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장 건강, 3가지 방법으로 지키자
글 : 박민수 / 서울ND의원 원장 2022-04-28
여름철은 우리 면역이 위기에 빠지는 계절이다. 여름철 면역위기는 장에서 시작된다.
열대야, 냉방병, 상하기 쉬운 음식, 과도한 땀 배출과 운동 부족 등의 많은 내외적 요인들이 생체리듬을 파괴하고 장의 면역시스템을 공격한다. 우리 장은 소화흡수 배설의 중심일 뿐 아니라 장내 면역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과 자율신경계 조절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한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일년면역, 혈관건강, 신체구성균형 등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여름철 특히 취약해지기 쉬운 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사수해야 할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1. 소화효소가 풍부한 음식으로 장내세균숲을 강화하라
여름철은 소화기능이 떨어지면서 장내세균숲이 파괴되기 쉽다.
여름철 약해지기 쉬운 소화기능을 보조하는 최고의 우군은 소화효소이다. 특별한 영양제나 약물을 쓰지 않아도 식생활에서 소화효소를 쉽게 취할 수 있다. 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으면 큰 도움이 된다. 현미에는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군, 미네랄, 식이섬유, 그리고 각종 효소가 풍부하다. 현미는 효소로서 소화기능을 촉진하는 동시에 비타민, 미네랄의 효소대사를 돕고 풍부한 식이섬유를 제공하면서 장내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또 소장의 장내세균총 균형에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는 아욱이 있다. 특별히 아욱이 소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풍부한 베타카로틴 성분 덕분이다. 녹황색채소에 함유된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은 소장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데, 비타민A가 세포 분화 전 단계에 관여하며 각 세포의 기능이 향상되도록 돕는다. 또 아욱의 풍부한 섬유질은 소장의 혈액순환과 소화흡수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대장에 유익한 음식으로 도토리묵이 있다. 도토리묵은 89% 정도가 수분이고 100g당 43kcal로 저열량 식품이어서 포만감은 주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장점 많은 식품이다. 또 대장 건강에 도토리묵이 효과적인 이유는 도토리의 핵심 성분인 ‘탄닌’ 때문이다. 탄닌은 도토리의 떫은맛을 내는 식물영양소인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유해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항산화 효과 덕분에 염증으로 대장 점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고,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대장 운동을 촉진해 독소 물질의 장 통과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독소와 장 점막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장내에 침투한 각종 독소로 인해 유해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아주고, 각종 발암물질로 인해 대장암이 생기는 것까지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장내세균숲의 균형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오미자가 있다. 오미자에는 식물영양소인 폴리페놀의 일종인 리그난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들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소장과 대장 세포의 재생을 돕고, 염증을 완화한다.
생과일, 생채소, 생곡류 등 가열하지 않는 대부분 식품에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영양분이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소화효소가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마늘, 생강, 파, 양파, 부추, 브로콜리, 우엉 등의 생채소에는 식이섬유와 해독성분이 풍부하다. 더불어 제철 과일들을 껍질째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장내 유익균들에게 음식 효소와 섬유질 모두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최선의 건강 비책이다.
2. 수분섭취를 늘려 장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라
물은 소화효소를 만드는 일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수분 섭취가 부족해 만성탈수 상태가 이어지면 소화를 어렵게 만든다. 또 물 자체가 배변 활동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배변이 힘들어진다. 또 물은 세포가 대사과정에서 영양소를 분해할 때 생기는 독소를 배출하는데도 꼭 필요하다. 따라서 몸에 물이 부족하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기도 어렵고 장내에 쌓인 독소가 혈관을 타고 퍼져 만성 염증을 초래하거나 악화한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 기운이 없고 피로감이 많이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여름철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 소실이 크기 때문에 시간당 2컵 이상은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할 때도 시간당 2컵은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2리터 이상 물을 마셔도 큰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체질에 따라 하루 1리터 정도로도 충분한 사람도 있다. 컨디션 변화를 살펴보며 충분히 테스트를 해보고 자신에게 적당한 하루 수분 섭취량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 목이 마르다고 느낄 때는 바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럴 때는 시간당 2-4컵 정도를 마시는 것도 괜찮다. 물론 기저 질환이 있다면 수분 섭취도 신중해야 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 물이 부족하면 혈당까지 따라 오르므로 시간당 2-4컵 이상은 마셔야 한다. 자신의 몸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갈증과 소변색을 살피는 것이다. 갈증을 느끼지 않을수록 좋고, 소변색은 맑고 투명할수록 좋다.
3. 생체리듬의 균형을 맞추어 장운동을 활성화하라
여름철 가장 잦은 질병들이 배앓이와 변비, 설사이다. 특히 설사만큼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더운 날씨로 실내활동이 늘어나는 대신, 신체활동은 줄고 열대야 등 여러 요인으로 수면이 불규칙해지면서 장운동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과 장의 운동 리듬은 연동된다. 그래서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호르몬은 비타민D와 멜라토닌이 중요하다. 낮의 호르몬 비타민 D는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성된다. 야외활동과 비타민D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름철 오히려 야외활동이 줄면 비타민 D 부족이 생기기 쉽다.
비타민D는 등푸른 생선이나 버섯 등의 식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햇볕을 쬐 피부에서 직접 합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봄에서 가을이라면 피부가 조금 드러나도록 옷을 입고 햇빛을 약 15분 정도 쬐어 비타민D를 합성해야 한다. 너무 더울 때 야외활동을 하면 오히려 탈수나 일사병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덥지 않은 오전에 무리하지 않고 신체활동이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멜라토닌은 밤을 지배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숙면할 수 있다. 멜라토닌이 만들어지는 신체 기관인 송과선은 빛을 통해 밤낮을 구별한다.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을 받아서 생성되기 시작하며 송과선에 저장해두었다가 어두워지면 밤을 인지하고 분비되기 시작한다. 멜라토닌은 잠이 들기 두 시간 전쯤 분비가 되기 시작해 잠이 들고 자정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최고조로 분비된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잠자는 주변에는 소음과 조명을 완벽히 제거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새 나오는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므로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치워야 한다.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도록 하려면 지금보다 30분만 더 잠을 자기 바란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에 한참 모자란다. WHO에서는 하루 7-9시간 수면하는 것을 권장한다. 나이에 따라 적정 수면시간도 달라지지만, 65세 이상도 7-8시간 잘 것을 권고한다.
아마도 여러분의 수면 시간은 여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조금 일찍 자고 조금 늦게 잠에서 깨는 습관을 들려보라. 자신의 일주일 수면 시간을 체크해 평균을 내고, 거기에 30분만이라도 더해 수면 습관을 들여보라. 숙면하기 위해서는 코호흡 훈련, 수면양말, 따끈한 우유 한 잔, 족욕이나 각탕, 반신욕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바나나와 파래에 많이 들어있는 트립토판은 체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을 활성화하고, 신경을 안정시켜서 수면에 돕는 물질이다. 파래는 트립토판 성분을 100g당 250mg 이상 함유하고 있다. 바나나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마그네슘이 풍부해, 역시 숙면을 도와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늦도록 잠이 들지 않는다면 코칼로리의 야식이나 각성 작용을 일으키는 커피나 각종 고혈당 음식 대신 따끈한 우유 한 잔과 바나나 한쪽으로 수면을 유도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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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GC헬스케어의 개발기획 이사를 역임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강연과 방송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 구독자 54만 명의 ‘박민수 박사’ 채널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저서에 <면역력 :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내몸경영> <저울면역력>, <마흔건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