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 어떻게 이루어지나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2-06-08
‘사람은 스토리(Story)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 픽사의 애니메이터, 작가로 일했던 매튜 룬의 최신작 『픽사 스토리텔링』에 실린 내용이다. 인지심리학자로 유명한 제롬 브루너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평소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나로선 이 대목에서 눈길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과거 이직을 놓고 고민할 때 평소 멘토로 모셨던 분에게서 들었던 격려의 말에서 큰 힘을 얻었다. 당시 나는 기자의 꽃이었던 편집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보험회사 임원으로 영입 제안을 받았다. 이직을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던 나에게 멘토는 이런 얘기를 건넸다.
“기자는 어떤 직업보다 스토리텔링 능력을 요구 받는다. 수 십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면 다른 직종에 가더라도 최소한 능력부족으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의 가치가 아니라 단순히 적응여부라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으면 어떤 조직이든 생존할 수 있고, 또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를 옮긴 이후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업무 회의를 할 때만이 아니라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도 스토리텔링이 요구된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우선 말이 되고 이치에 맞는 얘기여야 한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나 선진 컨설팅 기법을 동원하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로는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 효과는 고사하고 고객만족 경영은 더더욱 힘들다.
스토리텔링은 극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스토리텔러이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스토리텔링이고, 블로그나 심지어 카톡을 하는 것도 스토리텔링 영역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그렇지만 스토리텔링을 할 때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효과 만점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까.
스토리텔링은 정보전달에 그치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없는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의사소통에 가깝다.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되기 위해선 크게 두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논리력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다. 논리력에는 단순히 기승전결에 따라 말하고 글 쓰는 수준을 뛰어넘어 ‘말이 되는 소리, 이치에 맞는 얘기’여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Fact)을 얘기해야 하고, 시와 때를 가려서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해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스토리’가 얹어지면 금상첨화다. 그냥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스토리를 가미해서 얘기하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더 오래 남고,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도 좋다.
덴마크 출신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통신혁명 이후엔 ‘드림 소사이어티’가 펼쳐질 것으로 예견했다. 롤프가 말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꿈과 이야기와 같은 감정적인 요소와 상상력이 중요한 사회를 말한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재산을 거머쥘 수 있다. 틀에 박힌 일들은 대부분 기계가 하게 될 것이기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富)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활동 연령이 길어진 100세 인생시대에선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쟁력을 갖춰 전문가로 거듭나고,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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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