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 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하는 6가지
글 :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2023-08-07
“그때 그걸 했다면 지금 내 삶은 달라졌을까?” 살면서 한번은 이런 후회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후회가 잦아지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왜 그때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니까 너무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호모사피엔스가 진화하는 동안 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했던 적은 거의 없다. 사람은 수백만 년 동안 그날그날의 배고픔을 어떻게 견뎌내고,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오늘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다. 인류가 존재했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렇게 살았다. 생식과 양육을 끝낸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단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먼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으로 치부했을 게 분명하다. 단기적인 편안함과 장기적인 이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뇌가 진화해 왔다.
하지만 뇌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 우리는 매일 맹수의 위협에서 도망치면서 평균 20년 정도 살던 수렵채취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생식과 양육을 끝내고, 노동력을 상실한 다음에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단기적인 평안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대다수 직장인은 은퇴 후 삶을 걱정하면서도 준비는 차일피일 미룬다. 아직 은퇴까지 남은 시간이 많다며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있다. 막상 은퇴가 임박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손쓸 여력이 있을 때 일찌감치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길들여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별다른 준비 없이 살 경우 노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고 올 수 있다면, 노후 준비를 서두르지 않을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주인공 스크루지도 유령과 함께 자신의 미래를 지켜본 다음 개과천선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겐 타임머신도 없고, 미래를 보여줄 유령도 없다. 그렇다고 전혀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먼저 은퇴한 선배들의 경험을 길라잡이로 삼으면 된다. 그들에게 젊어서 하지 않아서 아쉬운 것은 무엇이고, 해서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지 여쭤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후회를 교사 또는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것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지난 6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50세 이상 남녀 400명에게 “퇴직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재정 관리, 일자리, 인간관계, 취미와 여가, 건강 등의 분야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지금부터 은퇴자들이 각 분야에서 무엇을 후회하는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개인연금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걸
직장에서 퇴직하면 아쉬운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아쉬운 것은 다달이 받던 월급이 아닐까 한다. 퇴직하면 월급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연금이 대신한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잘하더라도 연금이 월급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한다. 월급에 비해 연금이 턱없이 모자라기도 하고, 월급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여러모로 연금에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정 관리 분야에서 연금을 따로 떼어 내서 퇴직자들에게 후회되는 부분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답자 중 43.5%(174명)가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걸” 하고 후회했다. 사실 개인연금보다는 국민연금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와 다소 의아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직장인 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금세 결과에 수긍이 갔다. 이들 대다수는 직장 생활을 하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서 노령연금 수급 자격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손에 쥔 것보다는 쥐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실제 정년을 앞둔 예비 은퇴자들과 상담해보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일찌감치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했더라면, 더도 덜도 말고 매년 세액공제 한도에 맞춰 꾸준히 저축했더라면, 소득 공백도 메우고 부족한 생활비에 보탤 수도 있을 텐데.
개인연금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은 노령연금만 갖고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 버겁기 때문인 듯하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노후 생활을 하려면 한 달에 277만 원은 있어야 적정하다고 한다. 전국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서울에서 부부가 은퇴 생활을 하려면 한 달에 330만 원이 있어야 적정하다고 한다.
하지만 노령연금 수령액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는 월평균 62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이 다수 포함돼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20년 이상 납부한 사람만 추려내 연금수령액을 살펴봤더니 월평균 100만원 남짓 됐다. 전체 평균보다 많아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국민연금을 좀 더 받을 수 있게 신경 쓸 걸”이라고 후회하는 은퇴자도 26.8%(107명)나 됐다. 부부가 함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요즘은 맞벌이가 대세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설문에 응답한 50세 이상 은퇴자들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샐러리맨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로 구성된 홑벌이 가구가 많았다.
현역 때 혼자 벌면 은퇴하고 연금도 혼자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업주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안 내서 좋지만 나이 들어 노령연금을 못 받는다. 홀로 노령연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부부가 부부 둘 다 노령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을 보면 샘이 날 수밖에 없다.
전업주부도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을 해서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출산이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경우에는 경력단절 기간에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이 후회가 되는 것이다. 애당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 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던 탓에 후회가 남는 법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부부가 함께 연금을 받으면 노후생활비 마련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현역시절엔 맞벌이, 노후엔 연금맞벌이를 하는 거다.
투자에 좀 더 관심 가질 걸
재정 관리와 관련해서 은퇴자들이 후회하는 것이 연금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금을 뺀 재정 관리 영역에서 은퇴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젊어서 “주식과 펀드 투자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27%)가 가장 많았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은퇴할 무렵에 가장 많은 금융 자산을 보유한다. 그리고 이를 운용해서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시중금리가 높으면 금융 자산을 정기예금에 맡겨 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면 된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수명과 은퇴 생활 기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떨어질 수도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주식과 펀드 같은 투자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투자를 해 왔다면 모를까,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투자를 은퇴하고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주식과 펀드 투자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둘 걸” 하고 후회하는 것이 아닐까.
