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외로운 죽음
글 : 양준석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 2021-10-25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주 묻고 듣는 말 중의 하나이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으레 하는 말이지만 뭔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그러다 “요즘 외롭지 않아요?”라고 다시 물으면 “항상 외로웠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면서 말끝에 침묵이 흐르곤 한다. 처음 듣는 말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외롭다’는 말은 들을 때마다 먹먹해진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상대의 마음을 함부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일 터이다. 침묵의 어색함을 말로 메우려고 할 바에야 차라리 침묵 속에서 지금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존재적 공감’을 느껴보려고 한다.
우리는 모두 근원적으로 홀로 있는 존재이다. 관계 상실을 경험할 때마다 번번이 ‘근원적 고독(original solitude)’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에 새로운 관계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래서 홀로 죽어감 앞에서는 그저 고개가 숙여지고 침묵하기 되는가 보다.
최근 언론 등에 ‘고독사(孤獨死)’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고독사는 ‘고립사(孤立死)’, ‘무연고사(無緣故死)’와 혼용되기도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고독사는 ‘사망 시점’에 홀로 사망했으며 일정 기간이 흐른 뒤에 발견된 죽음이고, 고립사는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초래한 사회적인 고독사를 말하며 무연고사는 ‘장례 시점’에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를 말한다.
고독사든, 고립사든, 무연고사든 중요한 점은 죽어가는 과정에서나 죽은 이후에 그와 함께 하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애도 되지 않는 죽음’이다. 최근 우리나라 통계지표를 보면 고독사한 사람이 2016년 1,820명에서 2019년 2,536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0년 무연고 사망자 수는 2,880명이라고 한다. 2020년 1인 가구가 616만 명으로 전체가구의 30퍼센트를 기록해 인구통계학상 앞으로 더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9년부터 시작된 COVID-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독사의 위험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고독사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개별화, 고령화, 빈곤화를 손꼽는다. 이 중에서도 개별화는 가족, 친척 등이 함께 했던 집단적 애도문화에서 개인주의적 애도문화로 죽음의 형태가 급격히 바뀌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기다움’, ‘자기중심성’을 강조하며 집단과 조직에서 맺는 관계의 중요성은 상대화되고 가족, 친구, 동료 등도 잠시 모여 있는 ‘집성주의’ 상태로만 의미가 있을 뿐 전통적인 유대관계가 약해져가는 무연(無緣) 사회를 향해가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또한 우리 사회 심층에 자리 잡은 ‘수치심’ 문화와 ‘짐스러움에 대한 생사관’도 고독사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거나 ‘자식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죽음은 개인적인 사건인 동시에 사회적인 사건이다. 어느 사회든 상장례를 통해 고인의 삶을 추모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 또한 죽어갈 운명임을 자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도 2021년 4월 1일부터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물론 죽어가는 사람의 존엄성과 더불어 생사관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관계의 단절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죽음마저 단절되는 고독사의 의미를 묵직하게 되새겨본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
생사학 연구 철학박사. 심리상담 전문가로 상실치유를 위한 '애도상담 웰바이' 집단상담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에서 생애주기 사별 경험과 애도 프로그램 관련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다. 이후에도 꾸준한 활동과 노력으로 삶에서 상실을 겪은 분들을 치유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