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더 늦게 받으면 더 많이 드려요' 하지만 실상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금, 더 늦게 받으면 더 많이 드려요' 하지만 실상은...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2-12-20

얼마 전 일본에서 만난 지인에게 들은 얘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일본 유명 대학에서 30년째 근무 중인 그는 “앞으로는 고급 노인홈에 들어가 노후를 사는 게 젊을 때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조금 과장된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시설 좋은 노인홈은 거액 입주금은 물론, 매달 내야 하는 금액만 30만~40만 엔에 달한다.





일본에서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류층으로 살기는 부족하다. 고령자들이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는 가장 큰 이유도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올해 65~69세의 취업률은 50.3%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50% 선을 넘었다. 10년 전 36.2%에 비해 14.1%포인트 높아졌다.


공적 연금만으론 노후에 여유 있게 살기가 쉽지 않다. 일본 공적 연금제도의 실상을 살펴 보자.


일본 연금제도는 3층 구조 ,,, 공적 연금은 1,2층


먼저 공적 연금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 연금제도는 3층 구조다. 1층과 2층은 ‘공적 연금’, 3층은 ‘기업 연금’으로 보면 된다. 공적 연금은 노후 생활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본 취지다. 모든 국민이 노후 생활 자금을 자신의 저축만으로 충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적 연금은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고 지원과 현역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합쳐 고령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일본의 공적 연금에는 ‘국민 연금’과 ‘후생 연금’ 두 종류가 있다. 국민 연금은 20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제도다. 각종 연금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기초 연금’으로도 불린다. 자영업자 등 제1호 피보험자, 회사원 • 공무원 등 후생연금 가입자를 제2호 피보험자, 제2호 피보험자의 피부양 배우자를 제3호 피보험자로 둔다.


후생 연금은 민간 기업의 직원과 공무원이 대상자다. 이들에게 국민연금에 더해 추가로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지급액은 재직 중 임금 수준과 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개인별로 받는 연금액의 차가 꽤 있다.


기업 연금은 일본의 연금제도에서 3층에 해당한다. 기업 연금은 직원들의 복리후생를 위해 후생 연금에 더해 추가로 지급한다. 지급액이 미리 정해져 있는 ‘확정 급부형 연금’과 그렇지 않은 ‘확정 거출 연금’으로 분류한다.



노후 생활비, 공적연금만으론 부족 


일본에서 공적연금으로 어느 수준의 노후 생활이 가능할까. 민간 기업에서 정년 퇴직한 가장의 가계부를 들여다 보자.


<표1>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부부의 가계부 사례 (단위 : 엔)





다나카 씨(가명)는 대학 졸업 후 중견 금속가공업체에 취업한 뒤 공장 책임자로 정년까지 일했다. 그는 정년 후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5년 전 발생한 뇌출혈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다. 그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을 합쳐 월 18만200엔을, 국민연금만 수령하는 부인은 월 5만9700엔을 받고 있다. 이 부부의 월 총 수입은 23만9900엔이다. 집은 자가이며, 예금으로 약 1000만 엔을 갖고 있다. 이 정도 자산과 연금액이면, 일본에서 표준적인 근로자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나카 부부의 가계부는 매달 적자 상태다.(표1 참고) 다나카 씨의 간병 비용을 포함해 월 지출액은 25만5245엔이다. 매달 부족한 생활비 1만5345엔은 예금에서 꺼내서 쓴다. 적자액은 연간 18만4140엔에 이른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20년 동안 이어진다면, 368만2800엔에 달해 저축한 돈이 없어진다. 지금도 각종 생활비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살고 있다. 한창 일할 시기에 자산을 넉넉하게 모으지 못한 대다수 일본인의 형편도 다나카 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적연금 수령 시기 늦추면, 이익일까 


2022년 4월, 일본의 공적 연금 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연금을 받는 고령자 입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연령이 기존 70세에서 75세로 높아진 것이다.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기본 연령은 기존처럼 65세다.


<표2> 연금액 200만엔 남편이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출 경우 받는 실제 수령액 




공적연금의 지급 내역을 들여다 보자. (표2 참고) 65세부터 받는 연령을 늦출 경우 연금액은 1개월 마다 0.7%씩 증가한다. 예를 들어, 수급 개시를 5년 늦춰 70세부터 받는다면, 65세 시점 연금액의 1.42배, 75세로 10년을 늦출 경우 1.84배로 늘어난다. 65세부터의 연금액이 연간 200만 엔인 대상자는 5년 늦출 경우 284만 엔, 10년 늦출 경우 368만 엔이다. 연금액이 1개월 마다 0.7%씩 늘어나 상당한 증액 효과가 있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최대 장점은 금액이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표면적인 연금액과 다소 차이가 난다. 연금 수입이 늘어나면, 사회보험료 및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금 공제를 포함한 실제 수령액을 비교해 보자. 액면 금액은 정부 발표 대로 70세부터 받을 경우 42%, 75세부터 받을 경우 84% 증가한다. 실제 수령액은 70세부터 받으면 31~32%, 75세부터 받으면 67% 증가에 그친다. 표면 증가율을 훨씬 밑돈다. 연금 수입은 급여 수입에 비해 금액 자체가 적기 때문에 세금 부담(세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반면, 사회보험료는 연금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증가한다.


예를 들어, 연금 수입이 200만 엔인 경우 실제 손에 쥐는 연금액의 비율은 90%다. 하지만, 늦춰서 받거나 기업연금을 포함해 연금액이 360만 엔에 이를 경우 실제 받는 금액의 비율은 83% 선으로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연금을 받는 연령을 늦추면, 연금액이 증가해 노후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건 확실하다. 다만,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 비율은 외형 증가액 만큼 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표3> 연금액 78만엔 부인이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출 경우 받는 실제 수령액 




부인의 연금액을 한번 들여다 보자. (표3 참고) 연간 받는 연금액은 78만 엔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연금액이 적기 때문에 소득세, 주민세가 없다는 것이다. 수령 시기를 5년 또는 10년 늦춘다 해도 비과세다. 따라서 원래 연금액이 적은 부인은 수령 시기를 늦출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일본의 공적 연금은 언제부터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춘다 해도 65세부터 받는 경우의 총액을 넘는 시점이 ‘손익 분기 연령’이다(표3 참고). 일본 후생노동성은 “70세부터 수령할 경우 81세 11개월이 되면, 65세부터 받기 시작하는 사람의 총액보다 많아 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연금액’을 비교한 것이다. 실제 수령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다소 다르다. 남성의 손익 분기점은 이 보다 2,3세 정도 높여 잡아야 한다.




연금 전문가인 후카타 아키에 파이낸셜플래너는 “전업 주부 기간이 길고, 연금액이 적은 부인은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춰도 ‘비과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 가구 전체의 연금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자신의 연금액을 최대한 증액하는 것이 노후 대책으로 장점이 더 많다고 조언한다.


현역 세대의 수입이 많고, 연금액이 많은 사람은 공적 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굳이 늦출 필요가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연금액이 증가하는 만큼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 실제 받는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스스로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개개인의 자산이나 수입 구조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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