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 당신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글 : 이상건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2021-07-06
개인적으로 <투자의 비밀> 저자인 제이슨 츠바이크의 오래된 팬이다. 초년병 기자 시절, 우연찮게 츠바이크가 쓴 투자 칼럼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투자 기사라고는 금융상품을 소개하거나 수익률을 비교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츠바이크는 투자 거장들의 철학, 역사 그리고 일류 투자자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칼럼 속에 펼치는 것을 보고 부러움마저 느낀 적이 있다.
몇 년 전 그가 월가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개정판에 참여한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레이엄이 살아있을 때도 그랬지만 사후에도 이 책의 개정판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말년에 파리에 살았던 그레이엄이 당시 최고의 투자 칼럼니스트이자 투자가인 아담 스미스에게 자신의 책 개정판에 참여할 수 있는 인물은 당신(스미스)과 워런 버핏 정도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아담 스미스는 언론계와 투자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유명 투자자 대부분을 알고 있었는데, 버핏이란 이름은 생소했다. 궁금증에 오마하로 가서 버핏을 만났고, 그는 버핏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스미스는 버핏의 얘기를 자신의 저서 <슈퍼 머니>에 소개했고, 이 책은 1970년대 투자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으로 버핏은 단박에 유명 투자자가 되었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현명한 투자자> 개정판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투자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과 평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고, 츠바이크는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정판에 참여한 인물이다.
‘신경 경제학’과 투자의 만남
<투자의 비밀>은 독특한 책이다. 종목 선정이나 시장 분석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 ‘투자할 때 당신의 뇌(腦)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공포, 놀람, 탐욕, 시기, 질투, 불안, 후회 등등 우리가 내리는 소소한 결정부터 인생을 바꿀 큰 결정까지, 이 모든 과정에 감정이 개입한다. 현대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감정이 없는 인간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이성적 판단이라는 것은 공상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투자라는 행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은 끝임없이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고, 주가가 오를 때는 시기심과 질투 그리고 열망에 지배당하고, 폭락할 때는 놀람과 공포에 지배받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당신의 뇌는 끝임없이 작동한다.
문제는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에서는 너무나 제대로 올바르게 작동하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왕왕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사랑을 나눌 때, 뇌는 더할 나위 없이 작동을 잘한다. 그것도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아주 효율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인간의 뇌는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투자를 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IQ하고도 상관없다. 투자에서 멍청한 짓을 한 천재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인물이 세기의 천재이자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아이작 뉴턴 경일 것이다. 그는 주식 투기로 전 재산을 날렸고, 평생 증권시장을 혐오하며 살았다고 한다.
왜 일상생활에는 그렇게 효율적인 뇌가 투자의 세계에서는 오류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그 핵심이 담겨있다. ‘주식과 채권이 정기적으로 거래된 공식 증권시장은 불과 4세기 전에 생겨났다. 인류의 진화가 시작된 지 600만 년만의 일이다. 인류 역사를 1.6킬로미터 길이의 두루마리에 기록한다면, 최초의 주식 거래는 뒤쪽 끝에서 10센터미터가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적합한 DNA가 아니라 원시 시대에 생존을 위해 투쟁해 온 원시인의 DNA라는 얘기다.
반대로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왜 투자 세계에서 종종 말도 안 되는 행위를 하는가를 이해하면, 큰 실패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성과를 낼 수 있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신경 경제학’이라는 신흥 학문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투자에 접목하고 있다. 신경 경제학이란 뇌과학과 경제학이 결합된 융합 학문으로 미국에서는 투자 분야에서도 이 학문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신경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사고와 감정을 여러 항목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투자의 시각에서 대응 방법을 제시한다. 대응의 출발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투자자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아담 스미스는 그의 또 다른 책 <머니 게임>에서 이렇게 적었다.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면 월가를 이해하는 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짧은 지면에 이 책의 내용을 다 소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핵심이 중요하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부록으로 이 책의 주요 메시지를 정리해 놓았다. 바쁜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을 몇 가지 간추려 정리해 봤다.
1.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
개별 종목이나 개별 펀드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2. 최상의 결과를 바라되 최악의 결과도 생각하라
아무리 좋은 투자도 때로는 나쁜 성과를 낸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대재앙의 시기가 오기도 한다. 이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3. 먼저 조사한 다음에 투자하라
투자에서 공부와 조사는 기본이다. 이를 잊지 마라.
4. 투자에서 늘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투자는 확률 게임이다. 승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 모든 게임에 다 이길 수는 없다.
5. 당신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라
투자는 실패를 줄이는 게임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6. 과거는 미래의 전조가 아니다
가격은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과거의 움직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7. 계란은 깨지기 마련이다
절대로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자금을 국내 및 해외 주식·채권·현금 등에 분산하라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한국경제TV,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금융 및 투자 담당 기자를 거쳐 현재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