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 후반전, 행복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3-08-24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은 첫째도 입지(立地)이고, 둘째도 입지라고 한다. 주식투자에서는 첫째도 자산배분이고, 둘째도 자산배분이라고 투자전문가들은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그렇다면 자산배분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Money: 부의 거인들이 밝히는 7단계 비밀』의 저자 토니 로빈스는 상황에 따라 자산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위험감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인생단계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자산배분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배분의 주요 구성요소로는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현금 등이다. 이런 투자상품을 어느 정도로 편입할 것인지가 투자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이를 100세 인생디자인에 대입해 보고 싶다. ‘행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투자 포트폴리오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게 투자 정석이고, ‘低위험-高수익’의 비결이며, 황금률이다. 마찬가지로 ‘행복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低고통-高행복’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행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삶 속에서 어떤 비율로 실천하는 게 좋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미국 하버드대 행복관리센터에서 6주 과정으로 ‘행복관리 코스’를 총괄 관리하는 아서 브룩스 책임교수의 견해를 들어보자. 그는 행복 포트폴리오의 구성요소로 4가지를 꼽는다. ‘삶의 철학-가족-친구-의미 있는 직업’이야말로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행복 포트폴리오’의 구성비율과 관련해서 브룩스 교수는 4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면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에서 ‘골드인생’이란 삶의 비전을 제시했다. 삶의 비전이 없는 사람은 마치 400m 육상 계주에서 바통 없이 결승선을 통과한 육상선수나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육상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어도 바통을 놓쳤다면 실격 처리된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재물을 축적했다고 해도 삶의 존재 이유가 없다면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나는 ‘골드인생’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다섯가지 요소로 ‘일-돈-건강-가족 및 인간관계-사회책임’을 꼽았다. 이를 ‘행복 포트폴리오’에 대입해 보면 이 같은 다섯가지 요소가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이고, 결국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인 셈이다.
재무적으로 자유롭기 위해선 우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자산배분을 재조정해야 한다. ‘행복 포트폴리오’도 인생 전반전이냐 후반전이냐에 따라 포트폴리오 비중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자면 행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다섯가지 요소(일-돈-건강-가족 및 인간관계-사회책임) 가운데 일과 돈은 인생 전반전에 좀 더 비중 있게 다룰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가족 및 인간관계-건강-사회책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모두 균형 있게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육체적인 건강을 감안했을 때 아무래도 인생 전반전에 더 성실하게 일하고,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인생 후반전에는 건강-가족 및 인간관계-사회책임에 좀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분산투자 관점에서도 ‘행복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일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인생 전반전에서는 돈벌이 수단이나 경력개발 차원에서 일을 해야 했다면, 인생 후반전에선 가치 지향적이고 특별한 소명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행복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잘 짜고, 흔들림 없이 실천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고 해도 늘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전도사인 브룩스는 “행복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불행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불행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절히 수용할 수 있어야만 삶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 포트폴리오’에 무엇을 담을지는 각자 다를 수 있다. 단지 자산배분과 분산투자가 부동산 투자에서 입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너무 한쪽에 치우치는 실수를 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뜻하지 않게 불행이 찾아온다 해도 곧이어 행복이 뒤따라오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더욱 알차게 영글 것으로 믿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