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며 그들이 깨달은 진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며 그들이 깨달은 진실

글 : 김봉석 / 작가 2023-01-18

코인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2022년은 거대한 재난이 이어진 해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유형의 코인으로 각광받은 루나 코인이 5월에 급락하고 몰락했다. 올해 초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도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4월 4만 7천달러에서, 9월 1만 8천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다시 안정을 찾으며 슬슬 오르던 비트코인은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3위인 FTX가 파산하며 다시 흔들렸다. 이어서 한국의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가 상장폐지를 밟았다. 지난 12월 1일 기준으로 문제가 된 코인들의 올해 수익률은 처참한 지경이다. 루나 -99.9%, FTT -96.7%, 위믹스 -95.5%.


올해의 코인 위기를 본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거나, 안정적이고 이미 주류가 된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거나. 하지만 문제는 투자자에게만 있지 않다. 안정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없고, 규제도 없는 현재의 시스템은 기초부터 허약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아무도 믿지 마라: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는 코인을 거래하는 과정부터가 위험한 전제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2013년 설립한 쿼드리가CX는 캐나다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로 성장했다. 사람들이 쿼드리가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수익을 올렸다. 20대 초반의 제럴드 코튼이 설립한 쿼드리가는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며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코튼은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누구나 부러워할 생활을 누렸다.


2018년 말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쿼드리가 이용자들이 코인을 현금으로 인출할 때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인출이 불가능한 투자자들이 많아지자 언론에서 취재를 했다. 코튼은 잠시 은행이 자산 동결을 해서 지급이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2019년 1월, 난데없이 제럴드 코튼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아내인 제니퍼 로버트슨과 함께 12월 인도 여행을 갔다가 크론병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쿼드리가의 오프라인 암호화폐 지갑인 콜드 월렛에 접근할 수 있는 암호키를 알고 있는 사람이 코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1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아예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분노한 투자자들은 텔레그램에 방을 만들고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수상한 점이 많았다. 왜 사망 한 달이 지나고야 소식을 알린 것일까? 크론병은 사망률이 3%밖에 되지 않는데, 정말로 코튼은 죽은 것일까? 사망을 위장하고 바하마나 어딘가로 도망쳐 호의호식하는 것 아닐까? 2억 5천만달러의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키를 코튼만이 안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 코튼이 계속 해외를 여행한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위협을 피해 도망다닌 것은 아닐까? IT 전문가들이 직접 쿼드리가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언론에 제보를 한다.


쿼드리가가 창업을 할 때, 마이클 패트린이라는 동업자가 있음이 밝혀진다. 패트린은 신원 도용과 돈세탁을 하다가 체포된 전과자였다. 하지만 패트린은 직접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와, 자신은 코튼과 의견차이로 이미 2016년에 쿼드리가를 떠났다고 밝힌다. 전문가들이 블록체인을 통해서 쿼드리가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자, 이미 지갑의 자산이 상당액 비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돈을 어디로 빼돌린 것은 아닐까? 또한 쿼드리가 운영을 하면서 계속 해외의 거래소에 자금을 보낸 것이 밝혀진다. 해외 범죄조직의 돈세탁을 했던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음모론이 등장한다. 수상한 동업자, 배후의 범죄조직, 남편을 죽이는 악녀 등등. 아무도 정확한 사실을 모르니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패트린이 자주 드나들던 사이트에서 인터넷 사기를 하던 ‘셉터’라는 계정을 발견한 것이다. 셉터를 추적해보자, 제럴드 코튼이었다. 소소한 기행을 하던 호감형의 옆집 청년은 14살, 15살 때부터 인터넷에서 소소한 사기를 치던 악당이었다. 비트코인이 상승하며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자 대형 사기를 치기 위해 코튼은 쿼드리가를 만들었다. 과정도, 결말도 너무 전형적이었다. 코튼은 빼돌린 돈으로 투자를 했지만 수익을 올릴 능력이 없었고, 그래도 비트코인이 계속 상승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하락세가 되어 인출 요청이 많아지자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남의 돈으로 도박을 하다가 다 날려버린 것이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제기한 음모론의 대부분은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코튼은 죽었고, 아내는 남편을 독살하지 않았고, 범죄조직은 코튼 자신이었다. 하지만 문제제기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쿼드리가에는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고, 설명할 수 없는 팩트들이 있었다. 음모론은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누군가 팩트를 숨길 때 발생한다. 쿼드리가도 마찬가지다. 코튼이 사기꾼이라는 전제를 알지 못했으니,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코튼이 죽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체포가 되었을 테고, 누구나 아는 전형적인 금융사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튼은 죽었고, 기소와 재판과정이 없었기에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도 믿지 마라: 암호화폐 제왕을 추적하다>는 IT 전문가들이 쿼드리가의 사기에 속은 이유를 설명한다. 그들은 사람보다 기술을 신뢰한다. 정부의 규제나 획일적인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을 원했고, 암호화폐는 대표적인 새로운 시스템의 상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신념을 가진 소수는 돈을 벌려는 다수에게 언제나 밀리기 시작한다. 신념이 아니라 돈이 지배하고, 상승하는 시장을 이용하려는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 제럴드 코튼도 신념이 아니라 돈만을 원한 사기꾼이었다.


신기하기는 하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증권사와 보험사는 물론 제1금융권의 은행까지도 망하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전 재산을 은행도 아니고, 하나의 회사에 모두 맡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나라면 못할 것 같다. 은행이라도 두 군데 정도는 분산한다. 일반 화폐라 해도 국가의 신용도에 따라 휴지나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는데, 회사가 발행하고 책임지는 코인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 가능할까? 캐나다에서 유명인사였던 제럴드 코튼도 진짜 모습은 사기꾼이었다. 결국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접하는 정보만 전적으로 믿지는 말고, 다양한 정보를 크로스 체크 해야 한다. 사기꾼에게 속지 않고, 자신의 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