젊어서 보장성보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응답자(21%)도 많았다. 젊어서는 병원 갈 일이 많지 않다. 보장성보험에 가입해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아깝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 갈 일이 잦아진다. 그만큼 보험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일도 많아진다. 이제 와서 보장성보험에 가입하려 했더니 보험 회사가 청약을 받아주지 않는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용 상품이 있다고는 하지만 보험료가 너무 비싸거나 보장 범위가 한정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어서 “괜찮은 보장성보험 몇 개 들어 둘 걸” 하고 후회하게 된다.
퇴직하고 할 일을 미리 준비해 둘 걸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아직 젊고, 일할 능력도 있고, 남들보다 잘할 자신도 있다. 무엇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최소한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는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마냥 퇴직자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재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재직 중에 준비를 시작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업무 중에 다른 일을 하는 게 꺼림칙하고 남들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싫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현재 일자리를 지키려고 애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퇴직하면 금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퇴직하고 나면 그제야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재취업과 창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재취업 전문가들은 퇴직자가 새 일자리를 찾기까지 평균 6개월은 소요되고, 1년 넘게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퇴직자가 이 시간을 버터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직장에 다닐 때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은퇴자가 많았다.
설문에 응답한 은퇴자들 중에는 “퇴직 후에도 계속 할 수 있는 부업을 미리 시작해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139명·35%)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퇴직 이후 활용할 자격증이나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미리 따 둘 걸”이라고 답한 은퇴자가 18%(72명)나 됐고, “회사 일이 바쁘더라도 좀 더 일찍 재취업과 창업 준비를 시작할 걸”이라고 답한 사람도 14%(56명)나 나왔다.
가족·친구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눌 걸
은퇴자들에게 인간관계와 관련해서도 후회하는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인간관계를 일자리와 관련시켜 생각하는 은퇴자들이 많았다. 응답자 중에서 31%(122명)가 “재취업과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미리 만들어 둘 걸” 하고 후회했다. 전문가들은 50대 이후 재취업은 대부분이 지인 소개로 이뤄지는 만큼 인맥 관리는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느슨한 인간관계에서 소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간 대화나 친구와의 대화를 소홀히 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배우자와 자녀와 평소에 더 자주 대화를 나눌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가 16%(65명)나 됐고, “주변 가까운 이웃, 친구들과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해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도 14%(55명)나 나왔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월급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직장동료와 거래처에서 맺은 인간관계도 함께 사라진다. 사라진 인간관계를 복원할 곳은 어디일까.
퇴직을 하면 인간관계의 중심이 회사에서 집 주변으로 옮겨 간다.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빠르게 모드를 전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평소 별다른 대화 없이 지내 왔던 배우자와 자녀에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집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지역사회 데뷔도 쉽지 않다. 가족이나 지역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은퇴자가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과 TV를 보며 침묵하거나, 등산을 하는 것이다.
취미 생활에 필요한 자금 마련해 둘 걸
은퇴를 하면 시간 부자가 된다고 한다. 시간은 돈이다. 아니 시간을 보내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취미 및 여가 생활과 관련해서 퇴직 전에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취미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준비해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가 36.5%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더 일찍 악기, 스포츠, 외국어를 배워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도 27.5%나 나왔다. 이 밖에 “즐겨 갈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만들어 둘 걸”(12%),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 둘 걸”(11.3%)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취미와 여가 생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가와 취미 활동에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먼저 돈이 많이 드는 것과 적게 드는 것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연금 이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여행과 골프처럼 돈 많이 드는 취미만 즐기며 살 순 없다. 돈이 없을 때도 친구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활동적인 취미와 정적인 취미 활동 간 조화도 필요하다. 등산과 같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여가 활동과 독서와 영화감상처럼 정적인 취미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과격한 운동을 할 수 없을 때 즐길 만한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을 키워 둘 걸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큰 병치레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은퇴자들에게 건강과 관련해서 직장 다닐 때 하지 않아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퇴직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좀 키워 둘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134명·34%)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회사 일에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에 힘쓸 걸’ 하고 후회하는 은퇴자(71명·18%)도 적지 않았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운동을 하지 않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 밖에 “젊어서 치아 관리에 힘쓸 걸”이라고 답한 은퇴자가 12%(49%)로 3위를 차지했다. 치아를 치료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탓도 있고, 치아가 부실하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젊어 보이기 위해 외모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은퇴자가 많다. 그래서 “주름, 피부, 탈모 등 외모에 좀 더 신경을 쓸 걸”이라고 답한 은퇴자(42명·11%)가 적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다양한 고객 상담과 교육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은퇴 교육 분야의 전문가. 주요 저서로는 『스마트 에이징』, 『인생 100세 시대의 투자 경제학(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