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삶에 주는 의미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고통이 삶에 주는 의미

글 : 양준석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 2022-02-18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백신을 접종하라고 매일 홍보하는데, 주변 지인들 중에는 백신접종 후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거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 나 자신도 과거에는 연례적으로 맞는 독감백신 한번 맞아본 적이 없고, 건강검진도 미루고 미루다가 패널티를 맞을까봐 겨우 해왔던 지라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고통이다. 붓다도 삶의 본질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라고 하지 않았던가. 탄생도 고통이고, 늙어감도 고통이고, 병중에 드는 것도 고통이며, 죽음 또한 고통이다. 보통 고통을 떠올릴 때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것이 통증이다. 고통과 통증을 구분해보자면, 고통(suffering)은 심리적, 관계적, 정신적 문제 등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단어이고, 통증(pain)은 몸과 관련해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등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이다. 그러나 표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특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고통은 통증을 유발하고 통증을 느끼면 고통스럽다.




사람들은 고통이 없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삶에 고통이 없던 때가 있던가. 백신을 맞고 오한이 나고 인후통으로 시달리면서 이러다 최후의 순간을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통증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우리 몸이 갖고 있는 생리적인 특성이다. 통증이 발생하면 없애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증상이 치료되어 삶이 증진된다. , 통증은 원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생리적인 완충 기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칼에 찔려 피가 나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살가죽을 뜯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생명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통증은 우리가 고통에서 벗어나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반사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진흙 속에서도 연꽃이 피고 역경 속에서도 의미를 통해 삶의 성장을 촉진하듯 고통은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원재료이다. 분명 고통은 피하고 싶은 주제이고 되도록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삶에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많은 철학자들이 고통의 심연을 살펴보면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죽음은 최종적이고 극한적이며 되돌릴 수 없기에 인간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에서 인류의 문명이 발전한 이유를 죽음에서 찾는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농업을 일으켰고, 얼어 죽지 않으려고 옷과 주택을 만들었으며, 병들어 죽지 않으려고 의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죽음은 인간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고통, 통증, 고독, 부담, 짐스러움, 후회 등도 죽음에서 파생되는 부산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알 수 없다. 다만 죽음과 같은 고통을 통해서 죽음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죽음은 죽음 공부를 통해 본질을 성찰하며 익숙해지는 길밖에 없다. 막연한 불안, 으슬으슬한 슬픔, 형체를 알 수 없는 칙칙한 예감 등 죽음에서 파생된 부유물로 인해 죽음 불안을 느낄 때야말로 죽음 공부를 할 때이다. 죽음의 파생물에 압도되지 말고 시원하게 가보면, 장차 도래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떨기보다 죽음을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문제로 의미짓게 된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통을 신경증적으로 피하거나 반사적으로 부정하며 비본질적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의미지움을 통해 본질적인 삶을 향해 가자. 죽음 공부를 통해 내 삶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태양을 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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