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캥거루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3가지 방법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1-11-05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는 자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흔히 ‘캥거루 족’이라 불리는 젊은이들이다. ‘취업 빙하기’를 맞아 직장을 좀처럼 구하지 못해 부모 신세를 계속 지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을 1년간 유예하거나 졸업 후에도 2~3년간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독립해서 살 생각이 없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이 얼싸안고 키우다 보니, 힘든 일자리에는 가급적 가지 않으려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 때문인지 30대 후반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부모에게서 받은 생활비로 오피스텔 같은 1인 주택에서 사는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물론 캥거루족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 집에 머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습이 있는 미국조차 요즘엔 ‘캥거루 족’이 수두룩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좋게 해석하면 가족 간의 유대감 강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안락한 부모 곁을 떠나면 고생문이 훤하다고 생각한 젊은이들이, 따뜻한 부모 둥지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퇴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자녀들에 대한 막무가내 식 지원은 노후준비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지나칠 정도로 돈을 많이 투자한다.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비로 많은 돈을 쓰는 것도 모자라서,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등록금은 물론이고, 어학연수와 해외여행을 시키는 데도 아낌없이 돈을 쓴다. 그런데 막대한 돈을 투자한 자녀교육이 자녀를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지도 못하고, 취업시키는 데도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국은 현재 심각한 과잉교육(overeducation) 상태에 있다. 국가 차원에서 또 가계살림 차원에서 효과 없는 대학교육이 너무 많이 이뤄진다. 매년 대학 졸업생이 45~50만 명에 달하고 있으나,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25만여 개에 그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곧장 20~30만 명이 실업자 신세가 된다. 잠재경제성장률이 최근 2% 후반~ 3% 초반으로 추락함에 따라,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연간 20만개 수준에 그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85%까지 상승했던 대학진학률이 최근 70%선으로 하락한 것은, 과잉교육을 해소해가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미래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는 대학 졸업장의 허구성에 눈을 떠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대학 진학률이 대부분 40~50%선에 머물고 있다. 대학교육의 효율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모가 등을 떠밀어 억지로 대학으로 보낸 청년들이 어떻게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구하고, 무슨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겠는가? 자녀를 캥거루족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잘 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생활 습관은 평생을 간다’는 점에 우리 부모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중요한 자녀교육은 독립심 배양이다. 대학에 진학할 필요성은 있는지, 전공 분야를 어느 곳으로 정할 것인지,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교양지식을 쌓을 것인지, 자녀 본인이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하다 깜짝 놀란 것은, 학생들이 수강과목을 선택할 때에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대신 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녀는 그냥 부모 말에 따르는 인생을 오래 살다보면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금융(finance) 교육, 다시 말해 돈 관리 교육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 교과서 공부에만 몰두한다.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학교에서 금융상품에 저축 투자하는 법, 인생설계(life planning) 및 은퇴준비 하는 법 등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자녀가 이걸 모르니까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으로 쉽게 빠진다.
대학 강의를 하는 필자는 학생들에게 가계생활비 지출내역 조사하기, 인생설계(life planning) 만들어보기, 부모님 은퇴생활 계획 살펴보기와 같은 숙제를 1년에 한 번씩 내준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삶을 버리고, 독립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권유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자녀가 평생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면,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들을 부모들이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셋째, 부모의 노후준비에 대해 정직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해줘야 한다. 청년들은 인생설계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부모들의 미래 은퇴생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 그래서 부모의 돈으로 비싼 승용차를 사고, 좋은 아파트에 살기를 희망하고, 심지어 생활비까지 받아가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
적절한 시점을 골라, 부모가 필요로 하는 은퇴자금이 얼마나 되는데 지금까지 저축한 돈은 얼마인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또 모아놓은 돈이 왜 부족한지와 함께, 자녀 결혼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알려주고, 노후생활비 절약을 위해 나중에 이사를 갈 계획이 있으면 이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당연히 언제부터 자녀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경계선도 분명히 해둬야 한다.
자신도 부양 못 하는 자녀가 늙고 병든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령자 은퇴생활과 관련한 보고서를 써왔던 필자는,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지출하여 노후자금을 다 날린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것은 본인을 위해 현명한 선택도 아니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결정이 아니다.
물론 자녀들에게 부모의 금융자산을 100% 다 설명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로부터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도 있다. 일단 부모에게 돈이 있다고 확인이 되면 뭔가 기대고 싶은 심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통장과 재산 일체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자녀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쓸 데 없는 기대감은 자녀의 독립심을 약화시켜 결국은 자녀를 홀로 바로 서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사항이다.
송양민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특수치료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4년 2월 퇴직했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고령화, 보건정책, 경제교육 등이며, 보건ㆍ복지ㆍ노동ㆍ연금분야 연합학술단체인 사회보장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100세시대 은퇴대사전』,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