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회사로 이직할 때 체크해야 할 5가지
글 : 김용전 / 작가 2022-02-21
이분이 현재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고 있는데도 이직 제의에 관심을 보이는 건 질문에 나왔듯이 지금 받는 보수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직급과 연봉을 그 선배가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회사가 잘 되면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제안까지도 받았으니 당연히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한편 선뜻 이직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생회사이기 때문에, 어딘지 앞날이 불투명해서일 것이다. 자, 이 이직 제의는 과연 결정적 기회일까, 아닐까?
결론은 다섯 가지를 확인해야 판단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그 형의 재정이 튼튼하다는 것과 사업 전망이 밝은 것과는 전혀 별개이다. 물론 사업주에게 돈이 많으면 투자 여력이 크기 때문에 재정 압박을 덜 받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문제는 본인이 돈 많은 것과 그 돈을 신설하는 회사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상품이 개발되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따라서 이 점을 잘 확인해야 한다.
둘째, 회사 건물이 자사 건물이라는 사실은 분명 장점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사업주가 돈이 많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일 뿐, 회사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건물을 가진 사업주가 개인 자격으로는 자기 회사로부터 임대료를 꼬박꼬박 챙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셋째, 사장의 인맥이 좋다는 부분이 필자는 가장 우려된다. 물론 인맥이 좋은 건 사업 성공에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문제는 인맥을 먼저 내세우는 회사치고 상품이 완벽한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칫하면 본말이 전도될 수도 있다는 뜻인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좋은 상품이다. 즉 상품이 좋으면서 인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이지만 상품이 그렇고 그런데 인맥에만 기대어 사업을 하려고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왜냐면 이런 사업주일수록 자신의 제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맥에 기대어 자신이 벌어들일 돈만 보고 사업을 벌이기 때문인데, 이 점을 특히 명심해야 한다.
넷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장차 이익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해줄 수 있는지, 즉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중에 이익을 나누겠다'라는 구두 약속만 믿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지금은 이분이 칼자루를 쥐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다 해주겠다고 말하지만,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과연 칼자루를 누가 쥐게 될까? 나라가 세워지고 난 뒤 건국 공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건 우리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말로 한 약속은 특히 그 내용이 화려할수록 더 지켜지기가 어려우므로 그야말로 뜬구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달콤한 말의 성찬에 넘어가서 일신의 운명을 그대로 오너에게 내맡기는 직장인들이 상당수 있다. 물론 오너를 믿는 건 미덕이다. 그러나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말로만의 약속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처신이다.
이상 네 가지가 다 충족되었다면 마지막으로 이분이 할 일은 사장을 직접 만나서 모든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분은 지금 선배의 말만 믿고 운명을 걸어볼까 생각하는 중인데, 물론 사장 동생이 내 선배라는 사실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내가 사장의 동생인 거와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아무리 사장 동생이 나를 지켜주려고 해도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왔을 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되면 사장 동생 열 명과 친해도 소용없다. '로마는 황제와 기타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말은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말인데, 이는 오너가 황제 경영을 하는 기업의 경우 그 조직 문화의 정곡을 찌른 말이기도 하다. 즉 오너가 황제 경영을 하는 회사는 오너와 기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너 동생도 '기타'에 속할 뿐이다. 고로 이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김용전 작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동 대학 경영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밟았으며, 보성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주)재능교육 창업 멤버로 참여, 17년간 일했다. 조선일보 및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오랜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토사구팽 당하라>(2006), <회사에서 당신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법>(2007),<남자는 남자를 모른다>(2008), <직장 신공>(2012),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2014)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담아왔으며, KBS의 '아침마당', ‘스펀지’를 비롯해 다수의 방송에서 강사로 출연했다. 현재는 헤럴드 경제 신문에 ‘직장신공’이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고, KBS 1라디오의 '성공예감 김방희'에서 '성공학 개론'을 맡아 고정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