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나라를 고르는 3가지 기준
글 :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3-09-21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앞으로 붕괴 수준에 이른다. 19~34세의 청년 인구가 20년 동안 35% 줄어든다. 범위를 넓혀 25~64세의 인구 변화를 보면 과거 30년간 1000만명 증가했으나 앞으로 30년은 1000만명 감소한다. 반면 고령 인구는 900만명에서 40년 뒤에 1800만명으로 늘어난다. 생산인구는 줄고 고령인구가 늘면서 인구의 구조가 무너진다.
이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이 증가하고 정부부채가 쌓이게 된다. 나라의 건전성이 떨어진다. 굳이 일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산을 해외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디로 옮길까?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을 예로 들기도 한다. 중국은 G2에 속하기 때문이고 베트남이나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우리나라의 대체 국가로 생각할 수 있다.
워렌 버핏은 투자의 높이가 다르다는 말을 했다. 2미터 담장을 넘는 난이도가 있는가 하면 1미터 난이도도 있고 50센티 난이도도 있다. 일반인들은 굳이 2미터 난이도의 높이를 넘을 필요 없이 50센티 난이도를 택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워렌 버핏이 자신은 종목 선정을 하는 투자를 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미국의 종합주가지수인 S&P500에 투자하라고 하는 이유다.
베트남에 투자한다면 여러분은 베트남의 동화가 어떻게 변할지 알겠는가? 인도의 경우 지방분권, 행정의 비효율성 등을 극복할 수 있을지? 더운 나라에서 국가 전체가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중국은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하고 기술을 카피하여 성장하던 시대가 이제 지났는데 과연 인구가 줄고 자본의 한계생산성도 하락하는(최근 부동산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미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경계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다.
전문가도 그 방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해외 투자는 단순하게 보아야 한다. 50센티 높이의 난이도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판단할 3가지 기준을 제시해본다.
우선, 경쟁력(competitiveness)이다. 그 국가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보유해야 하고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를 택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있어야 한다. 군사력, 외교력, 경제력, 문화력, 인구구조, 사회적 자본, 지정학적 위치, 통화의 경쟁력 등이다.
둘째, 취약성(vulnerability)이다. 취약성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impulse) 반응이 어떠냐는(response) 것이다. 1이라는 충격이 왔을 때 0.5정도의 영향을 받는 곳도 있고 3의 영향을 받는 곳도 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충격이 왔을 때 내 자산이 좀 더 안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대만에 미사일을 쏜다면 어느 나라가 덜 충격을 받을까? 해상 수송로의 일부가 봉쇄되어도 충격을 덜 받을 나라가 어딜까? 미국은 농산물과 에너지 등 생활의 필수 요소는 모두 자급 수준이다. 우리는 밀의 99%를 수입하고 에너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경제가 대외 의존적이어서 수출, 수입이 핵심 동력이다. 미국에 비해 충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가끔씩 드는 생각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서해에는 코 앞에 중국이 있고 동해의 코 앞에 일본이 있고 제주도 밑에는 일본의 센카쿠 열도와 동중국해가 영해 분쟁을 하고 있다. 우리의 해군력이 얼마나 강한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아무리 굳건한 국가일지라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미국도 1987년 블랙 먼데이, 1998년 LTCM 사태, 2000년 나스닥 붕괴, 2001년 911 사태, 2008년 부동산 폭락과 금융기관 파산, 2020년 코로나19,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숱한 충격을 받는다. 문제는 충격을 받은 뒤에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다. 남미처럼 충격을 받으면 거의 10년을 헤매는 곳이 있는가 하면 미국처럼 충격을 받고 나서 곧바로 회복하는 나라도 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나라에 여러분의 자본을 두어야 한다.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본은 수익성은 높지만 안전하지 못한 곳에 두면 파괴될 위험이 있다. 1,2차 대전 때 유럽 대륙에서 파괴된 자본을 보라. 그리고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동을 멈추었던 것을 기억해 보라. 금융위기는 그런 의미에서 포탄 없는 전쟁과 마찬가지다. 인구구조 붕괴의 상황을 맞아 우리는 자산의 일정 부분 서식지를 글로벌로 옮겨야 한다. 다만, 옮길 때는 너무 어렵게 생각지 말고 경쟁력, 취약성, 회복탄력성 이 3가지 기준으로 판단하자.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투자와연금센터(구 은퇴연구소)의 대표를 맡았다. 인구구조와 자산운용 전문가로 주요 저서로는 『데모테크가 온다』, 『벌거벗을 용기』, 『1인 1기』,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가 있으며 역서로는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