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준비로 기술 배우다 그 끝에 선택한 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퇴직 준비로 기술 배우다 그 끝에 선택한 일

글 : 버들치 / 작가 2023-06-30

이번 글에서는 상대적으로 육체노동 강도가 덜한 기술을 배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동부기술교육원에 다니던 시절, 학생들끼리 향후 진로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현업에 계신 분들도 많길래 나가서 써먹을 수 있는 쓸모 있는 자격증에 대해 물었더니 ‘소방안전관리자’를 추천받았다. 소방 시설을 관리하고 소방 계획을 세우고 관공서에 소방 관련 행정 업무를 하는 직업이다. 현대 건물은 점차 대형화 고층화 추세이기 때문에 소방시설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이면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소방 관련 자격증은 소방시설을 관리하는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설비를 계획하고 설치하는 소방설비기사 두 종류가 있다. 자격증의 질이나 급여 면에서 당연히 후자가 더 중요하다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받았던 곳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은 2018년 2월에 오프라인 교육으로 5일간 받았다. 교육장은 당산역 부근 한국소방안전협회 교육장에서 받는다. 평일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휴가를 내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유료 교육이다. 대략 40만 원 정도로 낸 것 같다. 교육받고 마지막 날에 시험을 본다. 내가 교육받을 때는 60점이었는데 요즘은 70점이 커트라인인 모양이다.


(현재 소방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들은 바에 의하면 소방안전 관리자의 일이란 것이 점검이 대부분이다. 업무 외 시간이 굉장히 많다. 자기 개발하기에 아주 좋은 직업이다. 나도 처음엔 3교대 근무라 아예 생각을 안 했는데 교대 근무라도 혼자 하는 근무라면 괜찮을 것 같다. 혼자 사색(?) 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까. 젊은이라면 일단 소방안전관리자로 들어와서 소방설비기사나 소방설비기술사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결국 시설 관리에 안착하게 된 4가지 이유


기능을 배우기 시작한 지 5년, 몸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어느 정도 섭렵했을 무렵, 굳이 내가 이렇게 빡세게 살아야 되냐는 의문이 들었다. 나이도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늦은 문제 제기였다. 애들은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고 집도 하나 있겠다 뭘 더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욕심을 내는지 회의가 들었다. 그러니까 기능이 더 이상 절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벌이는 좀 못하지만 현장 근무의 기능직 보다 근무환경이 쾌적하고 출퇴근이 규칙적인 시설 관리직에 관심이 꽂혔다. 시설 관리에 필요한 자격증도 몇 개 있었다. 그래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경험도 없고 또 금융기관 출신의 검증되지 않은 50대 중반의 중년을 정규직으로 써 주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직으로 출발해서 경력을 쌓은 후 정규직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전략을 세울까가 나오는 것 같다. "시켜만 주면 잘 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주관적인 판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 생각이 주효했는지 5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취직이 됐다. 그리고 5개월 후엔 다시 5개월짜리 계약직으로 다시 취직했다. 2021년 2월에 시설 관리 쪽에 취업을 하면서 32년 이상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기능인이 되기 위해 여러 기능을 전전했지만 정작 취직한 곳은 시설 관리 쪽이었다. 처음 기능을 배우겠다고 다짐했던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내가 기능인의 꿈을 접고 시설 관리 쪽으로 돌아선 건 다음과 같은 이유다.  


1. 50대 이후에 기능인으로 가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 못할 거는 없지만 무리해서 해야 할 만큼 생활이 빠듯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시설관리는 힘쓰는 일은 별로 없다.


2. 또 기능인은 일거리가 일정치 않다. 일이 바쁘면 빡세게 일하고 일이 없으면 빈둥거린다. 이런 직업을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아내는 규칙적으로 집 비우는 걸 원하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는 걸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시설 관리는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이다. 토요일 일요일 국경일은 쉰다. 시설 관리직 중에 3교대로 돌아가는 팀도 있다. 3교대는 하루는 주간 다음 날은 야간(당직) 그리고 그 다음날은 쉰다.


3. 기능인이 일하는 작업장은 대부분 풍찬노숙을 각오해야 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에어컨과 히터가 있는 공간은 감히 꿈도 못 꾼다. 그러나 시설 관리직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런대로 쾌적하다.


4. 시설 관리인의 월급은 기능인에 비해 박하다. 대부분 월급이 300만 원 받기가 힘들다. 교대 근무직인 경우는 월 300만 원 정도다. 젊은 친구들에게 권할만한 직장은 아니다. 그러나 애들 다 키우고 집 하나 있는 중년에게는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으니 나쁜 조건은 아니다.


건물 내 막힌 오수관 위치를 찾는 중 



기계실의 공조기 모터를 체크하는 모습



후크메타로 전압을 측정하는 모습 


시설 관리 쪽의 일을 2년 정도 일한 소감은, 젊은이들이 하기에는 적당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임금이 박하다는 이유보다는 장래성이 없다. 진급도 없고 연차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것도 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가 김 기사나 박 기사로 통한다. 그리고 창의성을 요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보람이 없다. 또 경력이 오래됐다고 장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시설 관리는 건물에 필요한 전기, 상수, 하수, 오수, 소방, 냉. 난방 등을 원활하게 공급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즉, 건물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이기 때문에 잘 했다는 칭찬이나 공치사를 듣기 어렵다. 반대로 어느 하나라도 원활하지 않으면 원성이 자자하고 민원이 빗발친다.


그래서 시설 관리는 제2의 직업을 찾는 중장년 층에 맞는 직업이지 젊은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직업은 아니다. 그래도 노느니 시설 관리라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게 말하고 싶은 것은 더 공부해서 기사와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해서 행정이나 총무 업무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조경 일, 나무 가꾸는 낭만이 있지 않을까?


결국 시설관리 쪽 일을 하려나 싶었는데 뜬금없이 조경에 눈뜨게 됐다. 순전히 친구 때문에 배우게 됐다. 친구의 사무실이 있는 선릉에 자주 갔기 때문이다. 친구와 선릉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본 선릉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런 곳에 근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 가까이에 있는 헌릉에 아내와 함께 답사 차 가보았는데 선릉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었다. 이런 곳에서 노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선왕릉과 고궁 관리 채용 공고에 응시하기 위해 조경을 공부했다. 필기는 독학으로 했고 실기는 학원을 다녔다. 실기는 제도였는데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국비 지원이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다.



조경을 공부하던 학원의 모습 


선릉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면접을 봤다. 모집 부문이 청소였는데 면접관이 "가끔 아는 사람도 만날 텐데 그래도 청소를 할 수 있겠냐"며 물었다. 물론이라고 대답했지만 안 뽑힌 걸로 봐서는 나의 대답이 못 미더웠던 모양이다. 그후 헌릉의 모집 공고에 응시 원서를 냈으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아쉽지만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쉬움이 잊힐 무렵, 조경 일과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시설관리 일을 잠시 하다 아파트 조경 반장이 되었고, 현재 나는 조경 대리로 일하고 있다.


조경이 나무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라 좋을 것 같지만 그런 낭만은 잠시 뿐이다. 거름 주고, 잔디 깎고, 가지치고 하는 일이 모두 땡볕에서 하는 일이라 여름에 무지하게 덥다. 또 낙엽을 모으고 눈을 치우는 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낭만 하나로 시작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정원의 사계절 변화를 감상할 수 있고 잔디를 깎은 후 또는 전정을 한 후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와 관목을 보면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나의 기술 배우기 여정은 여기까지이다. 다음 글에서는 5년에 걸쳐 여러 기술을 배우며 50대가 기술을 배우기에 적합한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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