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다 원금이 반토막... 와이프에게 말하기 싫은데 어쩌죠?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투자하다 원금이 반토막... 와이프에게 말하기 싫은데 어쩌죠?

글 : 김형준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2022-11-07



사연자님의 말씀처럼 손실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배우자에게 ‘내가 투자 실패로 돈을 잃었다’는 말을 꺼내기가 죽기보다 싫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투자에 몰두해서 원금을 회복한 다음 얘기하자고 생각합니다. 생각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들 돈을 잃고 배우자에게 말했을 때 후폭풍을 생각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손실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손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금에서 마이너스가 되었지만, 아직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자금이 있으니 이걸 잘 굴려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금을 모두 잃은 경우라도 은행 대출, 마이너스 통장 개설 등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좋지도 않은 상황을 굳이 아내에게 얘기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이죠. 누구도 손실을 원하지 않습니다.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화가 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죠. 투자 경험이 많고 손실을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재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사연을 주신 분처럼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경우라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빚투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


남은 투자금으로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손실률의 두 배나 되는 수익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으로 투자를 했는데, -50%가 되었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용 자금은 2,500만원입니다. 이 돈이 다시 원금이 되기 위해서는 100%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죠.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여 봅니다. 그리고 지난날 실패했던 투자를 복기하며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조금만 달리했더라면 얻었을 수익을 생각합니다. 이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투자한다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잘하면 수익까지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100% 수익을 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원금 회복을 위해 한 방을 노리며 더 위험한 종목에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부터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고 도박이 됩니다. 투자하는 상품의 가치나 기업의 경영 건전성 같은 것은 무시하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만 보기 때문에 수익보다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죠. 투자 실패 이후 한두 번 추가 손실을 경험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너무 불안해 한시도 시세 창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고,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초조한 마음에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에 쏟아붓더라도 단기간에 손실을 만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를 하다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손익을 따지지 말고 배우자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전적 손실보다 신뢰의 손실이 치명적


사실 손실에 대해서 말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는 이미 과거에 의해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부의 경우, 손실로 인해서 사이가 멀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에 멀어 져 있던 것이 손실이 계기가 되어 표현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사이가 좋았다면, 손실로 인해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래창이라는 가상의 전쟁터에서 수익을 위해 싸우고 있을 때, 손실보다 더 두려운 상황은 관계의 상실입니다. 부부는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삶을 꾸려 갑니다. 그런데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미 전쟁에서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배우자에게 손실을 숨기는 이유는 상대방을 잃을까 두려워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두려움이 결국 관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신용불량자가 될지언정 신뢰불량자가 되지는 맙시다. 신뢰가 무너져 관계가 끊기는 것은 신용을 잃고 거래가 끊기는 것보다 더욱 치명적이며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을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겠다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투자 금액과 투자처를 알리고, 배우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등 투자의 목적과 의미를 공유하겠다고 합의하고,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어찌 보면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투자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떤 경우에도 수익을 얻기 위해 부부의 신뢰를 담보로 위험한 전쟁을 치를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