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일본 공적연금 제도, 무엇이 변했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확 바뀐 일본 공적연금 제도, 무엇이 변했나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2-05-19

2022년 상반기, 일본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두 가지다. 


해외 이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고, 국내 이슈는 물가 급등이다. 이들 두 이슈의 원인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국내 물가 상승도 글로벌 경제 불안정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서 일본 국내 소비자 물가가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과 맞물려 65세 이상 일본 고령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 지난 4월부터 공적 연금제도가 바뀌면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 탓이다. 노후생활을 주로 연금에 의존해온 고령자들이 ‘연금액 감소’에다 ‘물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 부채가 많은 일본의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공적 연금 지급액이 앞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연금 수령액의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생 100세 시대, 노후는 어떻게 대비해야 좋을까. 4월1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공적 연금제도를 NHK 분석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연금 수령액은 줄고


일본에서도 밀가루나 치즈 등 먹거리와 두루마리 휴지 등 생활용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러시아와 우쿠라이나의 전쟁 장기화에다 엔화 가치마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적연금 제도 개편으로 4월분부터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0.4% 감소했다.




올해부터 새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월 6만4816엔으로 전년에 비해 259엔 줄었다. 회사원 등 직장인이 가입한 후생연금은 부부 2명 가구(회사원 남편의 수입이 상여금을 포함해 월 평균 43만9000엔이고 아내는 전업주부를 모델로 한 가구 기준. 남편이 40년간 후생연금의 보험료를 납입했을 경우)는 21만 9593엔으로 903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지급액은 기본적으로 ‘물가’와 ‘임금’의 변동에 의해 확정된다. 2022년도 개정에서는 2021년 물가 변동률이 -0.2%,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의 현역 세대의 임금 변동률이 –0.4%를 기록, 임금 기준 지표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연금 지급액은 0.4% 떨어져 지급액이 한해 전보다 줄었다.


공적연금 수령액 감소 추세 이어질 듯


일본 연금제도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게이오대학의 코마무라 코헤이 교수는 현행 연금제도 아래에선 지급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현역 세대가 낸 보험료를 고령자들의 노후 생활을 위한 연금 지급에 충당하는 ‘부과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기간에 지급액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코마무라 교수는 “앞으로도 연금 지급액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부 측이 “보험료는 인상하지 않겠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바꾸지 않는다”는 현행 방침을 고수할 경우 연금액을 줄이는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자는 물론, 앞으로 받을 대상자들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걸로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연금 지급액이 줄어들면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현역 세대의 평균 수입에 대한 연금 비율인 ‘소득 대체율’을 50%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년에 1회, 연금 재정의 건전성을 검증해 필요한 제도 개정을 하고 있다.


연금 가입액, 본전은 뽑을 수 있나


일본에서는 현역 시절에 낸 연금 보험료 만큼을 노후에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살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 보험료나 연금 수령액의 변동을 일단 제쳐두고 대략적으로 현재 보험료와 수령액을 기준으로 ‘얼마나 오래 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는지’를 알아 본다.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도 보험료는 1개월에 1만6590엔이다. 보험료를 40년(480개월) 동안 전액 납부했다면, 지불한 보험료 총액은 796만 3200엔에 달한다. 이에 비해 2022년을 기준으로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수령액은 월 6만4816엔이다. 지불한 보험료의 총액을 월 평균 수령액으로 나누면 123개월, 즉 10년3개월이면 본전을 뽑는다. 75세 3개월이 된 시점에서 지불한 몫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후생연금의 경우 일본인의 평균 수입이 있던 회사원 남편의 예를 들어 보자. 보험료의 자기부담금은 1개월에 4만260엔. 이것을 40년(480개월) 동안 냈을 경우, 지불한 보험료 총액은 1932만 4800엔이다. 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경우 수령액은 월 15만 4777엔이다. 125개월, 즉 10년 5개월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75세 5개월을 살면 본전을 찾게 된다.


부부 2인 세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업주부인 아내가 받는 국민연금은 월 6만 4861엔을 더하면 2022년도의 수령액은 월 21만 9593엔이다. 이에 따라 89개월, 즉 7년 5개월이면 지불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명(2020년 기준)은 여성 87.74세, 남성 81.64세다. 단순 계산으로는 평균 수명까지 살면 지불한 보험료보다 훨씬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은 저축이 아닌 보험


후생노동성 연금국의 미요시 케이 총무과장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다른 주장을 편다. 원래 연금제도는 ‘저축’이 아니라 ‘보험’이며, 보험료와 수령액만을 비교해 “본전을 뽑는다”는 발상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몇 년 만의 이익이니 손해니 하는 논쟁은 거의 의미가 없다. 공적연금은 일을 해서 수입을 얻는 힘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어떻게 소득을 보장해 나갈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신이 충분히 일할 수 없을 때,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한 시스템이 공적으로 갖춰 있다고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오래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경제적 부담이기도 하다. 이런 리스크에 대비하는 게 노령연금이라는 설명이다. 공적연금에는 노령연금 뿐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할 가족을 잃은 경우 지급되는 ‘유족연금’, 장애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을 때 지급되는 ‘장애연금’으로서의 역할도 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5세까지 미룰 수 있게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는 중요한 제도 개정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춘 것이다. 지금까지 공적연금은 65세부터 받기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60세부터 70세 사이에 수령 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올 4월 시행된 개정 연금법에 따라 수령 연령을 최대 75세까지 늦출 수 있게 됐다.


