기준)이고, 건강보험료의 12.81%를 장기요양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둘을 합치면 이자와 배당소득의 8%가량을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 원이 넘거나 넘을 우려가 있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연금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명예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이체하려면
직장인은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IRP와 연금저축 계좌로 바로 이체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일단 (명예)퇴직수당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이때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가 있으면 원천징수 하고 남은 금액만 수령한다. (명예)퇴직수당은 수령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 있다. 이때 명예퇴직수당은 전액 다 이체할 수 있고, 퇴직수당은 과세 대상 소득만 이체할 수 있다. (명예)퇴직수당을 연금계좌에 이체하면, 퇴직할 때 납부했던 퇴직소득세를 해당 연금계좌로 환급 받을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다양한 고객 상담과 교육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은퇴 교육 분야의 전문가. 주요 저서로는 『스마트 에이징』, 『인생 100세 시대의 투자 경제학(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