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이러면 안 된다고 저에게 쓴 소리 좀 해주세요
글 : 오현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2023-10-10
올해 서점에서는 인생에 대한 쓴 소리를 담은 ‘세이노의 가르침’ 이라는 책이 오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육아, 연애, 인간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전문가의 쓴 소리를 담은 프로그램이 인기인데요. 밝히기 부끄러우면서도 누군가의 따끔한 한 마디가 고픈 분야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돈’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만 몰랐던 부자되는 법(How to get rich) / *출처 : IMDB
넷플릭스 시리즈인 ‘나만 몰랐던 부자되는 법(How to get rich)’은 바로 개인의 돈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고 그 변화 과정을 쫓아갑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부자되는 법을 가르쳐드립니다(I will teach you to be rich)’를 쓴 작가 라미트 세티가 재무 상담자 역할을 맡아 미국 곳곳을 다니며 의뢰인들의 상황을 진단해주고 처방을 내려줍니다. 돈 얘기만 나오면 싸우는 젊은 부부부터, 빚에 대한 개념을 상실해 버린 20대, 자신의 노후자금보다 반려견을 위한 지출이 우선인 30대, 영끌로 집을 샀으나 대출상환을 못 하는 20대, 80% 손실 난 주식을 방치하는 부부에 이르기까지, 부자가 되기 위한 첫 걸음도 힘겨운 듯한 이들이 쓴 소리를 듣기 위해 계좌를 오픈합니다.
호스트 라미트와 상담중인 크리스천 부부 / *출처 : IMDB
내가 생각하는 부자의 삶을 앞당기려면?
호스트인 라미트는 어려운 재무 상황을 해결하는 첫 걸음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부유한 삶(rich life)은 어떤 것인가’를 정의 내리게 합니다. ‘얼마’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태를 규정하라는 것이죠. 목표를 구체적으로 삼은 후 달성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행위를 바로잡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하고 있었던 불필요한 일들은 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상당수 의뢰인은 빚 없는 삶을 막연히 꿈꾸면서도 현실에서는 타인의 눈에 근사해 보이는 무언가를 소비하기 바빴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죠.
계획과 기준 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의뢰인 크리스천은 “70대 어머니가 더 이상 청소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부유한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인이 돈 버는 모습에 흔들려 위험한 투자를 하고 맙니다. 우연히 옵션 거래를 하였다가 큰 돈을 벌자 우쭐해졌던 것이죠. 그러나 밈 주식에 손을 대었다가 크게 손실을 보고 맙니다. “썰물이 빠지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라미트는 워렌 버핏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운으로 얻은 수익을 자신의 실력 덕인 것으로 착각했다”고 진단합니다. 크리스천은 자신이 단기적인 베팅을 하여 손실을 입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확실하게 버는 투자 방법으로 선회하기로 결심합니다. 라미트의 투자 조언은 단순명료합니다. “투자는 지루해야 합니다. (Investment should be boring). 매월 투자 계좌로 일정 금액을 이체시키고, 인덱스 펀드나 TDF에 자동 투자하세요. 그리고 일상을 사세요. 부자의 삶은 차트 밖에 있으니까.”
‘돈, 돈, 돈을 아십니까(Get smart with money)’ 포스터 / *출처 : IMDB
갑작스러운 조기 은퇴를 대비하려면
보통사람의 돈 문제와 변화의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은 넷플릭스에서 또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돈, 돈, 돈을 아십니까(Get smart with money)’라는 다큐멘터리인데요 전문가의 쓴 소리를 요청한 의뢰인 중 미식축구 선수 티즈 테이버의 사연이 눈에 띕니다. 테이버는 20대 초에 16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 연봉으로 프로선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얻은 부를 흥청망청 탕진하고 맙니다. 빈민가에서 성장해 돈 관리에 배운 바가 없었던 것이죠. 행복한 시절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성적 부진과 부상으로 팀에서 방출된 테이버의 수입은 0달러로 추락하게 됩니다. 실제 NFL 선수의 78%가 선수생활 은퇴 후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테이버에게는 매우 빨리 닥친 일이 된 거죠. 남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묻는 테이버에게 재무 전문가는 세계 최고 투자가인 워렌 버핏도 권하는 투자 방법이라며 S&P500에 매월 투자하라는 조언을 전합니다. 운동 밖에 몰랐던 삶에 드디어 투자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자산의 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그는 부상에서 회복하여 다시 선수 생활에 도전하고, 새로 발생한 수입으로 투자 금액을 늘려가며 삶을 재정비하게 됩니다.
전문가로부터 재무상담을 받는 티즈 테이버 / *출처 : IMDB
운동선수는 사무직 노동자에 비해 인생 최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시기도, 은퇴도 빨리 찾아옵니다. 그러나 사무직 노동자라고 하여 이른 은퇴가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천재지변이나 사고가 나만은 피해갈 것이란 믿음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뜻하지 않게 내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 돈은 열심히 일하게 하여 자산을 불려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테이버의 사례는 말해줍니다.
쓴 소리를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위 ‘뼈 때리는’ 아픈 지적도 잘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면 두 프로그램의 의뢰인들처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내 노후준비에 대해 쓴 소리를 해줄 사람이 주변에 있으신가요?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