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부담 안 주면서 의미 있는 내 환갑 선물, 이건 어떤가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녀 부담 안 주면서 의미 있는 내 환갑 선물, 이건 어떤가요?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3-07-07

환갑을 맞았다. 기분이 묘하다. 불현듯 생각이 5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열 살 때쯤, 아버님의 환갑 잔치가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환갑 잔치를 원하지 않으셨다. 속 마음까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론 분명 그랬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잔치를 여는 분위기였고 더구나 시골이었기에 동네 어른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했다. 요란한 환갑 잔치를 원하지 않으셨던 아버님은 예상과 달리 매우 흐뭇해하셨다.  

 

당시 우리 집에는 TV가 없었다.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집을 장만해서 살 정도였으니, TV 하나쯤은 당연히 있어야 했다. 시골이었지만 동네 주민들 중 절반은 TV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형들에게 읍소(?)해서 자그마한 TV를 얻어냈다.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았던지 TV를 사 달라고 얘기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막상 안방에 TV가 있으니 나 만큼이나 즐거워하셨다. 판소리나 ‘수사반장’과 같은 연속극을 즐겨 보셨던 것 같다.    




50여년 전에 경험했던 아버님의 환갑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자녀들이 오래전부터 어떤 환갑 잔치를 원하느냐고 물어왔다. 그런데 쉽게 답하지 못했다. 거창한 잔치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식상한 이벤트도 싫었다. 또한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마치 내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녀들은 나의 이런 태도가 답답했던 모양이다. 지방에 괜찮은 펜션을 예약했다가 취소했고, 맛집으로 유명한 음식점을 예약했다가 또 취소했다.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오래전부터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환갑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갈 목적으로 그동안 돈을 모아뒀던 모양이다. 나는 내년이면 여행경비가 싸질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미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자녀들이 내린 최종 결론은 종합건강검진 선물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값진 환갑 선물이었다. 자녀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선물을 받으면서 즐거워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50여년 전 부모님의 모습과 흡사함을 느꼈다.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자녀들에게 효도를 받고 싶은 속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몇 개월 전에 아내와 함께 대학병원의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직장에 다닐 때엔 회사에서 지원해준 종합건강검진을 아내와 함께 받았으나, 은퇴 후엔 2년 넘게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 일반검진보다는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싶었지만,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 비쌌다. 은퇴하기 이전엔 다른 씀씀이를 줄이더라도 건강검진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은퇴하고 보니 종합건강검진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부가 함께 종합건강검진을 받으려면 한달 생활비 이상을 써야 했기에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신에 건강보험공단이 무료 제공하는 일반검진을 받기로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갑 기념으로 받은 대학병원의 종합건강검진은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또한 나는 평범한 환갑 이벤트보다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기에 가족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의 산소가 고향에 있지만, 해남 땅끝마을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있는 섬이라 그동안 자주 찾지 못했다. 해외여행이나 거창한 잔치 대신 고향 방문을 선택한 이유는 환갑을 맞아 자녀들에게 축하를 받기 이전에 먼저 나의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30여년이 지나 자녀들이 환갑을 맞을 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경험소비’ 예찬론자다. 미국 코넬대 카터 교수는 ‘물질소비의 만족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지만, 경험소비 만족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상승한다’는 연구로 주목을 받았다. 자녀들과 함께한 고향 방문의 경험소비가 오랫동안 간직되길 바랄 뿐이다. 『심리학이 돈을 말한다』의 저자인 중국 절강대 저우신위에 교수의 표현을 빌리고 싶다. “인생은 경험 하나하나가 엮여 만들어진 목걸이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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