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들어가며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24-01-09
출처 : 연금 자산 관리, TDF로 자율 운행하라



“백 살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예전에 새해 때나 생신을 맞이한 집안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면서 자주 하던 덕담이다. 하지만 이제는 100세 삶이 희망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말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진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순 없다. 늘어난 수명만큼 노후 준비에 따르는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았던 시절에는 그나마 나았다.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해 따박따박 저축하면 노후 자금을 불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늘어난 수명만큼 부족해진 노후 자금을 보충하려면 예적금만으로는 어렵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연금 자산은 대부분 금리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노후 준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을 살펴보자. 2022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335.9조 원인데, 이 중 85.4%(286.1조 원)가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겨져 있다. 펀드 등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된 자금은 적립금의 11.3%(37.7조 원)에 불과하다. 저축 금액을 세액 공제해 주는 연금 저축도 마찬가지다. 연금 저축에는 보험, 신탁, 펀드가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적립금은 159.7 조 원인데, 이 중 71.1%(113.6조 원)는 보험, 10.0%(15.9조 원) 는 신탁에 맡겨져 있다.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전체 적립금의 14.3%(22.9조 원)에 불과하다.


연금은 노후 생활비 재원이고, 노후 자금은 안전하게 관리 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노후 자금을 무턱대고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운이 좋아서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 연금을 전부 예적금과 같은 금리형 상품에 맡겨둬도 될까? 혹시 원금 손실을 피하려다 다른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카루스를 태양을 향해 너무 높이 날아오르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떨어져 죽었다고 생각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이카루스를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고수익만 추구하다 낭패를 당한 예로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이카루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높이 나는 것만 위험하다고 했을까?


이카루스의 아버지는 다이달로스다. 그는 그리스 최고의 건축가이자 발명가로 알려져 있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섬을 통치하던 미노스 왕의 명령으로 미로로 된 궁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노스 왕은 그곳에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가두었다. 그런데 다이달로스는 괴물이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죄로 아들과 함께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그러자 다이달로스는 새들이 떨어트린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두 쌍 만든다. 그리고 자신과 아들이 날개를 한 쌍씩 나눠 갖는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너무 높이 날아서 태양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아 내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데 이카루스는 처음 하늘을 나는 즐거움에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하늘 높이 날아 태양 가까이 간다. 그러자 깃털을 접착하고 있던 밀랍이 녹아 내리고, 이카루스는 떨어져 죽는다. 다들 여기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아 올라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게 날아도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미궁이 있던 크레타 섬에서 탈출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이카루스가 높이 나는 것이 무섭다고 해수면 가까이서 비행하면 어떻게 될까? 지중해의 습한 바람이 이카루스의 날개에 스며들었을 것이고, 이카루스는 시나브로 무거워진 날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해 더 이상 날갯짓을 할 수 없어 추락했을 것이다. 무턱대고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 오르는 것만큼이나 해수면 근처를 낮게 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었다. 이카루스는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게 적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서 반대편 해안에 착륙해야 한다. 연금 운용도 마찬가지다.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고수익만 추구하다 큰 손실을 입어서도 안 되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 원금을 지키겠다고 금리형 상품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 그러다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를 다시 써보자. 만약 이카루스가 예전에도 하늘을 날아봤다면, 날개를 만든 재료가 어떤 위험에 취약한지 알았더라면 그리고 적당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나는 방법을 제대로 익혔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결과에 도달했을 것이다. 다이달로스가 경험도 실력도 부족한 아들에게 오늘날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자동 항법 장치같은 것을 달아 줬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카루스는 태양으로부터 그리고 해수면으로부터 떨어져 적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날아서 반대편 해안에 착륙했을 것이다.




연금을 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늘어난 수명과 낮아진 금리에 대응하려면 저축에서 투자로 연금 자산의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이 만만치 않다. 연금 가입자가 모두 뛰어난 투자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설령 있다고 해도 바쁜 일과 중에 연금 자산 관리에 쏟을 시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투자 경험이 일천하고 역량이 모자란다고 연금을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겨둬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아니면 생업을 뒷전으로 하고 투자에 전념해야 할까? 그럴 필요도 없다. 연금 가입자가 투자 과정에 일일이 개입한다고 수익률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러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망치기 십상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행기의 자동 항법 장치처럼 연금 운용을 도와주는 금융 상품이다. 연금 가입자들이 타겟 데이트 펀드TDF, Target Date Fund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타겟 데이트 펀드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목표 시점 펀드’라고 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그냥 TDF라고 부를 때가 많다. TDF는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펀드 내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 최근 국내 TDF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조 3,730억 원이던 TDF 순자산이 2023년 말에 12조 791억 원으로 증가 했다. 같은 기간 펀드 수도 53개에서 171개로 늘어났다.


이 책은 투자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고 투자에 쏟을 시간도 많지 않은 연금 가입자들에게 TDF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TDF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고, 누구에게 어울리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부에서는 TDF가 자산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TDF의 핵심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글라이드 패스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어떤 자산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국내외 자산 배분과 환 헤지에 대해 살펴보고, 목표 시점 이후 자산 운용에 대해서도 짚어볼 것이다. 3부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TDF를 고르는 방법과 투자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연금 가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쉽게 쓰려 했지만, 자산 운용에 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초심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모든 것은 좀 더 쉽게 설명하지 못한 저자들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금과투자TV’를 통해 동영상 강의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아무쪼록 독자들이 성공적으로 연금을 관리하여 평안한 노후를 준비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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