연금 수령액은 65세보다 늦게 받을 경우 1개월 늦출 때마다 0.7%씩 증액된다. 75세부터 받기 시작하면 65세부터 받는 것에 비해 84% 늘어난다. 2022년도 연금 수령액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적인 수입을 가진 부부 2인 가구의 연금액은 월 40만 4000엔까지 증가한다.


후생노동성은 수급 개시 연령을 75세로 늦추면 현역 세대의 평균 수입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0대 후반 이후에도 건강할 때 계속 일해서 수입을 확보하고, 수급 개시 연령을 미뤄 노후 대비를 든든하게 하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65세보다 일찍 받을 경우 지급액은 1개월 앞당길 때마다 0.4%씩 줄어든다. 법 개정 이전에는 0.5%씩 감소했다. 60세부터 받기 시작하면 65세부터 받는 것에 비해 24% 덜 받게 된다. 부부 2인 가구의 수령액은 월 16만7000엔 정도다.


연금, 언제부터 받으면 좋은가


그렇다면, 연금은 언제부터 받기 시작하는 게 가장 유리할까. 이럴 때 참고가 되는 것이 다음 그래프다. 정상적으로 받는 원래 나이인 65세와 60세, 70세, 75세부터 받기 시작했을 경우의 연금 수령 총액을 계산한 것이다.




60세부터 받기 시작한 경우 연금 총액은 80세 11개월 이후가 되면 65세부터 시작한 것보다 적게 된다. 70세까지 연금 수령 개시를 늦출 경우 81세 11개월부터 65세부터의 총액을 넘어서게 된다. 게다가 75세까지 개시 시기를 늦출 경우 65세에 받기 시작하는 것보다 총액이 넘어서는 시기는 86세 11개월이다. 


다만, 위의 그래프가 보여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금 수령 총액이다. 공적 연금도 수입 증가에 따라 세금이나 사회 보험료의 부담이 증가한다. 따라 실제 받는 금액은 ‘손익 분기 연령’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고령자는 일하기 쉽고 후생연금은 가입하기 쉬워


2022년 4월의 제도 개정으로 60세 이후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 후생연금의 ‘재직 노령 연금’을 줄이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는 고령자들의 근로 의욕을 꺾지 않기 위한 것이다. ‘재직 노령연금’에는 일정한 수입이 있으면 연금을 줄이는 제도가 있다. 이번 개정으로 60세에서 64세인 사람의 연금을 축소하는 수입 기준액이 월 28만엔에서 47만엔으로 높아졌다. 예를 들어, 월 연금 10만엔에다 임금 26만엔을 더해 총 36만엔의 수입이 예상될 경우 기존에는 연금을 4만엔 덜 받았지만, 앞으로는 10만엔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올 10월부터는 시간제 근무자처럼 단 기간 일하는 근로자도 후생연금에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에는 근로자 501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101인 이상 사업장으로 가입 대상이 확대된다. 오는 2024년 10월에는 51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연금액, 일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니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그것을 알 수 있는 툴이 있다. 후생노동성의 특설 사이트에 있는 ‘공적 연금 시뮬레이터’다.


예를 들어, 1984년 12월생 회사원이 20세부터 대학 졸업까지는 국민연금에, 졸업 후에는 후생연금에 가입하고 현재 연간 수입이 682만엔이라고 가정해보자. 지금의 연봉대로 60세까지 계속 일할 경우 65세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예상액은 연간 194만엔이 된다. 또한, 1982년 10월생 회사원이 20세부터 대학 졸업까지는 국민연금, 졸업 후에 5년간 일해 후생연금에 가입한 뒤 결혼해 배우자 부양을 하고, 38세부터 다시 후생연금에 가입해 현재 연수입이 312만엔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대로 60세까지 계속 일한다면 65세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예상액은 연간 133만엔이다.


이 시뮬레이터는 앞으로의 수입이나 언제까지 일할 것인지, 연금을 언제부터 받을 것인지를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각자 입력한 설정 조건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계산할 수 있다. 앞으로의 근로 방식, 생활 방식을 추가 입력하면 거기에 알맞은 수령액도 알아볼 수 있다. 60세 이후 근로 방식이나 연금 수령 시기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볼 때 도움이 된다.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게이오대학의 코마무라 코헤이 교수는 “스스로 판단해서 노후의 선택지를 늘리려면 계속 공부하라”고 강조한다. 너무 젊으면 노후 생활을 상상할 수 없고, 너무 늙으면 인지기능이 떨어져 종합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미래 계획을 세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50대 중반 정도라고 한다. 물론, 정부는 국민에게 공부하라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야 한다.


코마무라 교수는 연금의 수령 방법을 결정할 때 근로 방식은 물론, 퇴직금, 자산 등을 포함한 생활 방식이나 가족 구성, 건강 상태 등도 고려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다양한 측면을 감안해 종합적인 라이프 플랜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오래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다’ ‘정 정도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게 좋다.


연금 수령과 관련한 다음의 조언은 특히 새겨들을 만하다. 


“치매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75세 이상이 돈을 갖고 있어도 스스로 관리할 수 없을 정도라면 65세부터 70세까지는 일을 하고, 70세부터 75세까지는 저축을 다 쓰고 75세 이후 공적연금으로만 산다. 그러면, 연금 수령액이 1.84배가 되므로 웬만한 큰 일이 없는 한 노후 불안이 없다.”


물론, 본인이 소유한 자산이 적고 건강에 자신이 없으면 수급 개시를 앞당기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평균적으론 여성이 오래 산다는 점도 감안해 부부라면 아내의 수급 개시 연령만 늦추는 선택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