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트니스, 일본 액티브시니어에 인기
글 : 김웅철 /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2023-11-06
지난 7월 문을 연 도쿄도 외곽 지역 마치다(町田)시의 한 피트니스 클럽 ‘리버스(Re-Birth)’는 보통의 피트니스 클럽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클럽 회원들이 받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모두 회원 개별 건강진단 데이터와 의사의 소견 등 의학적 근거를 기초로 해 제안됐다. 클럽에는 물리치료사, 운동지도사 등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의사의 ‘운동처방전’을 기반으로 회원들에게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클럽 스태프는 운동 효과를 점검,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면서 트레이닝 효과를 지원하고 있다.
최첨단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운동 머신이 그날의 회원 몸 상태에 따라 의자 높이와 운동량의 강도를 조정하는 등 최적의 메뉴를 제공한다.
의료의 진화인가, 피트니스의 업그레이드인가
피트니스와 의료가 융합한 메디컬 피트니스(Medical Fitness)가 요즘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디컬 피트니스는 환자나 개인의 건강 상태와 체력에 맞춰 전문적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운동요법’을 지칭하지만 광의로는 ‘의료적 요소를 접목한 체력단련’을 메디컬 피트니스로 부른다. 피트니스의 주요 목적이 ‘몸만들기’보다 생활습관병 예방 등 건강 유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액티브시니어가 갈수록 증가하는 일본에서는 투자자들도 메디컬 피트니스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메디컬 피트니스가 고령자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줌으로써 의료재정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메디컬 피트니스 클럽인 일본 니가타(新潟市) 시의 ‘메디컬 피트니스 쿠오레’(Cuore)는 시의 한 종합병원(네쿠야마 미야오 병원)이 병설했다.
회원 평균나이는 56.7세(50대 21%, 40대 12%). 60대(39%)가 가장 많고 70대 이상 고령자도 14%나 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당뇨, 고협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쿠오레는 병원 소속 의사의 지시에 따라 건강상태 검진과 체력을 측정하고, 측정 결과를 기준으로 회원들에게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이렇다.
회원들은 먼저 의사와 전문 트레이너의 상담을 통해 피트니스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의사는 혈액검사, 체지방분석, 복부내장지방 CT검사 등 메디컬 체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을 위한 운동처방전을 발행한다.
이 처방전에 근거해 건강운동 지도사(전문 트레이너)가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작성해 진행한다. 매월 운동 결과를 정리한 ‘피트니스 리포트’가 발행되는데 거기에 맞춰 영양 및 생활 지도가 실시된다. 6개월 등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혈액검사, 내장지방 CT 등 건강검진을 실시해 운동 프로그램의 효과를 판정하고, 효과가 없으면 프로그램을 변경해 진행한다.
쿠오레는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회원들의 건강 및 체력관리를 한다. 정기 건강진단과 전문적 운동요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드는 비용은 입회비(3만 엔)와 월 1만5000엔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의 시설 이용료에는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2003년 국민 건강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강증진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에 근거해 질병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지정운동요법 시설)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따라서 지정운동요법 시설 이용료는 치료비로 인정받아 소득세의 의료공제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지정운동요법 시설’은 일본 전국에 약 210곳. 이 시설들은 회원들의 고혈압, 지질이상증, 당뇨 등 생활습관병에 대한 정기적 점검을 해야 하고, 의사의 운동처방전에 기초해 주 1회 이상, 8주 이상의 기간에 걸쳐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협력, 다양한 이벤트 등 장기적 성장 기반 다져
지자체와 함께 폐교를 메디컬 피트니스 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도 화제다.
야마가타(山形)현 무라야마(村山)시는 메디컬 피트니스 시설이 지역의 폐교를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주민들의 건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며 피트니스 클럽 개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피트니스 클럽이 시의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컬 피트니스 시설들은 또 회원의 운동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메디컬 피트니스가 지루하고 힘든 곳이 아니라 운동과 커뮤니티를 함께 즐기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군마현 다카하시(高崎)시의 구로자와(黒沢) 병원이 운영하는 ‘메디컬 피트니스 & 스파 발레오 프로(Valeo Pro)’는 운동 프로그램 이외에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볼링 등 스포츠 동호회나 정기적 뷔페 행사 등이 그것이다. 그 덕분에 이곳 시설의 지난 반년 동안의 회원 퇴원율은 1%에 그친다고 한다.
이시카와(石川)현 고마쓰(小松)시의 ‘다이내믹’ 클럽도 서예나 회화 등 20개의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회원들의 운동 지속성을 높이고 있다.
회원들이 몸에 장착하는 손목밴드형 단말기로 24시간 운동량, 수면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메디컬 피트니스 클럽도 있다. 이를 통해 집에서의 운동 상황을 분석해 좀 더 구체적인 코멘트와 함께 운동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방식이다. 이 클럽은 향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적의 조언과 운동법을 제안하는 시스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同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고 상명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원, 매일경제신문 도쿄특파원과 국제부장, 매경비즈 대표, 매일경제TV 국장, 경제tv EBC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법》의 저자로, ‘노인대국 일본’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과 책을 쓰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모습과 해법에 대해 연구했다. 《복잡계 경제학》, 《대공황 2.0》, 《2014년 일본파산》, 《똑똑하게 화내는 기술》 《아직도 상사인줄 아는 남편, 그런 꼴 못보는 아내》등 다수의 일본 서적을 번역했고, 《연금밖에 없다던 김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일본어 회화 무작정 따라하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