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코카콜라 회장이 말한 인생의 '진짜 행복'을 찾는 법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3-05-23
정년 후 은퇴자들이 시간을 함께 가장 많이 보내는 사람들이 가족, 특히 배우자라는 점에서, 은퇴자의 행복은 가족과 부부생활의 만족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퇴자들 가정은 이것이 많이 꼬여 있다. 수년 전, 보건사회연구원이 베이비부머들의 노년생활 만족도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5~196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태어난 약 720만 명의 인구집단을 말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의 약 60%가 ‘결혼생활에 대충 만족하고 산다.’ 고 응답해 부부생활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노년기 부부생활에 불만은 많지만, 그냥 참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을까? 요즘 급증하는 황혼이혼의 원인들을 분석해보면, 부부생활의 파탄은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 남편 잘못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오랫동안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한국 남자들은, 일 없이 집안에서 지내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잔소리가 심해진다. 직장에서 은퇴한 것을 사회에서 퇴장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치 삶이 끝난 것 같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괜히 짜증을 내는 남편과 아빠를 부담스러워하고, 함께 있는 것을 자꾸 피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치지 못하면, 결국 가정의 평화가 깨질 수밖에 없다. 위기에 처한 가정을 잘 지키려면 남자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빨리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생활 자세를 되찾는 것이다. 집안에서 권위를 내세우는 가장(家長)이 아니라, 다정하고 멋진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되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맡아왔던 집안 청소와 설거지 등 가사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나름대로 요리 공부를 하여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음식 준비도 해 본다. 아내가 마트에 장보러 갈 때 자동 차 운전도 해주고, 가족여행 프로그램도 자주 만들어 모두가 함께 보내는 여가시간도 늘린다. 사실 이런 일은 젊어서부터 해야 될 것들이지만, 늦었더라도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항상 ‘단단한 동아줄’로 묶여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가족들을 무심하게 또 소홀히 대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가족관계는 사실 ‘유리구슬’과도 같아서 한번 깨지면 다시 원상회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2000년대 초반 코카콜라 회장을 지냈던 더글러스 태프트(Douglas Taft)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新年辭) 글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글에서 그는 우리 인생을 무대 위에 서서 5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juggling)에 비유하고, “회사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과 건강, 친구 관계, 내 영혼을 해치는 것은 바보 같다”고 말한다. 5개의 공을 골고루 돌려야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고, 또 오래 돌릴 수 있다는 그의 조언 (助言)은 정곡을 찌른다. 최근 다시 읽어보니 30, 40대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참맛이 우러난다. 그가 쓴 글을 번역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괄호 안의 글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추가한 것이다).
송양민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특수치료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4년 2월 퇴직했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고령화, 보건정책, 경제교육 등이며, 보건ㆍ복지ㆍ노동ㆍ연금분야 연합학술단체인 사회보장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100세시대 은퇴대사전』,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