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비, 나이 들수록 늘어날까 줄어들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후 생활비, 나이 들수록 늘어날까 줄어들까

글 : 김동엽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 2022-06-20



살다 보면 너무 당연해 보여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일이 있다. 내용이 그럴듯해서 실제 그런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은퇴 설계를 할 때도 그런 일이 있다. 다음 문장을 한번 보자.


‘은퇴자들은 모아둔 노후 자금에서 돈을 인출해 생활하는데, 이때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구매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어떤가, 그럴듯하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도 그럴까. 나이가 들면 바깥 활동이 줄고 자연스레 씀씀이도 줄지 않을까. 지출 항목과 구성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은퇴 초기에는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재량적 지출 비중이 높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의료와 간병 관련 지출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지금부터 은퇴자 소비지출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그 답을 생각해 보자.


물가상승률만큼 노후 생활비도 늘어난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인출 금액을 늘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재무 설계 전문가 윌리엄 벤젠(William Bengen)이 1994년 10월 ‘안전 인출률’에 관한 논문을 내놓는다. 그는 준비한 은퇴자금에서 매년 얼마만큼 인출해야 은퇴생활 중에 파산하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벤젠은 이 문제를 풀려고 가상의 은퇴자를 만들었다. 먼저 은퇴 기간은 30년으로 잡았다. 65세에 은퇴생활을 시작해 94세까지 산다고 봤다. 은퇴자금은 미국 주식과 채권에 반반씩 나눠서 투자하고, 연말에 한 번씩 생활비를 인출한다고 가정했다. 또한 첫 해 인출 금액이 정해지면 이듬해부터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출 금액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구매력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가정 아래 벤젠은 가장 나쁜 시기에 은퇴한 사람도 은퇴 기간 중에는 파산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1926년부터 매년 초에 은퇴해 30년 동안(1926~1955년, 1927~1956년 등) 은퇴생활을 하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이렇게 하면 1930년대 대공황,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때 은퇴한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분석 결과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은 1966년 은퇴자였다. 그는 은퇴 기간 중 파산을 피하기 위해 은퇴 첫해에 노후 준비자금에서 4.15%만 인출해야 했다. 이보다 많이 인출하면 은퇴 기간 30년이 끝나기 전에 파산하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자금에서 매년 4%만 인출하면 파산을 피할 수 있다는 ‘4% 룰’이 여기서 나왔다.


벤젠은 은퇴자가 은퇴 기간 동안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년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인출을 늘려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같은 벤젠의 가정은 매우 보수적이고, 그래서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가정을 충족하려면 은퇴에 앞서 상당히 많은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활동도, 씀씀이도 줄어들지 않을까?


은퇴 후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반대로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위스콘신에서 재무설계사로 일하는 타이 버니케(Ty Bernicke)는 은퇴 후 지출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어 동일한 연령대에 있는 은퇴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지출을 변화시키는지 살폈다. 조사 결과 75세 이상 은퇴자가 65세부터 74세 사이 은퇴자보다 적게 지출하고, 이 들은 다시 55세부터 64세 사이 은퇴자보다 적게 지출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퇴자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왜 일까. 버니케는 이를 ‘줄다리기’에 비유해 설명했다. 은퇴 기간 동안 기본적 지출과 재량적 지출이 힘을 겨루며 줄다리기를 한다.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 지출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해외여 행을 떠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횟수가 줄어 재량 지출은 감소한다. 기본 지출의 증가를 재량 지출의 감소가 상쇄하게 되면 전체 지출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는 줄고 의료비는 늘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재량 지출이 감소한다고 노후생활비가 계속해서 줄어든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본 지출과 재량 지출이 줄더라도 의료 및 간병 관련 지출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1994년 마이클 스테인(Michael Stein)은 은퇴 기간을 10년 단위로 3단계로 나누고, 각각 활동적인 시기(Go-Go Year), 회상의 시기(Slow-go Year), 간병의 시기(No-go Year)라고 명명했다. 활동적인 시기는 65세에 은퇴한 다음 74세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은퇴자들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등 재량적 지출을 많이 한다. 그래서 3단계 기간 중 지출이 가장 많다.




75세부터 84세 사이에 은퇴자들은 ‘회상의 시기’를 맞이 한다. 활동적인 시기와 비교하면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줄고, 재량적 지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가상승률에 맞춰 지출이 늘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은퇴자들은 85세 이후에 ‘간병의 시기’를 맞는다. 이 기간 동안 재량적 지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의료비와 간병비가 더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지출이 상승한다. 그래서 은퇴자의 지출은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는 'U’자 형태를 띠게 된다.


U자형 소비 패턴에 대한 보다 최근 연구도 있다. 모닝스타의 수석연구원인 데이비드 블랑쳇(David Blanchett)은 2014년에 은퇴자의 소비 퍼즐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은퇴자의 실질 지출이 84세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저점은 84세에 나타나는데, 은퇴 초기와 비교하면 지출이 최대 26%나 감소한다. 은퇴할 당시 10만 달러를 쓰던 은퇴자가 84세 무렵에는 7만4146달러만 사용하는 셈이다. 이후 90세가 될 때까지 지출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초기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다.


블랑쳇은 은퇴자의 지출이 하락하다가 상승하는 곡선을 보이는 것을 사람들의 미소 짓는 얼굴에 빗대 ‘은퇴 지출 스마일’이라고 명명했다. 보는 쪽에서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라간 비대칭적인 미소를 짓는다.


간병비 감당하지 못하는 은퇴자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은퇴 이후 지출 곡선이 하락했다가 상승하는 ‘U’자 형태를 띤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국제장수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세시라 우르지 블랭카 (Cesira Urzi Blancat) 박사와 동료들은 고령자의 소비 패턴에 대한 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다. 연구하면서 블랭카 교수는 은퇴 초기에 고령자의 소비가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는 것도, 은퇴 후기에 간병비를 충당하려고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관찰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블랭카 교수의 연구는 어디까지나 영국의 일반 가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간병 홈에서 스스로 간병 비용을 대면서 생활하는 일부 부유층 은퇴자는 조사에서 제외됐다. 은퇴 후기에 전체 지출에서 간병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간병 비용을 누가 지불하느냐는 은퇴자의 부와 소득에 달려 있다. 이렇게 보면 U자 형태의 지출 패턴은 이례적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은퇴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은퇴자의 지출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봤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이 은퇴 이후 지출 패턴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가 달라지고,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 매달 저축해야 하는 금액도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은퇴 후 지출이 꾸준하게 늘어난다고 가정하는 것은 매우 안정적인 노후준비 방법이다. 하지만 미래에 더 많은 지출을 하려면 지금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은퇴 후 나이가 들면서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노후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 의료와 간병 관련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은퇴 이후 생활비 감소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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