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니어타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고?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3-10-30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023년을 기준으로 18.4%를 돌파했다. 2025년이 되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20%를 넘게 되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그런데 노인의 돌봄에 대한 인식은 바뀌고 있다. 가정에서의 돌봄이 당연한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가정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 그리고 민간영역에서 노인 돌봄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 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의 경우 고령자 주거시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니어타운에 해당하는 시설을 일본에서는 유료노인홈(有料老人ホーム) 이라고 부른다. 유료노인홈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의 유료노인홈이 급증하게 된 요인으로는 개호보험 제도의 창설에 의해 민간사업자에 의한 운영이 용이해진 점, 대상 서비스의 증가, 고령자를 위한 주거 수요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고령자의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식사 제공, 개호(목욕·배설·식사) 서비스 제공, 세탁이나 청소 등의 가사, 건강관리 중 1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을 유료노인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도도부현에 설치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 민간시설로 서비스 비용 및 입주에 드는 모든 비용이 유료인 고령자용 주택을 말한다.
유료노인홈은 개호형 유료노인홈, 주택형 유료노인홈, 건강형 유료노인홈의 3종류로 나누어지며, 각각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다.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의해 유료노인홈을 '특정시설입주자생활개호'로 신고하면, 개호보험 인정등급을 받은 입주자는 개호보험의 급여제공 대상이 된다. 시설이 '특정시설입주자생활개호'의 지정을 받은 경우에는, 입욕, 배설, 식사, 돌봄, 기능 훈련 등의 개호 서비스의 비용을 개호 보험으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개호형유료노인홈은 '특정시설 입주자 생활개호'의 지정을 받은 유료노인홈으로, 개호 서비스의 제공이 의무화되어 있다. 따라서 요개호자 3명에 대해 개호복지사(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에 해당)가 1명 이상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개호형유료노인홈은 '일반형 특정시설 입주자 생활개호'와 '외부 서비스 이용형 특정시설 입주자 생활개호'로 나누어져 있다.
주택형유료노인홈은 식사나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를 위한 시설이다.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요개호자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지역의 방문개호나 방문간호, 주간보호센터 등 외부 개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활할 수 있으며, 치매노인도 대응 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법인 내에 개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소가 함께 병설되어 있어서 입주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건강형유료노인홈은 식사 등 생활 원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건강하고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고령자가 대상이며, 개호가 필요한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퇴거해야 한다.
2023년 7월 발표된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유료노인홈의 수는 2022년 기준 15,928개(미신고시설은 제외)로 조사되었다. 고령자주거시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현재도 고령자를 위한 주거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시설을 포함하여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시니어타운의 영역에 포함되는 노인복지주택은 2023년 기준 39개로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 노인복지주택, 노인공동생활가정) 중에 가장 적다. 일본은 시니어타운이 가장 많고, 한국은 시니어타운이 가장 적은 것이다.
노인 시설 공백?
시니어 토탈 케어 플랫폼인 케어닥에서 최근 ‘노인돌봄공백지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시설 공백은 2021년 기준 9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주거 및 요양시설은 총 6,158개소인데, 이는 전체 노인인구의 2.7%만이 입소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민간기업 등이 시니어주거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꾀하고, 시니어타운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보건복지학 박사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국의 대표적인 시니어타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의 사무국장직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