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30만원 일자리 찾아 메뚜기 이직 해보니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월 330만원 일자리 찾아 메뚜기 이직 해보니

글 : 버들치 / 작가 2023-09-11

정치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메뚜기 또는 철새 일 것이다. 철새와 메뚜기는 유불리에 따라 당적을 이러 저리 옮겨 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2021년 2월에 퇴직하고 2023년 2월까지 직장을 다섯 번이나 옮겨 다녔으니 철새와 메뚜기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다섯 번씩이나 옮기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도 있을 듯싶다.


한 직장에 뼈를 묻는다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IMF 이전까지는 일반화된 개념이었으나 IMF 이후론 사라진 공룡처럼 화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면접 볼 때 면접관에게 뽑아만 주신다면 분골쇄신하겠다는 다짐을 기억하면 왠지 뒷맛이 쓴 건 사실이다. 뒷간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다르다는 속담과 같이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은 실로 헤아리기 어렵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기능을 배우고 익혔으나 처음부터 정규직(또는 계약직)으로 출발하기는 어려웠다. 편하게 책상에 앉아서 근무한 놈(?)에게 기능을 배웠다고는 하나 경력도 없고 또 금융기관 출신을 누가 뽑아주겠는가? 그래서 일단 기간직이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2021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나의 메뚜기(?) 이직 스토리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2021. 2 ~ 2021. 5(월급 220만 원)

2021년 2월에 5개월짜리 기간직(임시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지하철 역사의 화장실을 전문적으로 보수하는 업무였다. 소변기와 대변기를 붙잡고 살았다. 정화조에 들어가 똥(죄송) 냄새를 맡으며 일했다. 처음엔 싫었는데 마음을 고쳐먹으니(자유시간이 많아 단점을 커버했다) 그런대로 일할 만했다.


2) 2021. 8 ~ 2021. 10.(월급 220만 원)

집에서 가까워 계속 근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5개월 만료 시점에 정규직 채용 공고에 응시해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최종 서류 검증에서 떨어졌다. 경력을 하나 잘 못 적어냈기 때문이었다. 불결한 화장실에서 나오게 돼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그래서 수서 SRT 기간직(5개월)에 지원하여 8월부터 근무했다. 급여는 전과 똑같았고 일은 좀 더 힘들지만 공기업이라 어디 가서 힘들다고 할 형편은 아니었다. 주된 업무가 화장실이 아니어서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3) 2021. 10 ~ 2021. 11(월급 230만 원)

곧 있으면 5개월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그전에 여기저기 채용 공고에 지원을 했는데 판교에 있는 빌딩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10월 중순부터 판교로 출근했다. 기간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출근해 보니 일도 보람이 없고, 차비도 신분당선을 타기 때문에 두 배로 들고, 버스 타고 지하철을 2번 갈아타니 불편했고, 월급도 10만 원 더 많은 줄 알았는데 연차수당이 매월 포함되어 부풀려져 있었고, 보너스도 일절 없었다. 여러모로 전 직장만 못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여차하면 뜰 생각만 하고 있었다. 


4) 2021. 12. ~ 2023. .2.(월급 265만 원)

마침 집과 가까운 아파트에서 조경 반장 모집 공고가 떴길래 무심히 이력서를 냈더니 바로 출근하란다. 미리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1년 12월 중순부터 2023년 2월까지 근무했다. 월급도 30만 원이 더 많고 보너스도 3 번 나왔다. 년차수당도 별도다. 물론 몸은 더 고달프지만 내가 찾는 직업이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워 좋았다. 그러나 8개월정도 지난 후 왼팔이 저리기 시작했다. 혹시 목디스크가 아닌가 의심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더니 목 디스크는 아니고 어깨 힘줄이 끊어졌다고 한다. 조경 전지 작업의 휴유증이란다. 겨울, 봄, 가을 각각 1주일 동안 전지 가위를 들고 팔과 어깨를 혹사한 결과였다. 또 4미터 되는 사다리를 타고 전지를 하는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5) 2023. 2. ~ 현재(330만 원)

이직을 고민할 즈음 집 바로 옆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조경 대리 모집 공고가 있어 면접을 보고 직장을 옮겼다. 대규모 단지여서 조경관리업체가 상주하여 조경 업무를 대신 해주기 때문에 조경 대리는 주로 사무 업무를 보고 조경 작업은 파견 업체를 보조하는 수준이다. 4미터 사다리를 타지 않아도 되고 어깨가 성치 않은 내겐 의미 있는 이직이었다. 집과 1km의 거리라 걸어서 다니고 있다.




다섯 번 직장을 옮기다 보니 사람을 사귈 만하면 옮기고 또 정들 만하면 자리는 뜨는 꼴이 됐다. 왜 그들이 막 들어온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무뚝뚝해서도 인간성이 모질어서도 아니었다. 그들은 경험으로 알았을 것이다. 기간직과 막 들어온 신입 직원들은 좀 있다 떠나는 철새이거나 곧 다른 곳으로 옮기는 메뚜기라는 사실을...


직장을 옮길 때마다 매번 만족을 했는데 들어가서 좀 생활하다 보면 여지없이 불평불만이 쏟아진다. 그 불평불만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직장 동료에 의해 물든다. 직장 동료들의 불평불만을 경청(?) 하다 보면 현재의 직장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전염된다. 그러면서 처음 들어올 때의 감사함은 사라지고 서서히 단점과 이건 아니다 싶은 문제의식이 발동한다. 혹시 내가 필요 이상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못 찾아 먹은 것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효율성 임금이론'에 의하면 이직과 퇴직의 빈도는 임금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즉, 임금이 높으면 퇴직과 이직률이 낮고 생산성이 높다고 한다. 하기야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을 자발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싶다. 


일에 대한 보람과 책임감 보다 월급의 많고 적음에 먼저 반응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부당한 대우와 박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며 "당연한 거 아냐?"라는 생각 또한 없지 않다. 


나의 이직은 부당한 대우와 박한 월급에 대한 현명한 선택인가? 아니면 이해타산에 따른 간사함인가? 잠시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둘을 가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라면 월급을 더 주는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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