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행복한 노후의 조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일본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행복한 노후의 조건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3-03-03


‘노후 대비’가 사회적 이슈다. 일본 출판업계에선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노후 재테크’를 알려주는 금융 전문가들도 많다. 노후 전문 작가인 다치바나 아키라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2대 요소로 ‘평생 현역 + 금융 투자’를 꼽는다. 노후가 길어진 만큼 최대한 오래 일하는 방안을 찾고, 금융 투자로 경제적 안정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NHK와 진행한 다치바나의 인터뷰 내용은 참고할 만한 내용이 꽤 있다. 


퇴직 후 긴 노후를 살아가기 위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다치바나 작가는 노후 대비를 위해 평소 ‘자산’과 ‘일’ 두 가지에 관심을 쏟으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인플레이션과 주가 급등락으로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립과 조기 은퇴)’에 대한 관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렇다면, 평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돈은 어떻게 모아야 하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부(자산)를 늘리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 자본을 금융시장에 투입해 이익을 내는 방법, 즉 ‘투자’다. 

둘째는 인적 자본을 노동시장에 투입, 이익을 얻는 방법, 다시 말해 ‘일하는 것’이다. 리스크 분산 원칙에 따라 수익원은 한 개보다 두 개가 낫다. 투자와 일을 균형 있게 조합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중요하다.

FIRE의 ‘FI’(Financial Independence; 경제적 자립)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 전제다. 1990년대 미국에서 “경제적 토대 없이 자유는 없다”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갑질이나 성희롱을 당하거나,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고도 마냥 견뎌야 하는 것은 회사나 남편에게 생계를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혼해도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자유의 바탕은 ‘돈’이고, FI는 나답게 살기 위한 모든 사람의 목표다. 




-자유롭게 살기 위한 금액에 기준이 있나.

 

‘행복’ 연구에 따르면 수입이나 자산이 늘어날수록 비례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돈의 한계 효용’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돈을 가지면 행복감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일본 대학의 조사 결과 그 기준 금액은 1인당 연 수입 800만 엔(자녀가 있으면 가구 수입 1500만 엔), 자산 기준으론 자기 집(自家)과 1억 엔 정도다. 가구 수입이 연 1500만 엔이면,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억 엔의 금융자산이 있으면 장래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일단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 속에 1000조 엔이 넘는 국가 채무를 지고 있다. 국민들은 80~90대가 됐을 때 ‘국가 파산’이 일어나 연금을 받을 수 없을지를 우려한다. 그렇지만, 국가가 사회복지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연금이 줄거나 보험료 납부 기간이 늘어나고, 수급 개시 연령이 높아진다 해도 연금 수령액이 현재보다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럴 경우 60세 시점에서 1억 엔은 분명히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다. 나이가 들면 소비 기회가 줄어들어 쓸 수 없는 돈이 쌓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금융자산은 5000만 엔이면 충분하다.



-인적 자본(일)과 금융 자본(투자)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보통 일본 사람들은 젊을 때 금융 자본이 거의 ‘제로(0)’인 반면, 상당한 인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60세까지 일할 경우 평생 수입은 대졸 남성 평균 3억 엔, 여성 2억 엔 정도다. 대기업은 5000만 엔 가량 더 늘어난다. 여기에는 퇴직금이나 정년 퇴직 이후 재취업 수입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금액을 더한다면 대학 졸업 시점에 3~4억 엔을 버는 잠재 능력을 가진 걸로 봐야 한다.  

 

해외에는 더 소득이 높은 국가도 있다. 연봉 300만 엔을 받는 일본의 초밥(스시) 장인이 미국에 돈을 벌러 갔다가 연 수입 8000만 엔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적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케이스다.  


인적 자본은 나이가 들면 줄어들고, 일할 수 없는 시점에 ‘제로(0)’가 되는 특성이 있다. 일본 샐러리맨의 가장 큰 문제는 정년제도로 인해 60세가 되면 ‘강제 해고’를 당하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정년 이후 40년이나 긴 시간이 남는다. 노후 문제의 초점은 ‘노후가 너무 길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일해서 노후를 짧게 하거나 금융 자본을 잘 운용해서 인적 자본을 보충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잘 활용하면 노후에 필요한 돈을 모을 수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30~40대에 조기 은퇴(RE• Retire Early)하고, 유유자적하게 사는 삶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상당히 바뀌었다. 40살에 은퇴하면 남은 인생이 60년이나 된다. 대체 뭘 하며 보낼지가 고민거리다. 현대 시장경제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기 실현 방법은 일하는 것이다. 일을 해야 다른 사람과 꾸준히 교류할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이나 거래처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자기 만족도가 높아진다. 인적 자본은 돈을 버는 원천이며, 사회적 평가를 얻기 위한 원천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고독’은 ‘실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조기 은퇴로 인적 자본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자발적 실직이다. 이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행복을 잃는 잘못된 방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 근무가 확대된 덕분에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에서는 2000년께 성공한 여성이 갑자기 전업 주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옵트 아웃’(Opt Out) 현상이 일어났다. 유엔이나 대형 로펌, 월가에서 활약하던 여성들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퇴출’ 쪽을 택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이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유명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온 여성은 남편이 고소득인 경우가 많아 평생 필요로 하는 소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희생하고 계속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옵트 아웃 하는 여성이 드물다. 부부 둘 다 엘리트인 ‘파워 커플’은 프리랜서가 되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생긴 덕분이다. 회사에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고, SNS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 회사 간판이 필요 없는 시대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육아와 일의 양립이 훨씬 쉬워진다. 

 

행복도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실연, 이혼으로 우울해지는 것보다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행복도를 낮춘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한 번밖에 없는 일이라면 머지않아 행복도는 원래대로 되돌아 온다. 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싫은 일’은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현대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을 고를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갑질하는 상사, 발목 잡는 동료, 일을 못하면서 잘난척 하는 부하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도가 큰 폭으로 올라간다. 상당수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프리랜서 외에 잡(job)형 고용이나 부업 등 다양한 근로 방식이 있다.  


일본에서 몇년 전 ‘노후 자금 2,000만 엔’ 이슈가 터졌을 당시 트위터에 “65세부터 75세까지 10년 동안 연봉 200만 엔으로 일하면 2000만 엔이 된다”고 올렸다가 호되게 욕을 먹었다. “노인들이 그렇게 많이 벌 리가 없다. 아프면 어떡하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병에 걸리는 것을 전제로 부정적인 인생 설계를 해도 좋은 결과는 생기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젊은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해서 조금이라도 저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의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한 달에 1만 엔씩 저축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인적 자본을 키우고, 30대가 된 후 자산 운용을 해도 시간적으로 충분하다. 자산 운용에서 실패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떨어진 종목에 더 투자했다가 손절매하지 못한 채 평가손을 키우는 패턴이다.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은 행동 경제학 관점에서 매우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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