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왜 오래 사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결혼하면 왜 오래 사나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1-04-14

서울 남산 중턱에 위치한 서울시니어스타워(서울타워)는 중산층 은퇴자들이 많이 들어와 사는 도심형 실버타운이다. 150여 세대가 입주해 있는 이곳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80세 전후다. 부부가 함께 입주한 세대가 약 20%, 독신자 세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홀로 사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게 나타난다. 서울시니어스가 운영하고 있는 분당타워(성남시 구미동), 강남타워(서울시 자곡동), 가양 타워(서울시 등촌동) 등 다른 실버타운도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이들 실버타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남녀 성비(性比)가 4대 6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들의 수명이 남성들보다 7~8세가량 더 긴 데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아주 흥미로운 점은, 입주자들의 배우자 유무 상태를 분석해볼 때, 배우자가 있는 분들이 독신자들보다 좀 더 장수하는 것으로 조사된다는 점이다.이처럼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독신자(사별자와 이혼자 포함)보다 오래 사는 현상을 인구사회학에선 '결혼 효과'라는 부른다. 




배우자의 존재가 남녀 모두에게 ‘보호적 생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노년의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는 게 인구사회학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결혼 효과'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우리나라 2015년 인구센서스를 보면, 70세 이상 남성 노인들의 경우 유(有) 배우자가 아내와 사별한 사람보다 4배가량 많았다. 반면 여성 노인들의 경우, 남편과 사별한 사람이 유(有)배우자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인구·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의 보호 기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는 사회통제 기능이다. 남성들은 유전자적으로 공격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에 비해 음주와 흡연 등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나 남성이 결혼하면 예전에 비해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고 아내의 권유에 따라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결혼한 사람이 독신자에 비해 심장병, 암, 고혈압, 뇌졸중, 정신질환, 자살 등 대부분의 사망 원인에서 사망률이 낮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정서적 지지이다.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 가족 간의 애정과 관심, 특히 배우자의 사랑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크게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남녀 모두 배우자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얻지만,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얻는다는 게 의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는 남성들의 인간관계가 주로 직장을 중심으로 좁은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인간관계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특징을 보인다.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거나 혹은 같은 교회와 절에 나가는 이유로 누구나 다 친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남성은 학교동창 직장동료 등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그 기간도 현역생활을 하는 기간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여성은 늙어서도 친구나 이웃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당당한 생활을 해가는 반면, 남성은 직장 일을 그만두면 곧 외톨이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사별이나 이혼을 통해 아내와 헤어지는 남성은 더욱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일찍 사망하는 현상을 보인다. 가족 해체의 충격이 남성에게 더 크게 미친다는 뜻이다.세 번째는 경제적 지원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통해 남편은 아내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얻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얻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혼한 중년 여성들의 30~40%가 특별한 소득원이 없어 빈곤에 빠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 가구의 46%가 맞벌이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경제적 도움은 부부가 함께 공유(共有)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결론적으로 말해 결혼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의학적으로 모두 이익을 가져다준다. 수년 전, 미국 프린스턴대 노린 골드먼 교수팀이 1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조사 결과 16개국 모두에서 독신남의 사망률이 기혼남에 비해 2배 높았고, 여성의 경우엔 독신자의 사망률이 1.5배 더 높게 나타났다.조사 범위를 노인들로 한정하면 결혼 효과 결과가 약간 다르게 나온다. 일본 에히메대학 연구팀이 부부간의 수명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의 결혼 관계에서 남성 쪽이 더 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의 한 농촌에 거주하는 60~84세 노인들을 4년 반 동안 조사했더니, 남성 노인은 ‘부인이 없는 경우’의 사망률이 '부인이 있는 경우’의 사망률보다 80% 더 높았다는 것. 


반면 여성 노인은 '남편이 있는 경우'의 사망률이 ‘남편이 없는 경우’의 사망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건강 장수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부부간의 금실(琴瑟)을 돈독히 하는 것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특히 오래 살고 싶은 남자들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아내에게 잘 해주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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