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디아나 존스 그동안 고마웠어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안녕, 인디아나 존스 그동안 고마웠어요

글 : 김봉석 / 작가 2023-07-24



지난 6월 28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5번째이자 마지막 영화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1981년 <레이더스>로 시작하여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1984),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1989),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로 이어졌다. <레이더스>부터 지금까지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한 해리슨 포드는 1942년생. 이미 80세가 넘었기에 다시 인디아나 존스로 ‘모험’을 떠나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새로운 배우가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하며 리부트할 수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는 세계 곳곳에서 사라진 유물이나 보물을 찾아다닌다. <레이더스>에서는 사라진 성궤를 이집트에서 찾아낸다. 인디아나 존스를 방해하는 적은 성궤의 절대적인 힘을 얻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려는 독일의 나치다.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은 누르하치의 유골을 찾다가 인도로 간 인디아나 존스가 사이비 종교 집단과 싸우는 이야기다.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에서는 역시 고고학자인 아버지 헨리 존스 박사와 함께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다닌다.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는 마야의 크리스탈 해골이 등장한다. 과거의 역사와 종교에 등장했던 유물들은 모두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반드시 힘을 얻었다고 해서 행운을 얻지는 못한다. <레이더스>에서 나치가 결국 성궤를 손에 넣었지만, 섣불리 성궤를 열었다가 모두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진지한 역사물이나 고고학 영화가 아니라 신기한 유물에 얽힌 흥미진진한 모험영화였다.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가 구상했던 ‘인디아나 존스’는 처음에 3부작으로 기획했고, 루카스의 친구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4편까지 모두 연출했다.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는 1800년대에 인기였던 H. 라이드 해거드의 모험 소설 <솔로몬 왕의 보물>의 주인공인 앨런 쿼터메인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누비며 역사적 유물을 발견하는 백인 주인공은 아무래도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베를린의 페르가몬박물관 등 유럽의 박물관에는 터키와 이집트, 중동에서 가져온 유적과 유물들이 가득하다. 인디아나 존스 비슷한 근대의 모험가들, 고고학자와 발굴단이 약탈한 것들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과거에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서양이 아닌 아시아나 중동이 야만적이고 개화되지 않았다고 보며 차별하는 태도-에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의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서양이 아닌 다른 문화권에 대해서도 비교적 공정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가볍게 모험을 즐기는 기분으로 보는 어드벤처 영화다. 과거의 역사적 기록과 몇 개의 단서를 통해서 유물이 있는 위치를 찾아가고, 유물이 보관된 사원이나 동굴에 설치된 갖가지 장치들을 피하거나 무력화시킨다. 뒤를 쫓는 강력한 적들과 추격전, 육탄전을 벌인다. 수수께끼 풀이와 액션, 호기심과 긴장감이 가득한 어드벤처 영화의 매력은 아주 강렬하고 다양하다. 80년대에 인디아나 존스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지금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에서 흘러나오는 존 윌리암스의 주제곡만 들어도 가슴이 뛸 것이다. 당시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는 게임 <툼 레이더>와 <언차티드> 등에 영향을 주었고, 이 작품들은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또한 애니메이션 <몬타나 존스>, 성룡 주연의 홍콩영화 <용형호제> 시리즈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도 세월이 흐르며 사그러들었다. 3편과 4편 사이에 무려 19년이 흘렀고. 4편 이후 5편이 나오기까지 다시 1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1980년대에 영광을 누렸던 ‘인디아나 존스’는 이제 추억의 대상으로 남았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의 배경은 1969년이다. 미국과 소련이 한창 냉전 중이었고, 미국의 아폴로 11호 달착륙이 성공한 해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에는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등장한다. 과거에 존재했지만 사라진 신비의 세계를 탐험했던 인디아나 존스의 시대가 끝나고, 눈앞에 펼쳐진 미래 그리고 우주를 향하는 인간의 모험이 시작되는 시대라는 의미도 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대학교수 퇴임을 앞두고 있고, 그의 수업은 지루하며 학생들에게 인기도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이 된 걸까.


인디아나 존스를 되돌리는 것은 역시 모험이다. 인디아나 존스에게 친구인 바질 쇼의 딸이자 대녀인 헬레나가 찾아온다. 1944년, 인디아나 존스는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는 안티키테라의 반쪽을 구했다. 헬레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안티키테라를 원했고, 인디아나 존스는 헬레나와 함께 탕헤르, 에게해, 시라쿠사 등을 누비며 새로운 모험에 뛰어든다.




오프닝에 등장한 나치 장교 위르겐 폴러도 다시 만난다. 인디아나 존스의 숙적은 1편과 3편에 등장한 나치였다. 1957년이 배경인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나치가 사라진 후이니 대신 소련인이 적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1969년이 배경인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에서 나치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독일이 패망한 후, 뛰어난 과학기술력을 가진 나치의 과학자들은 대거 미국으로 옮기게 된다. 기록에 남은 페이퍼클립 작전이다. 아폴로 계획의 중심인물이었던 폰 브라운 박사도 페이퍼클립 작전의 수혜자였다. 위르겐 풀러는 페이퍼클립 작전을 통해 미국으로 왔고, 여전히 나치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야심가로 나온다. 폴러는 안티키테라를 찾아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전작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전작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감독인 존 맨골드는 <아이덴티티>(2003), <더 울버린>(2013)과 <로건>(2017), <포드 V 페라리>(2019) 등을 만든 유능한 감독이지만 경쾌한 모험영화를 만들기에는 약간 진지한 성향이다. 그리고 해리슨 포드는 하드한 액션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 오프닝은 1944년, 인디아나 존스가 처음으로 위르겐 풀러를 만나는 장면이다. 롱기누스의 창을 찾기 위해 존스와 풀러가 대립하는 액션은 과거의 액션 장면을 연상시키는 경쾌하고 신나는 장면이다. 이유가 있다. 해리슨 포드의 얼굴을 CG를 통해 젊게 만든 것이다. 반면 1969년의 ‘노인’ 인디아나 존스는 위험하고 거친 액션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대신 젊고 자신만만한 헬레나가 액션을 하지만, 역시 보고 싶은 것은 인디아나 존스의 액션이다.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개봉 첫주 주말 기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아쉬운 성적이다. 제작비로만 2억8천5백만달러가 들어갔고, 마케팅 비용도 꽤 높은 편이라 적자가 확실하다. 인디아나 존스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이미 올드한 캐릭터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면서 열광했던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꽤 흥미로운 영화였다.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 과거를 단지 후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개선하려는 태도는 좋았다.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라고 할까.


약간 아쉽지만,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보는 일은 즐겁다. 해리슨 포드는 퇴장하겠지만, 다른 배우의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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