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정 씨는 은행에서 IRP에 가입했다. 여태껏 예·적금과 펀드를 가지고 자산운용을 해왔던 까닭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ETF와 리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에서도 ETF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시간 매매가 안 되고, 리츠에는 아예 투자할 수 없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ETF와 리츠를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로 IRP를 옮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IRP를 가입한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IRP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IRP 계약을 이전하려면 옮기려고 하는 금융회사 지점을 직접 찾아가도 되고,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를 방문하지 않고 IRP를 이전하려면?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IRP를 이전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IRP를 이전하면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IRP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있는데, 특히 비대면 채널을 이용해 이전하면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다. 

IRP 계약 이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나?

하지만 언제든지 IRP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IRP 적립금 중 일부만 이전할 수는 없다. 이전하려면 적립금을 전부 옮겨야 한다. 이미 연금이 개시된 IRP로도 이전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연금을 수령 중인 IRP를 아직 연금을 개시하지 않은 IRP로는 이전할 수 있다. 

IRP 가입 시기에 따라 이전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연금수령 요건과 관련이 있다. 2013년 3월 이전에 가입한 IRP는 55세 이후에 5년 이상 연금을 수령하면 됐지만, 그 이후에 가입한 IRP는 55세 이후에 10년간 연금을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2013년 3월 1일 이후에 가입한 IRP에서 그 이전에 가입한 IRP로의 이전은 불가능하다. 이를 허용하면 최소 연금수령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3월 이전에 가입한 IRP를 그 이후에 가입한 IRP로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최소 연금수령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IRP와 연금저축 간의 계약 이전은 연금수령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연금저축과 IRP에서 연금을 받으려면 가입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하고, 계좌에 가입한 지 5년이 지나야 한다. 다만 이들 계좌에 퇴직급여가 이체된 경우에는 가입 기간과 상관없이 이체가 가능하다. 

IRP 계약 이전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계약 이전을 할 때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금융상품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을까? 통상 이 같은 현물 이전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IRP 계약을 이전하려면 사전에 보유하고 있던 금융상품을 전부 매도해 현금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현금을 이전한 다음 새로이 금융상품을 매수해야 한다. 금융상품을 매도하고 매수하는 과정 자체도 번거롭지만, 매도와 매수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이 사이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금수령한도도 고려해야 한다. 2013년 3월 이전에 가입한 IRP에서 2013년 3월 1일 이후에 가입한 IRP로 계약을 이전하면 연금수령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 연금을 인출하면 세 부담이 늘어난다. 연금수령한도와 관련해서는 23장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