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우자도 은퇴 후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나의 배우자도 은퇴 후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글 : 한혜경 / 작가, 前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3-05-11

얼마 전에 S그룹 계열사의 은퇴 예정자 대상으로 ‘은퇴 이후부터 100세까지, 어떻게 살까?’ 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다. 평소에 대기업 은퇴 준비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 던 차였는데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은퇴하기 전에도 가 끔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내가 만났던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간접적 으로 전달하는 형식이었다면, 지금은 나 자신이 직접 은퇴 과정을 겪은 후에 하는 강의라서 더 생생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데 그날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중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열띤 반응을 보였던 이슈 는 ‘황혼이혼’에 관한 것이었다. ‘은퇴 직후가 이혼하기 좋은 때’라는 내 글과 이야기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통계적으로도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는지? 은퇴 직후 에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은퇴 직후의 이혼 위기를 넘긴 비결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자못 진지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집사람이 나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고 바깥 활동도 활발해요. 은퇴 후에 사이가 좋아지려면 이제부터 집사람이 모든 관계를 끊고 가정에만 집중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동안에는 일과 성공에만 에너지를 집중했지만 이제 배우자와 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어떻게 해서든 다시 예전의 좋았던 사이로 돌아 가고 싶고, 그러려면 부부가 각자 바깥 활동이나 관계를 정리하고 함께 노는데 더 많은 시간 을 할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남편이 이런 제안을 할 때 아내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혹시 이런 반응이 나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그동안 그렇게 같이 놀자고 할 땐 모른 척하더니, 이제 와서 함께 놀자고? 재미 하 나 없는 당신과?” 


아, 남녀 간의 만남은 왜 이리도 항상 극적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남자들은 은퇴를 기점으로 바깥일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가족과 여가생활을 더 즐기고 싶어하 지만 여자들은 그 반대다. 나이가 들수록 집 밖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성취를 중요시하며, 가족 외의 인간관계에서 재미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남자들의 친밀 성, 의존성, 관계 지향성이 증가하는 반면 여자들의 경우에는 공격성, 자기주장,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러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이가 될 수밖에. 

그런데 이상한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결혼만족도가 서구 국가에 비해서 유난히 낮다는 점이 다. 결혼만족도에 관한 기존의 연구 결과는 ‘은퇴 후에 결혼만족도가 상승한다’는 쪽이 우세하 다. 즉 결혼기간에 따른 결혼만족도가 ‘U자형’을 보인다는 것. 신혼기에 높았던 결혼만족도가 자녀 출산이나 양육 기간에는 감소하다가 자녀를 모두 독립시킨 후에는 다시 높아진다는 것이 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결혼생활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가 10년 사이에 2배로 증 가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2022년에 발표한 ‘지난 10년간 의 고령자 의식변화’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남자의 경우에는 68.8%로 10년 전에 비해 5.6%포인트 증가했지만, 아내의 경우에는 불만족 비율이 1.1%포인트 증가하고, 그 대신 자녀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70.8%로 10년간 9.0%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 났다. 


아내들의 결혼만족도가 이토록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부부 간의 대화나 의사소통 수준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집안일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등의 성 역할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친밀감과 애정을 적극 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태도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너무 오랫동안 ‘따로따로’의 삶에 익숙하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공유할 것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가족이 ‘부부관계’보다 ‘부모자녀관계’를 더 중요시 하는 데 있다고 본다. 서구의 가족은 부부 중심이다. 즉 부부가 중심이 되어 자녀를 이끌다가 적정한 나이가 되면 자녀를 독립시키고, 그때부터 부부는 자녀 양육에 대한 재정적,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서 여유를 찾게 되며 예전의 응집력과 애정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면서 결혼 만족도도 다시 상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족은 그렇지 않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자녀 중심의 삶을 사는 부부가 많 다. 자녀가 결혼한 후에도 손자녀를 돌봐주는 등 물심양면의 지원을 멈추지 않는 등 자녀에게 온 신경을 쏟다 보니 부부 사이에 집중되어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이다. 이번 강의에서도 ‘가족의 중심이 부부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부모자녀관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나의 질문 에 대해, 뭐 그렇게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부모자녀관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은퇴 후 부부 사이가 좋아지는 비결? 그건 이제부터라도 부부 중심의 가족생활을 만들어가 는 것이다. 부부간의 대화와 소통을 늘리고, 부부간의 지지, 우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 리고 성인 자녀와의 관계를 점검해야 한다. 자녀와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부부와 자녀 간에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다른 한 명이 소외되어 있지는 않은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자녀와의 관계나 소통을 끊으라는 말은 아니다. ‘친 밀하지만 경계가 분명한’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관계는 변치 않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부부 사이도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를 기점으로 사이가 점점 더 좋 아지는 쪽으로 변화하는 부부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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